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10시의 책수다. 오늘도 2시간 동안 풍성했습니다.
1, 2회 , 3회 , 4회, 5회, 6회 기록은 여기 있고요.
[독서가와 행동가들] 뭐 읽고 있니? epi 7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필리파 피어스, <애린왕자> 생택쥐베리, <염소의 맛> 바스티앙 비베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
<Bitwise> David Auerbach, <Dopesick> Beth Macy, <뷰티풀 보이> 데이비드 셰프,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덩샤오핑 평전> 에즈라 보걸, <백 사람의 십 년> 펑지차이, <중국현대사를 만든 세가지 사건- 1919, 1949, 1989> 백영서, <지슬>, 김금숙, 오멸, <빗창> 김홍모,
<휴먼 네트워크> 매슈 O. 잭슨
<뉴스 스토리> 박재영
은희님이 소개한 그래픽 노블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교보 평점이 10점 만점에 10점(알라딘은 9.9점). 아이들과 읽어도 좋겠지만 그림체 몹시 아름다운 어른책 일수도. 한밤중 열 세 번 울린 괘종시계를 따라 뒷문을 열면, 다른 시공간이 펼쳐지는.. 판타지문학의 고전이 원작입니다. 은희님은 <애린 왕자> 도 추천하셨는데, 생택쥐베리 탄생 120주년을 기념해 독일 출판사가 각국 사투리로 기획한 <어린 왕자>입니다. 125번째 버전이 한국의 경상도 사투리. 이집트어 상형문자 버전도 있고, 모르스 부호 판도 있다고 하니 기획이 대단.
멋진 그래픽노블 얘기는 언제나 꼬리를 무는데, 바스티앙 비베스는 그래픽노블 500권 소장한 태형님의 애정 작가이지만 오늘은 망고님이 <염소의 맛>을 추천했어요. 어쩐지 밋밋한듯 보이기도 하지만, 색채를 훌륭하게 쓰고, 해석이 열려 있어 여러번 봐도 미묘하게 읽힌다고요. 태형님 말로는 썸을 배워야 한다고.
정훈님의 이번주 추천은 과학자의 에세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저자인 심채경님은 2019년 학술지 [네이처]가 미래의 달 과학에 기여할 차세대 과학자로 지목한 분.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건, 고고학자가 삽을 들고 다니지 않고, 변호사는 늘 법 논쟁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변호사가 맞춤법과 글 양식 보는게 일의 90%라는건 정훈님의 조크. 저자는 별을 보려면 정부 용역을 따야하고, 정부 제출용 문서 작성에 시간을 써야 연구를 계속하는 고충도 생생하게 남겼나봐요. 원래 일이란게 그렇죠. 하여간에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이 아닌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동시에 워킹맘 여성과학자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태형님의 픽은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뇌과학자가 사이코패스 뇌 사진의 패턴을 연구하다가, 가족과 동료들의 뇌사진을 비교용으로 썼는데, 한 장이 잘못들어갔다고요. 왜 이 그룹에 사이코패스 뇌 사진이? 근데 그게 본인 뇌사진이었던 겁니다. 2008년 TED를 통해 공개됐고,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 소재로 쓰였고, WSJ 1면에 대서특필된 실화. 부모님이 굉장히 따뜻하고 세심하게 키우면서 반사회성 없는 무심한 사람으로 자랐다나요. 사실 인구의 2% 정도는 사이코패스. 그들이 다 연쇄살인마는 아닙니다. 침착하고, 회한이 없고, 과대망상 자기도취 자기중심성이 특징. 스릴 추구하고, 자기평가 서툴고, 관계는 피상적이고.. 스치는 얼굴 있나요? 그렇다면 당신의 취약점을 드러내지 마시고, 엮이지 마시길. 이 책은 원래 <괴물의 심연>이란 이름으로 출판됐다가, 이름 바꿔 새로 나온 거라는 정원님 부연설명!
상현님은 (원서지만ㅎ) 재미있는 책들을 소개하셨는데, 한 권은 몇 주 내로 번역되고, 한 권도 아마?
<Bitwise: A Life in Code> 는 바빠서 사양하려다 너무 재미있어서 추천사 쓰게된 책이라고요. MS와 구글에서 일한 개발자의 이야기. 사회성 있는 개발자는 남의 발끝을 보고 이야기하고, 사회성 부족한 개발자는 자기 발끝을 본다는 유머도 함께 소개해주셨는데, 개발자가 궁금하다면! 결혼하면 어떤 버그가 생길까, 아이의 디버깅은 어찌할까, 일상적 사고 방식도 달라요. MS와 구글 뒷얘기도 흥미롭다고요.
<Dopesick: Dealers, Doctors, and the Drug Company that Addicted America> 는 백인 노동자들, 취약계층이 어떻게 마약에 빠지는지 저널리스트가 쓴 책. 무서울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했다는데, 사실 애팔래치아 산맥 러스트벨트의 노동자들이 젊을때 몸 망가지면서 진통제 쎈 거 맞던게 시작. 중독 위험성을 알고도 공격적으로 약을 팔아치운 제약회사가 대형 소송에 걸려 있다고 합니다. (드라마 빈센조의 바벨제약!) 이게 팬데믹 직전엔 큰 화제였다고요. Hulu는 드라마도 제작에 나섰고, 상현님이 6월에 나올 [서울리뷰오브북스]에 리뷰 기고 예정.
이어 혜란님이 소개한 책은 마약중독자 가족들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그린 <뷰티풀 보이>. 티모시 샬라메가 마약중독 아들로 나온 그 영화 원작! 전문가인 혜란님 말로는 중독자가 완전히 마약을 끊고 그 이전으로 100% 돌아갈 수는 없다고요. 사회복지 시설 가서도 어떻게든 약을 구하고, 시설의 다른 선생님들까지 중독자로 만든다고요. 각성제 계열이 많고, 절대 하나만 하지 않고 진정제, 안정제 계열까지..대마초 역시, 그 자체는 담배보다 중독성이 약하다지만, 그게 '게이트웨이 드럭'. 거기서 시작해 다른 약에 손대게 된다고요.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는 책은 조심스럽게 대마초 합법화 얘기를 건드리는데, 전문가는 훨씬 더 신중합니다.
별샛별님의 추천은 <덩샤오핑 평전>.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고, 왜 그를 이해해야 하는가, 미중 패권경쟁의 기원은 덩샤오핑 시절로 봐야 할까? 사회주의에서 패러다임을 바꾸고 실사구시로 간 시점? 등 토론이 무척 재미있었다고요. 저는 좀 신기했던게, 이 책 괜찮다는 얘기 꽤 들었는데 저자는 하버드대 교수. 마오쩌둥 평전도 미국 교수입니다. 중국 내부의 평가는 넘 위인전일까요? 다른 관점도 궁금하긴 합니다. 각 지방 성별로 자치권을 보장해 시장지향적 연방주의로 보는 중국 사정도 흥미. 별샛별님은 중국 근현대사를 장이머우 감독의 <인생>에서 배웠고, 저우동위 주연 <먼 훗날 우리>, 판빙빙의 <관음산> 등을 중국 이해를 위한 영화 세 편으로 추천해줬어요. 뒤의 두 편은 모두 여성 감독들 작품. (제가 좋아했으나 잊고 있었던 중국 책은 <사람아, 아 사람아>.. 페친이 알려주셨어요. 신영복쌤 번역인데.. 품절. 한때 베셀에 뭔 일이)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 보통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백 사람의 십 년>. 자전거 안장 안에 기록을 숨겨서 시대를 버텼던 사연도 인상적이고요.. 종민님이 소개한 <중국현대사를 만든 세가지 사건 - 1919, 1949, 1989> 경우, 천안문 사태를 포함해 중국 학생들이 저항했던 1919년의 천안문 등 역사를 담은 책. 신장 위구르 탄압 등 여전히 상황은 좋지 않고, 덩샤오핑이야말로 천안문 사태 당시 강경 대응에 책임이 있는 이이기도 하고, 오늘은 마침 4.3... 게다가 미얀마 국민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라, 국가 폭력에 저항한 민중들의 역사를 생각해야 하는 밤. 누군가 4.3 제주를 기억하는 책을 추천해주시지 않을까 했는데, 어느해 4.3, 동료들과 함께 영화로 봤던 <지슬>이 그래픽노블로 나왔고, <빗창> 이란 책도 있군요.
정원님은 인간사회 네트워크에서 감염병이 확 퍼질 거라 했던 <휴먼 네트워크> 를 추천. 코로나 직전에 나온 책인데, 노드와 노드의 연결, 끼리끼리 동종 선호, 양극화 같은 사회현상이 모두 네트워크 특성이라고요. 학생들 교우관계를 네트워크로 그려보면, 인종이 명확하게 나뉘는게 보인답니다. 이쯤되면 바라바시의 <링크>에서 몇 발짝 더 나아간건지 궁금한게 태형님 만은 아니고. (다행히? 저와 마찬가지로) 정원님은 링크 책이 기억나지 않는다고요. "소통은 늘리고 분열을 줄이려면 연결된 세상의 과학적 이해가 먼저"라는 김범준님 추천사가 있던데, 읽어보면 분열을 줄일 수 있을까요? 글쎄요.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샌델 조차, 해법으로 겸손하라는 걸 내세우던데.. 시대적 문제들이 딱딱 단 번에 풀릴거라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정확하게 이해하는게 출발점이겠죠..
펭귄님은 SF 단편집인 <스키엔티아>, 위화의 에세이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강준만쌤의 <부동산 약탈국가> 등 3권을 꺼내셨어요. 부동산 약탈국가의 역사도 도시 개발로 서민들이 외곽으로 쫓겨나는 과정에 눈물난다는데, 이 중 하나만 꼽아 추천한다면 위화의 에세이. 거장을 따라 책과 음악을 탐색하는 시간이란게 좋지 않을리가.
저의 오늘 픽은 <뉴스스토리>. 징그러울 정도로 천편일률적인 한국 언론의 기사 문법을 고려대 박재영 교수님이 아주 구체적으로 분석했어요. 기사 리드(첫 문장)에 내용을 다 요약정리하는 역피라미드 보도는 더 읽을 기분이 안난다는 것도 확실히 알았고.. 주로 미국 사례이지만, 사람이 드러나는 내러티브 기사,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다른지 절절하게 와닿습니다.
언제까지, 독자가 어떤 뉴스를 원하는지 알아보려고 하지 않은 채 기사를 만들 것인가?
언제까지, 누구나 다 아는 (출입처 배포) 정보를 기사로 단순 가공하는 일에 몰두할 것인가?
언제까지, 낙종을 신경 쓰며 타 매체의 기사에 연연할 것인가?
언제까지, 단독 보도와 특종에 최고의 가치를 둘 것인가?
언제까지, 사장이나 에디터(부장), 출입처 사람들, 타사 기자들 보라는 식으로 기사를 쓸 것인가?
언제까지, 기사를 천편일률적으로 쓸 것인가?
이런 걸 고민하는 이를 비롯해.. 글쓰기에 진심인 분들에게 추천. 이건 따로 리뷰 정리할겁니다.
당신은 지금 뭐 읽고 계시나요? 다음주 토요일 밤에 나눠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