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공감

by 만숑의 직장생활

요즘 나보고 그런 말 많이 하더라.


예전엔 좀 차가운 편이었는데,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고. 말도 부드러워졌고, 사람 대하는 것도 좀 따뜻해진 것 같다고.

그래서 가끔 이런 질문을 받아.
“너 원래 공감 잘 못하잖아. 근데 요즘은 어떻게 그렇게 변한 거야?”

근데 그 질문 받으면 솔직히 좀 애매해. 내가 마음을 고쳐먹은 것도 아니고, 사람을 더 이해해야지 하고 노력한 것도 아니야. 나는 여전히 결론을 빨리 내리고 싶고, 쓸데없는 말은 줄이고 싶은 사람이거든.


그래서 나도 생각해봤어. 도대체 뭐가 바뀐 걸까.

난 예전엔 공감을 따뜻한 마음씨나 착한 성격 같은 거라고 생각했어. MBTI 같이 타고나야 되는 성향이고, 못 하면 어쩔 수 없는 선천적인 영역이라고.

근데 지금은 그렇게 안 봐.

내가 한 건 생각보다 별거 아니야.


"사람이 말을 꺼내면, 맞는지부터 따져보지 않기로 한 것."


그게 전부야.

대신 이걸 먼저 생각해봤어.

“이 사람은 왜 지금 이 얘기를 꺼냈을까?”

이 질문을 한 번 더 하니까 내 반응이 자연스럽게 달라지더라. 말을 중간에 끊지 않게 되고, 결론을 급하게 내리지 않게 되고, 질문도 조금 달라졌어.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대신
“어디가 그렇게 느껴졌어요?” 같은 식으로.

신기한 건, 이게 일부러 따뜻해지려고 애쓴 결과는 아니라는 거야. 그냥 생각 순서를 하나 바꿨을 뿐인데 상대 반응이 달라졌어.

사람들이 말을 끝까지 하고, 설명할 시간을 갖고, 내 앞에서 괜히 방어하지 않게 되더라고. 그러다 보니까 이런 얘기도 듣게 됐어.

“이상하게 말하기 편해요.”
“이 얘기, 처음엔 말할까 말까 했어요.”

그때 좀 알았어. 따뜻함이나 위로라는 건 내가 일부러 주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판단을 서두르지 않을 때 그냥 따라오는 결과라는 걸.

생각해보면 예전의 나는 항상 판단이 먼저였던 것 같아. 맞는지 틀린지, 효율적인지 아닌지. 그러니까 사람들도
정리된 말만 가져오고, 그 이상은 굳이 말 안 했겠지.

그래서 요즘은 누가 물으면 이렇게 얘기해줘.

공감은 성격 문제가 아니라, 연습할 수 있는 능력에 더 가깝다고. 사고 순서를 조금 바꾸는 연습이고, 결론보다 맥락을 먼저 보는 습관이라고.

요즘 내가 좀 따뜻해 보인다면, 그건 내가 사람이 좋아져서라기보다 공감이 예전보다 잘 작동하고 있을 뿐이야.

상대 입장에서는 말을 꺼냈는데 바로 평가당하지 않고, 설명할 시간을 가지게 되면 “아, 여기서는 말해도 되겠구나” 이런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기거든.

그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따뜻함이고, 위로받는 느낌인 것 같아.

이전 18화[18화] 냉소, 가장 세련된 회피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