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
사람이 시스템이 되어서는 안된다.
인턴생활과 1년 반 남짓한 첫 직장은 철저한 위계와 시스템 속의 조직이었다. 둘이 합쳐 불과 2년여였지만 이러한 시스템과 관료제는 이미 내 몸에 깊이 스며들었다.
공교롭게도 이후의 직장은 모두 굉장히 편한 곳이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체계가 없는 곳들에 가까웠다.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자유스러웠고 내가 책임질 일도 덩달아 늘었다.
그런데 문제는 직장에서의 만족도 자체는 앞의 조직들이 더 맞았다. 몸은 편했지만 마음이 불편했고 쓸데없는 스트레스가 내 일상을 휘감고 놔주질 않았다. 바로 시스템의 부재를 사람이 채웠기 때문이다.
적절한 시스템 하에서 움직여야 할 업무는 사람에 의해 변경되기 일쑤였고 논리적인 근거 대신 감정적인 반대가 뒤따랐다. 첫 직장에서의 패기어린 반골 싸움닭도 이미 지쳐 생각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잘못될 걸 알면서도 할 수 밖에 없는 일들이다. 내 통찰이 쓰레기가 되어 예측이 틀리면 좋겠었지만 불행히도 모두 예측대로 흘러갔다. 그러나 그것은 내 통찰이 좋아서가 아니라 시장의, 그리고 시대의 흐름이 그렇게 갔기 때문이다. 한강가에 서서 강물이 서해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해도 의사결정권자들은 왜 '강물이 강원도쪽으로 거슬러 올라갈 거란 생각은 안하냐?'며 타박했다.
사람이 시스템이 되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진다. 이는 필연적으로 조직 구성원의 무기력을 불러 일으킨다. 결국 배는 말 그대로 산으로 간다.
아무리 작은 조직, 새로운 조직이라 해도
아무리 똑똑한 철인이 조직을 이끈다고 해도
사람이 시스템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초기 조직은 왜 아직도 사람에게 의존할까.
어쩜 이마저도 중앙집권화된 조직이 통치하던 이 나라의 오랜 관성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