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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을 지켜줄게

가족이란 두 글자

by 안온


아빠는 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다.


할머니가 아빠를 낳았을 때, 이란성쌍둥이로 낳았다. 아빠와 함께 태어난 누이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었다고 한다.




아빠는 날씬하다. 겉보기에 딱 좋아 보이는.


몇 달 만에 아빠를 본 오늘, 녹차일 하느라고 많이 힘들었나. 살이 더 빠져있는 우리 아빠.


" 아빠, 왜 이렇게 말랐어? 살이 너무 빠졌잖아."


"그렇나? 아빠는 좋은데 왜. 아빠 괜찮아."






어릴 때, 아빠가 쓰러져 있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때 이후로는 아빠가 혼자 어디를 가거나, 일을 심하게 하거나, 햇빛이 너무 쨍쨍한 날에는 괜스레 아빠가 걱정이 되었다.


"아빠! 아빠! 왜 그래? 정신 차려봐! 응? 아빠 아빠!"


아빠는 작은 공장 앞에서, 무언가를 쇠로 용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딸꾹, 딸꾹."


분명 딸꾹질을 하는 것 같은데, 몸을 흔들어도 미동이 없고 입에서는 거품이 흘러나왔다.


무서웠다. 엄마도 없었고 동생도 없었다.

아빠를 흔들고 깨웠다.


어릴 때부터 다리가 약했다는 아빠. 나는 그걸 기억하고는 얼른 다리부터 주무르기 시작했다. 얼굴에서 땀이 주르륵 흘렀다. 어디서 본건 있었는지, 적신 손수건으로 아빠의 얼굴과 손을 닦아 주었다.




몇 번, 더 그런 일이 있었다.


나는 그때마다 온몸이 떨리고 무서웠지만, 꾹 참고 울지 않았다. 아빠를 지키기 위해서. 살리기 위해서.


엄마는 내가 뱃속에 있었을 때 알았다고 한다.


아빠가 아팠다는 것을.


24살의 꽃다운 나이에, 첫 아이를 임신한 엄마는 차마 떠날 수 없었다.


"여보 내가 몸이 아팠다는 걸 미리 말 못 해서 미안해. 지금이라도 나를 떠나요..."


아빠는 엄마를 놓아주려고 했다. 화개 산골에서 아무것도 없는 자신에게 시집와, 몸도 건강하지 못한 남편이라니. 엄마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빠 역시 얼마나 슬펐을까.




엄마는 친정인 통영에 돌아가도 갈 곳이 없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언니 오빠들도 결혼을 해서 거의 도피식으로 선택한 결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뱃속엔 이미 새 생명이 싹트고 있었고.


엄마가 된 이상 그 생명을 지켜내야 하기에 떠날 수 없었다. 아니, 떠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 불쌍한 사람을 내가 지켜주자고. 몸도 약한 남편을 내가 고쳐주자고. 내가 사람 만들어 주자고 그렇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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