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호 Feb 29. 2024

명상이란

Day 15


15일 차다! 월요일 첫 요가시간에 출석했다. 초급반이라 그런가 나 포함 대여섯 명 밖에 되지 않는다. 좋다. 한적하고 고요하게 할 수 있겠군.


문득 그런 날이 있다. 정말 우연찮게 어떤 생각의 한 꼬리가 늘어지며 갖가지 과거의 길로 인도해 버리는 그런 날. 재밌었던 추억으로 향하면 기분이 좋은데, 어떤 날은 수치스러운 기억으로 인도해 하루 시작부터 사람을 작아지게 만드는 그런 날이 있다. 이건 아마도 생각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가 가기 힘든 상황이긴 하겠지만. 종종 나는 이런 경험을 한다. 그리고 오늘이 그런 날 중 하나였다.


‘아. 기분 별로다.’


수치스러운 기억들이 나를 이끌고 간다. 그때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뭐가 더 좋은 선택이었나. 하는 생각들로 범벅되려다 고갤 저었다.

‘아니. 못할 수도 있지. 못날 수도 있지. 내가 무슨, 정석대로만 바르게 흠 없이 살 수 있겠어? 신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얘기야. 요가원에 가서 그런 기억들을 다 떨쳐버리고 오자.’


동작 하나하나를 할 때마다 그런 기억들을 날려 보낸단 생각으로 요가를 하러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쉬탕가 초급반이고 몇 번을 해왔던 동작인데 갑자기 잘 안된다. 다리가 더 당기고, 근육이 말을 안 듣는다.

‘아. 원점인가…’

내심 또 작아지려던 마음을 애써 다잡아 본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익숙해지니 긴장이 풀어져서 그럴 수도 있겠다.’


잘 안 되는 게 강사님 눈에도 보였는지 저번보다 자주 내게 다가와 동작을 다잡아 주신다. 나름 이게 맞겠지, 이게 최대지, 이게 최선이지 싶은 동작인데도 강사님 손길이 닿으면 몸이 더 늘어나고, 더 좁혀지고, 더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다.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강사님의 손에는 마법의 가루 같은 게 있기라도 한 걸까? 가령, 다운독 자세를 하면 내겐 이게 최선의 동작인데 강사님이 골반을 좀 더 뒤로 당기고 뒤꿈치를 잡아주고, 등허리를 터치해 주면 몸이 살짝씩 교정이 된 상태에서 유지가 된다. 내가 모르는 내 몸의 공간들을 찾아서 배치를 해주는 느낌. 아마 혼자 했으면 이런 느낌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느낌을 기억했다가 다음번에도 살려 비슷하게 동작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쉽진 않겠지만…


전보다 더 안되고, 전보다 더 떨리고, 전보다 더 아픈 동작들이었지만 쉽게 낙담하지 않고 오늘도 내 리듬과 컨디션에 맞게, 그러면서도 작게 작게 도전을 하며 아쉬탕가를 마무리했다.


사바아사나를 하는데 순간 자신이 조금 우스웠다.

‘햇병아리 주제에 무슨 잡념을 떨친다고 떠들었나…. 동작 하나도 제대로 못하면서 욕심이 너무 많았구나.’


요가를 할 땐 요가만 집중하는 것. 밥을 먹을 땐 밥 먹는 행위에 집중하는 것.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땐 볼일 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


그런 지금 하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게 제일의 명상이라 생각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첫눈과 함께하는 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