개구리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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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너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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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서도 어김없이 내가 내뱉는 개구리 소리는 그대로였다. 학교는 계속 나가야 했다. 그래서 나에게 일어난 괴상한 현상에 대한 이해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에 문제는 없었지만, 내 귀에 들리는 픽픽 소리가 거슬려서 나는 최대한 말을 적게 하려고 노력했다.


"경수 아프대요"


아프다고 하길 잘했다. 현수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줘서 평소보다 조용해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주위 사람들은 나에게 평소보다 잘해줬다. 아픈 아이를 놀리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지 나를 개구리소년이라고 놀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개구리 소리만 내는 나는 영락없는 개구리 소년인데.


며칠이 지나갔다. 개구리 소리도 점점 적응이 되는지 무덤덤해져갔다. 생각해보면 나쁘지만은 않다. 일단 내 목소리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나는 내가 하는 말의 내용만 신경써서 준비하면 됐다. 그리고 웬만한 일에도 잘 흔들리지 않았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비현실적인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재미있게도 개구리들과의 이상한 유대감이 생겼다. 비록 소통은 안 되지만, 내 방에서 개구리들과 나만 있는 상황이 되면 서로 픽픽 거리는 것이 재밌었다. 물론 불편한 점도 여전히 많았는데, 노래방을 가도 아무 재미가 없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 친구들 반응을 보면 어떻게든 괜찮게 부르는 것 같긴 한데 말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 개구리소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겠다고 마음 먹게 되는 일이 생겼다. 영어 선생님은 짧은 영문 대화를 암기하고 그대로 말하는 숙제를 내주시곤 한다. 평소같았으면 몇 번 말해보고 금방 외웠을텐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나는 여러 번 영문 대화를 입 밖으로 꺼내봤지만, 역시 픽픽거리는 소리밖에 듣지를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어찌저찌 대화를 외운다고 해도, 내가 외웠는지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선생님 앞에서 제대로 대화를 꺼낼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정말 답답해 미칠 노릇이다.


순간 짜증이 확 솟구쳤다. 이 영어암기테스트는 수행평가로 내신성적에 반영이 된다. 게다가 영어선생님은 시험 문제를 변별력 있게 내지도 않아서 영어 과목 수행평가는 더욱 중요했다. 테스트까지 일주일,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다.


해결을 하려면 원인을 알아야 하는데, 원인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겠다. 다만 개구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탓이 아닐까 짐작만 할 뿐이다.


나는 당장 뭐라도 시도해 봐야 했다. 개구리의 수를 좀 줄여보면 어떨까? 스트레스의 원인을 줄여보면 효과가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베트남에서 온 이 녀석들을 우리나라에 방생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멀쩡히 살아 있는 녀석들을 죽일 수도 없고. 개구리를 파는 것이 제일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 꼭 개구리 소리 때문이 아니더라도, 마침 두 번째로 태어난 올챙이들이 아기개구리가 되고 있었고, 이제는 생물들이 너무 많아져서 감당하기가 버겁기도 했다.


개구리를 샀던 매장에 연락했다. 다행히 사장님께서 아기개구리들을 한 번에 사주신다고 했다. 그렇게 높은 가격으로 쳐주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직접 파는 것 보다는 고생이 덜하다. 사료를 먹지 않는 새똥개구리는 나처럼 계속 살아 있는 먹이를 조달해야 해서 다들 키우려고 쉽게 마음먹지 않아서다.


개구리를 파는 것은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내 자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알부터 올챙이 시절을 거쳐 아기개구리가 되기까지 쭈욱 지켜봐왔다. 심지어 먹이도 부모 개구리가 챙겨 준 게 아니라 전부 내가 줬다. 이 정도면 이별이 가슴아플 법도 하지 않은가.


일정이 비는 주말을 이용해서 크리쳐-아이(개구리를 샀던 매장)로 갔다. 개구리를 샀을 때가 처음, 그리고 이 번이 두 번째로 오는 곳인데, 여전히 어두침침하고 습해서 던전 같았다. 나는 아기개구리들을 리빙 박스에 담아서 가져갔다. 사장님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아기개구리 7마리를 팔았다. 한 마리 당 2만 5천원, 사장님께서 나보고 기특하다고 5천원을 더 주셨다. 총 18만원, 학생으로서 한번에 벌기는 쉽지 않은 액수였다.


"다음에도 또 개구리 데리고 와"


사장님은 거래가 마음에 드셨는지 즐거운 표정으로 다음에도 또 팔러 오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사장님처럼 웃지는 못했다. 매장 문을 나선 뒤에도 한참 동안은 초파리를 좇아 뛰어다니던 아기개구리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번 돈으로 현수와 진성이에게 저녁을 사줬다. 중국집으로 가서 각자 메뉴를 고르라고 한 뒤 탕수육까지 시켰다. 현수와 진성이는 내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고 덕분에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왜 팔았어"


현수는 무척 아쉬워했다. 현수는 아기개구리가 올챙이일 적부터 바글바글한 개구리 왕국을 보고 싶어했다.


"장사해도 되겠다"


진성이는 번 액수를 듣더니 나더러 개구리 장사를 하라고 그랬다. 갑자기 속이 더부룩해졌다. 마치 내가 꿈 속에서 먹었던 아기개구리들이 날뛰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 그런가, 밥을 다 먹고 편의점에서 탄산음료와 슈퍼칩을 사서 먹었더니 속이 좀 편해졌다.


개구리를 판 후에도 픽 픽 픽 개구리소리는 계속해서 내 입에서 나왔다. 그것도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힘차게 나왔다. 나는 망연자실했다. 개구리를 줄이는 게 효과가 있기는 커녕 역효과가 날 줄이야. 내 영어암기테스트 점수는 이대로 물 건너 가는 것일까.


아, 그러고 보니 아기개구리를 먹는 꿈은 더 이상 꾸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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