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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운동: 생각하지 않기

by 맨오브피스

나는 돈 쓰는 걸 즐기는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살짝 불쾌해할 정도다. 하지만 생애 첫 PT 등록을 위해 카드를 긁었을 때는 희열까지 느꼈다. 어쨌든 난 변화를 위해 행동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내 일상에 (제대로 된) 운동이 공식화되었다. 돈도 냈고 트레이너와 운동 스케줄도 잡았다. 회피하면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실망시키는 시스템이 완성된 것이다. 혼자만의 의지로 다 해내버리겠다는 자만감은 버렸다.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활력을 주었다. 귀찮아 죽겠지만, 일단 움직이고 나면 뿌듯해지는 마법. 바벨을 올렸다 내렸다 용쓰고 있으면 공허감을 느낄 여유도 없었다. '맞다, 사실은 단순한 원리였지...' 군대에서 보낸 2년도 지치고 고통스러울지언정 공허하지는 않았던 것처럼. 분명한 목표를 향해 노력한다는 사실도 마음에 들었다.


사람이 주는 기쁨도 있었다. 트레이너의 존재 덕분에 '새로운 사람과 뭔가를 목표한다'는 감각이 살아났다. 맨날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고 일하고 일하는 일상... 나는 새로운 만남의 중요성을 잊고 있었다. 사회적 자극에 무덤덤해져 있었다. 물론 운동은 힘들었기에 매번 귀찮았지만(지금도 귀찮다) 헬스장 가는 것은 즐거워하는, 뭔가 요상하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이런 변화의 원리가 궁금했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왜요?"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뭔가에 꽂히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파고드는 성격이다. 몸을 움직이는 게 왜 정신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었다. 관련 기사, 글, 논문, 팟캐스트, 유튜브를 활용해 꽤 깊이 조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몸은 언제나 균형을 유지하기 때문'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운동으로 몸을 괴롭힌 후에는 상쾌함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원시시대에는 부지런히 벌판을 뛰어다니며 멧돼지를 사냥해야 비로소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고생한 덕분에 배고픔도 달랬고, 운동 효과도 누렸으며, 사회의 생존에 기여했다는 자부심까지 느꼈다. 하루종일 고생했으니, 그 보상으로 쾌락 물질을 즐겼다. 쾌락과 고통의 균형은 사람에게 안정감을 준다.


문제는 현대사회에서 노력 없이 쾌락을 느끼기 너무 쉬워졌다는 점이다. 당신이 하루종일 유튜브 쇼츠로 도파민 파티를 했다면? 고통 없이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노력만으로) 보상을 누려버린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몸은 원시시대에 머물러있기에 유튜브 쇼츠가 뭔지 모른다. 그저 쾌락 과잉 상태가 되지 않도록 고통 물질을 내보내 균형을 유지할 뿐이다. 도파민 파티 후 원인 모를 자괴감과 허무함이 느껴졌다면 그 때문이다.


처음에는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우린 애초에 움직이지 않으면 망가지는 생물’이라 이해하고 있다. 고통 후 보상은 자연스럽다. 보상 후 고통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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