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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암기테스트 준비는 다른 사람과 같이 말을 주고 받으면서 하면 됐다. 왜 이 방법을 생각 못 했는지! 현수는 혼자 공부하는 스타일이라서 같이 하자고는 못 했고, 진성이와 같이 하게 되었다. 서로 말하고 잘 외웠는지 확인하는 것을 반복하면 됐다.
개구리 팔이가 나에게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해결해주지는 않았지만 분명하게 돌아오는 이득이 있었다. 그 이득은 전자기기에 뜨는 숫자로 선명히 드러났다.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내 손으로 직접 번 돈이다. 카드사 앱에 들어가 통장 잔고를 볼 때마다 뿌듯함이 느껴졌다. 친구들 밥을 사주고 남은 돈으로 예전부터 사고 싶었던 게이밍 이어폰을 주문했다. PC방에서 헤드셋을 끼면 항상 불편했고, 머리 모양이 망가졌다. 나는 그게 싫어서 게이밍 이어폰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이어폰이 집으로 배송이 오자 무척 기뻤다. 나는 이 게이밍 이어폰을 테스트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아기개구리들을 파니까 생물들을 관리하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밤 시간을 사수할 수 있게 되었다. 가볍게 할 수 있는 공부(주로 숙제)를 밤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했고 매일 쌓이는 그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숙제는 항상 기한이 있기 때문에 우리를 계속 바쁘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밤 시간에 숙제를 쪼개서 하자 기한 훨씬 전에 끝낼 수 있었고, 나는 엄청 여유롭지는 않아도 시간에 쫓기지는 않게 되었다.
드디어 현수와 진성이와 약속한 날이 되었다. 바로 PC방을 가는 날이다. 학교에서 매일 보기는 해도 각자 일정이 있어서 따로 약속을 잡는 것은 어려웠는데, 오늘이 바로 그 약속날인 것이다. 게이밍 이어폰을 챙겨서 신나는 발걸음으로 PC방에 갔다. 써보니 성능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PC방을 나서고 헤어지는 길, 내 주머니의 이어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뿌듯해 하고 있었는데 문득, 아기 새똥개구리가 생각이 났다. 내가 매장에 팔아넘긴 아이들, 잘 지내고 있을까?
크리쳐-아이로 가서 아기개구리들을 찾았다. 다행히 잘 지내고 있었다. 사장님께서는 아기개구리가 아직 어려서 손님들에게 팔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아기개구리들은 이끼밭에서 가만히 쉬고 있었고 이따금씩 점프하곤 했다. 사장님께 부탁해 만져봐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아기개구리의 감촉은 그대로였다. 거칠고 말랑말랑한 녀석들, 그동안 잘 먹었는지 포동포동하게 살이 쪄서 부풀기 전의 물풍선 같았다.
한 달 뒤에 나는 또 개구리를 팔았다. 이번에는 탈락이 없었다. 10마리를 팔았고, 25만원을 벌었다. 하지만 개구리를 팔고 매장을 나오는 길에 속이 다시 더부룩해지고 식은땀이 났다. 기름진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혹시 효과가 있을까 싶어서 지난 번처럼 편의점에 들러 슈퍼칩을 먹었다. 이상하게 곧바로 괜찮아졌다. 아무래도 슈퍼칩만이 내 안에서 날뛰는 개구리들을 진정시키는 것 같다.
몇 주 뒤에 아기개구리 11마리를 추가로 팔았고 슈퍼칩을 먹었다. 늘어나는 통장 잔고의 액수만큼 나의 픽픽거리는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혹시 잔고가 줄어들면 개구리 소리가 좀 작아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돈을 써도 개구리 소리의 볼륨은 줄어들지 않았다. 나는 고등학생 치고는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고, 때로는 다른 학생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나는 입고 싶은 옷을 살 수 있었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아침에 피곤할 때 10분 더 늦잠을 자고 택시를 탈 수도 있었다. 사장님은 나를 보고 이색애완동물 시장의 미래라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