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콘텐츠 포맷의 반복
좋아 보이는 UX Writing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얻은 결론은
인생의 모든 면이 그렇듯 진리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이다.
진리를 몰라서 행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너무 당연하고 흔해서 진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UX Writing 컨설팅을 하며 이번에는 어떤 원칙이 필요할까를 생각하다 보면
결국은 상식으로 귀결되곤 한다.
이렇게 UX Writing의 몇 가지 원칙들을 정리하는 중인데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올려보려고 한다.
좋아 보이는 UX Writing 의 대표 주자 토스앱을 보자.
일상 용어, 쉬운 용어, 간결한 용어, 명료한 용어 등 좋은 UX Writing 의 비결이 수도 없이 많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이런 용어들을 돋보이게 하는 콘텐츠 '틀'을 꼽고 싶다.
포맷이 확연하고,
구획이 명확히 구분되며,
반복된다.
글자들이 안정된 틀에 편안히 앉아 있다.
1. 대제목
2. 상세 화면 링크
3. 아이콘
4. 콘텐츠 설명
5. 비쥬얼 도구
포맷을 세운 후 그 포맷을 같은 위치, 같은 크기, 같은 패턴으로 반복하고 있다.
위치, 크기 뿐만 아니라 타이틀의 줄수, 타이틀이 그 라인에서 차지하는 비중,
콘텐츠간 수직 관계 등까지 엄격하게 규정하고 따른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반복되는 틀이 존재하고, 엄격히 고수하면
글을 읽지 않고도 어떤 내용이 전개될 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 읽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2. 필요한 내용만 빨리 가져갈 수 있다.
3. 콘텐츠 안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4. 제품(또는 서비스)을 더 잘 알릴 수 있다.
(=사업의 목표에 더 근접할 수 있다)
토스 증권의 아래 정보도 보자.
자칫 강한 색과 큰 이미지에 묻혀 버릴 수 있는 텍스트들이 잘 읽힌다. 그 이유를 콘텐츠와 틀의 관점에서 보면 "Top 100"이라는 대구절이 반복됨으로써 읽을 글자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각 메뉴별 글자는 8~10 자이지만 실제로 읽어야 하는 글자수는 2~5자이다.
좋은 콘텐츠 틀을 만들어 효과적으로 반복하는 몇 가지 서비스들을 더 찾아보자.
비슷한 틀에서 콘텐츠가 반복되니 내려가다가 마음에 드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을 때 클릭하고 들어가면 된다.
제품 안으로 들어가도 같은 위치에 같은 규칙으로 카피가 놓여 있어 빠르게 훑어보며 필요한 정보만 빠르게 잡아갈 수 있다.
직관적이고 사용자 중심적인 디자인과 언어를 자랑하는 현대카드 웨더 앱도 반복 포맷을 잘 활용한다.
콘텐츠가 틀 안에서 움직이도록 얼마나 잘 지켰는지 그리드로 확인해 보자.
화면을 내려가다 필요한 제목만 잡아서 보면 된다.
시선이나 사고의 분산이 없다.
마켓컬리도 엄격하고 철저하게 관리하는 콘텐츠로 볼 때마다 감동을 준다.
어떤 제품을 보더라도 기대한 위치에서 기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미니멀한 포맷을 반복까지 하면 강조 효과가 떨어지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카피를 강조하기 위해 번쩍이는 이미지를 넣거나, 글자 크기를 키우고, 밑줄을 긋고, 색상을 바꾸는 등 많은 디자인적 장치를 추가한다.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미니멀한 틀 안에서 중요한 내용이 더 잘 부각된다.
그다지 특이해 보일 것 없는 그라데이션 막대바가 왜 이렇게도 튀는가.
작은 기호에 불과한 사각형 아이콘이 왜 화면에서 뛰쳐 나오려 할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검은색 레이블이 왜 이렇게 도드라질까.
배경이 깨끗해야 사물이 돋보인다는 디자인 원칙은
콘텐츠 디자인에도 동등하게 적용된다.
개인적으로 형형색색의 온갖 꽃들이 모인 화단을 싫어한다. 종류가 많아지면 아름답기도 어렵지만(다양한 종류로 아름답게 하려면 상당한 전문성과 경력과 안목이 필요하다) 어떤 한 꽃의 아름다움도 즐길 수 없다.
좋은 포맷을 만들려면 콘텐츠 우선 순위 작업이 선결되어야 한다. 온갖 콘텐츠가 서로 봐달라고 경쟁하고 있다면 우선 순위가 없다는 반증이다. 기업안에 해결하지 못한 상처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아프지만 상처를 직면하고 해결하지 못하면 좋은 틀을 만들 수 없다.
정리해보자.
콘텐츠 포맷 만들기
그리고 반복하기
날이 갈수록 콘텐츠 스타일 가이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끼게 된다.
"잘쓴" 콘텐츠보다
"일관된" 콘텐츠가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