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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Mar 05. 2024

슬기롭게 버티기

Day 16


"스앵님 살려주세요."

​하는 소리가 목젖까지 치고 올라왔지만 이성의 끈을 붙잡고 겨우 삼켜냈다.

아니다.

사실 삼켜낼 힘도 없었다.

모든 근육들이 난 이제 글렀어- 라며 아우성친다.

겨우 이성을 챙긴 근육이라면 괄약근 정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오늘 요가는 진심...(요단강 건너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오늘 어땠어요?^^”

라며 상큼하게 웃으며 물으시는 선생님.​

“죽는  줄 알았어요^^”

라며 덩달아 웃으며 대답하는 나는 ‘어라, 이것이 조련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 선생님은 선생님이다.

하. 어질어질 하다.

어쨌거나 당떨어져 죽겠으니 집에 가서 빨리 포도당 사탕이나 먹어야지 하며 기어 왔다.​

할수록 늘어야 되는데

할수록 못한다.

확실히 어린 날 깡으로 버티며 하던 것들은 먹히지 않는다. 깡을 꺼내 쓸 여가 없이 눈앞이 깜깜해진다.

제길.

허나 그럴 법도 한 게 걷는 것, 요가 외엔 움직이질 않는다는 거다.

하루 종일 앉아서 밀린 것들 처리하기 바쁘니 가만히 앉아 있을 때마다 하체 근육이 풀려 나가는 게 느껴진다.

이거 원. 주말마다 산이라도 타야 되나.​

요령 피우는 건 싫고 무식하게 체력부터 따로 키워야 하는가 생각해 본다.

​하지만 원장님 말씀대로 한 번 속는 셈 치고 해 보자. 계속 계속하다 보면 언젠간 체력도 좋아지고 버티는 힘도 생길 거라 하셨으니 믿어보는 거다.


슬기롭게 버티기라고 제목을 썼는데 사실 요령이나 어떤 기술을 의미하는 슬기로움 따윈 없다. 혹시 뒤늦게라도 알게 되면 다시 글을 써보겠다.


지금은 그저 일단 하다 보면 잘 되리라 믿는 마음밖엔 방도가 없는 듯하다. 


체력이 약해 늘 살짝씩 주눅 들 때가 있는데 이런 마음 100번 먹으면 언젠간 나도 비교적 단단한 체력을 가지지 않을까?

그날을 위해 버티고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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