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 말까 할래 말래 애매하긴해?

2025.09

by 유영준

세일즈를 하다보면 각자 다른 스타일이 고객을 대함에 묻어난다.
친절로 무장한 세일즈맨도,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세일즈맨도, 협상의 귀재도 많다. 그러다보니 초보 세일즈맨들이 당황하는 순간들이 더러 있다.

예를 들면 고객의 연락에 대한 것이다. 고객들은 자신이 밥먹고 있으면 12시 30분이라도 점심시간이 아니고 밤8시라도 자신이 퇴근하지 않았으면 업무시간이다. 고객센터야 어차피 전화해봐야 안받을테니 세일즈맨들이 애꿎은 상대가 된다.

처음엔 나도 퇴근 후에 오는 전화까지 받아서 응대해주곤 했다. 그런데 고객이 감동을 느끼기는 커녕 아침 6시 반, 밤 10시. 심지어 새벽까지도 연락이 오곤 했다. 한 명의 경우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더 받아준 고객일수록 그랬다. 심지어 술을 먹고 전화하는 경우도 많았다. 당연하지만 어차피 그 시간에 세일즈맨이 관련된 불만을 듣더라도 당장 해결해줄 수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저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에 의미가 있을 뿐이다. 물론 그것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낮에 듣는 하소연과 밤에 듣는 하소연의 유의미한 차이를 느껴보진 못했다.

그래서 하나의 원칙을 만들었다. 9시 이전과 6시 이후, 그리고 12~1시 사이의 전화는 받지 않았다. 처음에는 정중히 받아 지금 식사중이니 곧 전화드리겠다고 하였고 그 다음부터는 거절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지금은 아예 컬러링이 '현재 회의중이므로..'로 고정되어 있다.

당연히 처음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많았다. 영업사원이면 당연히 전화를 받지 않느냐는 말은 내게는 불필요한 말이었다.

국산 SaaS와 외산 SaaS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내가 예시를 드는게 고객센터이다. 우리나라 SaaS가 외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부분은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게 너무 많다는 것이다. 누군가 외산SaaS를 사용하려고 할 때 굳이 영업미팅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쓰다가 모르겠으면 유튜브를 보든, 매뉴얼을 보든 어떻게든 혼자 공부하거나 옆자리 직원에게 물어본다. 문제가 생기면 메일을 통해 운영측과 소통한다.

반면 우리나라 SaaS는 아직도 직접 세일즈맨이 가서 PT를 하고 비교표를 건네고 가격을 협상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로그인이 안되면(자신이 비밀번호를 잊은 경우라도) 고객센터에 불이 나고 세일즈맨 핸드폰에도 불이 난다. 저녁 8시에 전화를 안받는다고 화내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생산성이 떨어질 밖에 없고 세일즈맨들의 인건비를 생각하면 미팅을 해서 수주를 해도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이익이 나지 않을 때가 부지기수다.

나도 비즈니스로 전화를 걸 때 사전요청이 없으면 회의가 많은 10시 30분 이전, 점심시간, 9시이전과 6시 이후에 전화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시간 내에 걸려온 전화는 최선을 다해서 돕고 고객이 다른 직장에 이직하더라도 찾아오게 만들고 있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다시 재발하지 않게 돕는 것이 아닐까.

물론 정답은 없다. 그저 내가 저렇게 하고 있다는 것 뿐이다.

세일즈의 정답은 세일즈를 하는 사람만큼 많다. 각자가 각자의 답을 만들어가며 오롯히 커질 내일을 기다려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단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