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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Mar 28. 2021

[독서가와 행동가들] 뭐 읽고 있니? epi 6

토요일 저녁 10시, 오늘도 책이 비처럼 내렸어요. (태형님, 갑자기 시를 쓰고 그러십니까ㅎㅎ)

[독서가와 행동가들] 뭐 읽고 있니? 클럽하우스의 토요일 밤 책수다. 오늘은 여섯번째. 개인적으로 엊저녁 뭐가 잘못됐는지 토사곽란과 오한에 시달리고.오늘도 종일 고생했는데, 책 모더레이터 놀이에 심취하여 잠시 편안했네요. 역시 책은 유익..

무튼  1, 2회 , 3회 , 4회, 5회 기록은 여기 있고요. 오늘 책 목록은...

[독서가와 행동가들] 뭐 읽고 있니? epi6

<장미의 이름 작가노트> 움베르토 에코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 송경화, <우리들>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박찬국, <알렉스> <까미유> 피에르 르메트르
<조선, 동아일보의 탄생> 장신
<모순> 양귀자, <저스트 키즈> 패티 스미스
<전설 속의 거장> 조희창, <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그때 프랑스는 그랬다> 파비앙 뉘리, 실뱅 발레
<아무튼 비건> 김한민, <대한민국 돼지산업史> 김재민 외, <고기로 태어나서>한승태, <깨끗한 존경> 이슬아
<리딩으로 리드하라> 이지성

태형님은 20년 만에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 작가노트>를 다시 봤다고요. 90년대 초반은 독서가들이 포스트모던에 흠뻑 젖은 시기였는데, 그게 대체 뭔지 힌트를 많이 준 책이었다고요. (벽돌책 즐기는 태형님에겐) 얇은 책인데도 훌륭하고, 빅토리아 여왕 시대엔 한손에 잡히는 책은 음란한 것으로 여겼다는데, 그 이유가 놀랍군요ㅋㅋ  태형님 관심사인 팝아트와 관련해 에코의 작가노트를 연결하는 내용도 흥미.

저의 이번주 픽은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 한겨레 송경화 기자의 소설인데.. 일단 재미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좋은 인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끊임없이 묻는데 있다"는 장강명님 추천사처럼, 기레기 아니라 기자로 일하는 이의 좌충우돌 모험과 고민이 생생합니다. "죄송한게 너무 많은 세상에서 좀 덜 죄송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고 싶다"는 욕심. 짧은 단편 같은 에피소드가 이어지는데, 매번 반전에서 허를 찔리며 작가의 내공을 느꼈어요. 204쪽 읽다가 눈물이 쏟아졌다는 것도 고백합니다. 염치를 아는 인간들은 조직의 과오를 대신 사과하고, 피해자는 그제야 위로를 받죠. 아이들의 생죽음을 목도한뒤, 무엇을 해야 하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음 한 구석 각인이 깊고 아파서, 진실을 찾는 거 외엔 피할 수 없는 그 느낌에도 공감. 현장을 지키고 약자에게 귀기울이는 기자가, 참 멋진 직업이란 것도 새삼 또렷해집니다.


우생님은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의 <우리들>을 소개. 자먀찐. 노문학 전공자로서 들어본 이름 정도였다는게 미안하네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신세계>, 조지 오웰의 <1984>과 함께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꼽히는데 <우리들>이 나머지 두 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원조랍니다. 29세기 배경으로 사생활도 이름도 없는 투명사회를 그리는데, 1927년 출간 당시 소비에트 사회 비판으로 읽혀서 금서가 됐고 1990년에야 풀렸다고요. 꼭 읽어보고 싶네요.

준규님은 피에르 르메트르의 범죄소설 <알렉스><까미유>가 무척 재미있다고 소개. 온갖 상을 휩쓴 형사 베르호벤 시리즈 3부작인데.. 아, 이거 절판됐... 준규님은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도 좋다고요. 시를 쓸 때, 예술을 할 때, 독단적으로 그들이 말하는게 아니라, 세계와 닿은 것 뿐이라고. 세계가 창작자들을 거쳐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입니다.

배님의 추천은 <조선, 동아일보의 탄생>. 사학자로서 전공과 교양 사이의 책.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3.1 운동 직후 1920년 일제 총독부의 문화정책 과정에서 창간하게 됐고, 폐간 역시 딜을 통해 충분한 보상을 받고 이뤄졌다는 얘기. 전쟁 물자인 종이 부족도 이유였고, 총독부 기관지로 통폐합하는 과정이기도 했고.. 서로 적당한 선에서 타협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던 것일까요.

 
 <모순> 양귀자쌤의 1998년 책. 금시초문 책인줄 알았는데, 안진진이라는 주인공 이름을 듣고서야 읽었던 책이라는 걸 기억하다니. 젠더 이슈를 주제로 트레바리 GD클럽을 이끄는 고운님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은 책"이라고 했습니다. 결혼은 여성에겐 20년 징역형, 남성에겐 평생 집유 같은 거라고, 원래 삶은 모순으로 가득하고, 매번 부딪치고 돌파해야 한다고..토론이 무척 재미있었겠다 싶습니다.

윤원준님은 패티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젊은 날의 자화상이란 <저스트 키즈>를 추천.


1975년 데뷔 앨범 'horses'는 <롤링스톤스>가 선정한 '역대 최고 앨범 100'에 꼽혔다니 펑크 음악의 대모란 설명에 부족함이 없고, 뮤지션이자 작가이고 공연 예술가. 원준님 말로는 글 잘 쓰기로도 기막힌 사람이라고요. 옛 애인의 극단적 나쁜점을 이야기하는데도 편하고 따뜻한 느낌이라나요. 상대에 대해 나쁘게 얘기할 때도 공격이 아니라 애정과 존중을 드러내는 건 어떤 방식인지 궁금해서라도 읽고 싶어집니다. 엠마 왓슨이 패티 스미스를 롤모델이라 했다는데, 사진 보면.. 아 저 분! 싶은거죠. 데이빗 린치와의 대화도 추천받았는데, 일단 올려놓고, 나중에 보기로. 한글자막본 https://youtu.be/J-_iRLPeqSU

 

패티 스미스 음악이 얼마나 좋은지, 진정 감탄하며 말을 꺼낸 정원님의 이번주 추천은 <전설 속의 거장>. '20세기를 매혹시킨 클래식의 천재들'이란 부제가 달렸는데, 작곡가가 아니라 지휘자, 피아니스트, 첼리스트  플레이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준다고요. 같은 베토벤의 '운명'이라도 푸르트뱅글러, 카라얀, 토스카니니 지휘를 비교해서 듣기 시작하면서 취향이 생긴다는 정원님 말씀. (같은 곡을 지휘자, 연주자별로 사들이던 특수관계인을 비난했던  과거가... )
"2 대전 당시 폭격으로 집이 불타버린 베를린 시민들은 푸르트뱅글러의 연주회장을 찾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때에 푸르트뱅글러의 연주를 듣는  외에 또다른 무엇을   있겠어요' 독일군의 포위망에 둘러싸인 페테르스부르크의 시민들은 쥐를 잡아 연명하면서도 므라빈스키의 음악으로 서로를 감싸안았다고 한다."

폐허가  도시에서 연주회를 들으러 가는 이들의 마음이란. 이 책은 절판됐다고 했는데 개정판이 있군요. <조희창의 에센셜 클래식>​

(와중에 꿀팁. 세계 피아노의 날을 맞아 28 23 조성진, 이루마  17명의 연주자가 유튜브에서 온라인 공연을!)
그래픽노블 대가 태형님은 이쯤에서 <그때 프랑스는 그랬다> 추천. 크고 (비싸고) 아름다운 책이네요. 2 대전 당시 나치에게 협력하는 동시에 레지스탕스 활동도 함께  탁월한 사업가 조제프 조아노비치라는 실존 인물을 그린 그래픽 노블.

몇주째 [독서가와 행동가들] 듣고 좋은 책을 골라 읽었다는 영아님은  중에서도 <아무튼 비건> 추천. 작가처럼 생각하고 살기는 어렵겠다, 약간 거리감을 두고 읽기 시작했으나 마침 같은 시기 <약속의 네버랜드>라는 애니메이션을 봤다고요. 괴물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지능지수 높은 인간의 뇌를 먹기 위해 인간을 사육하는 얘기라는데. 공장생산 대신 들판에서 키우는 고기는 먹어도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흔들리는 거죠. 사실 고기주의자로서 최근 5명을 새로 만났는데, 4명이 '비건 지향'이라, 세상이 변한다는걸 실감중이었던 와중에... (댓글로 놓친  추가.. <깨끗한 존경>! 정혜윤 김원영 유진목 김한민과의 인터뷰가 들어있어요 ㅎㅎ 차분할  있는 시간에 가만히 읽으면 좋아용)



이에 맞선 건 아니지만, 배님은  <대한민국 돼지산업史>를 소개. 삼겹살이 일본에 수출하고 남은 부위였다? 는 황교익님의 주장에 빡쳐서 시작한 책인듯요. 저자가 예사롭지 않은게, 월간 <농장에서 식탁까지> 편집인, 축산학 박사인 식육 마케터, 축협중앙회, 농협목우촌 출신 육가공업 전문가 등 진짜 현장 분들이네요. 고운님은 <고기로 태어나서>를 보탰습니다. 작가가 한국 식용 동물 농장 열 곳에서 일하고 생활하며 기록한 책.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케니님은 이지성 작가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추천. 책을 더 읽고 싶어지는 욕구가 생겼다고요. 칸트? 오딧세이아? 뭘 읽으면 좋겠냐고 질문. 이지성 작가가 제 취향은 아닙니다만, 60만권이 팔린 이 책을 읽고 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이들이 많다면 감사하죠. 고작 몇 천 부 팔지 못한 작가로서 시샘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문득 돌아봅니다ㅎㅎ
김두식쌤의 인터뷰 다시 찾아보긴 했습니다. '꿈꾸는 다락방' 이지성, 왕따·멸시 딛고..


오늘도 책이 봄비처럼 내렸어요. 보고 싶은 책은 쌓여만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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