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상무님이 새로 오셨다. 공식 발령이 난 것은 몇 주 되었는데, 기존에 맡으시던 일이 워낙 바쁘셔서, 우리 팀원들과는 인사만 잠깐 나누시고, 많은 시간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상무님한테서 개인적으로 메시지가 왔다.
'다음 주 월요일에 팀이랑 맛난 데서 점심이라도 같이 할까요? 다들 시간 괜찮은지 확인 좀 부탁합니다'
새로 오신 상무님께서 개인적으로 메시지 보내신 것이 처음이라, 약간의 긴장 반 설렘 반 느낌으로 답장을 드렸다.
'넵, 다른 분들 시간 확인해 보고, 점심 예약 잡겠습니다'
그리고 점심 메뉴를 고르려는데, 참 애매하다. 새로운 상무님과 팀과의 첫 식사 자리이기도 하고, 굳이 '맛난 데'라고 말씀하시는 거 보니까, 대충 제육볶음이나 먹자고 하시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무엇보다 상무님과는 처음 식사하는 자리다 보니,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시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부재하다. 일단 우리 팀 신입한테 대충 예산 금액 알려주고 식당 좀 알아보라 부탁을 좀 했는데, 근처에 딤섬집을 추천했다. 그래, 좀 가격이 있더라도 딤섬 나오는 중국집이 상무님과의 첫 식사로는 가장 무난하고, 적당하게 점잖으면서, 적당히 고급진 듯하다. 신입한테 식당 룸 예약을 부탁하고, 상무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상무님, 다음 주 월요일에 총 8명 xxx 중국집으로 예약하려고 합니다.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
바로 읽으시는 상무님. 그리곤 답이 없다. 왜 그러지? 너무 비싼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충 시킬 메뉴를 확인해 보고, 딤섬집에 전화해 봤는데, 전화 받으신 분이 룸으로 예약하면 최소 얼마의 룸차지가 붙는다고 얘기해 줬다. 헉 그럼 내가 생각했던 예산에서도 초과잖아. 신입아, 룸차지는 확인하고 알려줬어야지...
일단, 상무님께 어떻게 정정 메시지를 보낼까 생각한다. 룸차지가 있었던 걸 깜빡했네요? 아니면 생각해 보니 너무 비싼 거 같아서 다른 곳으로 알아봤습니다? 괜스레 먼저 말씀드려 놔서 어떻게 대답하던지, 바보 같다. 처음부터 상무님께 예산을 어느 정도 생각하고 계시는지 확인했어야 했나. 내가 실수한 것 같다. 모르겠다.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
'상무님, 장소는 다른 곳도 한 번 다시 찾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바로 답장이 왔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답장을 안하셨던던게 확실하다. 바로 차선책으로, 고깃집인데 점심 메뉴로 육개장, 육회 비빔밥 등이 나오는 식당을 찾아서 다시 말씀드렸다.
'상무님, 바로 옆에 xx 고깃집 있는데, 런치 메뉴 먹으면 될 듯합니다. 룸으로 예약할 수도 있다고 하니, 괜찮으시면 그쪽으로 예약하겠습니다'
'고깃집이라 냄새가 많이 밸 수도 있을 텐데, 다른 사람들 괜찮으면 저는 좋습니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바로 고깃 집에 전화해서 확인한다.
'방금 룸 예약한 사람인데요, 거기 혹시 옷에 냄새 많이 밸까요?
'아니요 지금까지 룸에서 드셨던 분들 중에 냄새로 컴플레인하셨던 분들은 없었습니다, 괜찮으실 거예요'
오케이. 상무님께 바로 답장을 보낸다.
'아 네, 식당에서 룸에서는 냄새 많이 안 난다고 안내받아서, 냄새가 많이 밸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른 팀원 분들께도 전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고마워요~ :)'
고작 식당 하나 예약하는데도 몇 번이나 발생한 '지레짐작'의 폐착과 에러와 정정의 반복. 식당 예약은 일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로 '미묘하게' 어렵다.
그리고 뭔지 모르게, 그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찝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