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간결한 글
이전에 정리한 "좋아 보이는 UX Writing의 비결 1, 2" 시리즈가 글의 형식에 대해 정의했다고 하면 이번 글부터는 글의 내용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닐슨 노먼 그룹은 Concise, SCANNABLE, and Objective: How to Write for the Web에서 길고 어려운 글은 사용자의 읽는 속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한다. 같은 기관의 How Users Read on the Web에서는 길고 어려운 문장 대신 단어수를 반으로 줄인 간결한 글에서 사용성이 58% 향상되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 간결한 글이란 무엇인가.
전문 기관과 현업에서 정의한 간결함의 개념들을 살펴보자.
미국 Plain Language Guideline의 Be Concise 에서는 "모든 글자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확인하라"고 하면서
문장을 짧게 써라
주어 동사 목적어를 가깝게 배치하라
긍정어를 사용하라
짧은 단락, 짧은 문장을 쓰라
짧은 길이의 전치사로 대체하라
중복된 단어를 생략하라
과도한 수식어를 제거하라
같은 의미의 단어를 하나로 통일하라
고 말한다.
재니스 래디쉬는 콘텐츠 UX 디자인(원제: Letting Go of the Words)에서 없으면 안되는 내용에만 집중하는 여섯 가지 지침을 알려준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만 제공하라
자르고, 자르고, 또 잘라라
핵심부터 써라. 역 피라미드 형태로 써라
언어의 담장을 허물어라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라
용도별로 정보를 여러 층으로 나눠라
니콜 펜튼, 케이트 키퍼 리의 "스타일과 목적을 살리는 웹 글쓰기"에서는 간결하게 쓰기 위해 구조를 명확하게 잡을 것을 추천한다. 구체적으로
핵심 정보에서 시작하라
언뜻 봐서도 알 수 있게
문장은 간단하게
할 것을 제안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간결함을 어떻게 규정할까.
구글의 Material Design 라이팅 가이드라인은 원활한 내비게이션과 쉬운 발견을 위해 UI 텍스트를 짧고, 훑어 보기 용이한 단위로, 주제의 개수를 제한하라고 권유한다.
불필요한 디테일을 없앤 예시
주제의 개수를 제한한 예시.
이 외에도 "간결하고, 직접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정보만" 쓰라고 제안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라이팅 스타일 가이드은 간결함을 위한 몇 가지 팁으로
모든 단어가 의미를 가지게 하라
적은 단어로 의미를 포괄하라
핵심만 전하라
과도한 단어를 자르라
고 한다.
네이버, 라인, 밴드의 테크니컬 라이터 팀이 쓴 웹 기획자가 알아야 할 서비스 글쓰기의 모든 것에서는 간결하게 쓰기 위한 방식으로
불필요한 단어를 넣어 늘여 쓰지 않는다
중복해서 쓰지 않는다
조사는 꼭 필요할 때만 쓴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더욱더 짧게 쓴다
고 제안한다.
토스는 간결함을 "Weed Cutting(잡초 제거)"라는 내부 용어를 만들었다.
그럼 국내외 메이저 IT 기업들이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서 사용한 글이 얼마나 간결함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살펴보자.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 법률의 대상이 되는 거대 온라인 기업 구글, 애플, 네이버, 카카오를 선정하였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같은 의미를 담은 카피를 선정했다. 개인정보 보호 정책 중 수집하는 정보를 서술하는 카피이다. 로컬라이징 과정에서 의미나 원칙이 변질되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구글과 애플은 원문으로 보았다.
비교 카피가 위치하는 각각의 페이지는 다음과 같다. 비교하는 카피가 전체의 틀에서 어떻게 위치하는지 확인하자.
네이버 프라이버시 센터: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지버전
각 기업은 제목을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구글: INFORMATION GOOGLE COLLECTS
3개 단어
더 이상 뺄 단어가 없다.
가장 중요한 단어가 가장 앞에 배치한다.
대문자라 가독성이 떨어지지만 읽기보다 섹션을 구분하기 위한 용도라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애플: Personal Data Apple Collects from You
6개 단어
'information' 보다 'personal data'라는 더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한다.
단어수는 많지만 쉽고, 글자 크기가 확연히 커서 의미 전달에 지장이 없다.
personal이라는 단어가 있기 때문에 'from you'는 없어도 무방하다
중요 단어가 앞에 위치한다.
네이버: 수집하는 개인정보
2어절
모든 단어가 의미를 지닌다
제목과 본문이 불일치한다. 제목은 수집하는 개인정보 항목을 알려줄 것을 암시하는데, 본문은 개인정보 수집의 일반적인 개념을 다룬다.
카카오: 개인정보 수집
2어절
모든 단어가 의미를 지닌다
의미가 광범위하다
(본문의 상당 부분은 정보 항목을 알려주는데, 제목은 이보다 광범위하다. 실제 본문은 목적, 방침, 항목, 기타 상황까지 다룬다. 정확한 제목과 정보의 구조화가 필요하다)
구글: We want you to understand the types of information we collect as you use our services
"우리가 수집하는 정보의 종류를 당신이 이해하기를 원한다"
16 단어
대화체
사실 전달뿐 아니라 회사의 입장을 담았다. 친절하게 느껴진다.
글자수는 많지만 쉬운 단어를 사용하여 이해가 쉽다.
전체 글에서 가장 가중치가 높다(아래 이미지)
애플: Collect only the personal data we need
"우리가 필요한 개인정보만 수집한다"
7단어
모든 단어에 의미가 있다.
전체 글에서 보여지는 비중은 크지 않다(길고 작은 단락속 볼드체, 아래 이미지 참고)
네이버: 네이버는 회원가입 과정에서 서비스 이용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수집 및 활용합니다.
12어절
불필요한 단어가 많다.
의미의 중요성에 비해 전체 본문에서 비중있게 보이지 않는다(아래 이미지 확인)
카카오: 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요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8어절
불필요한 단어가 있다
오타
'서비스 제공'은 의미가 광범위하다.
기업 중심적이다.(사용자를 이해시키기 보다 기업의 필요가 더 크게 느껴진다)
"필요한 내용을" "필요한 만큼만" 보여주려면
서비스가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가
서비스의 브랜드 보이스는 무엇인가
경쟁 서비스와 어떤 점이 차별화되는가
이 목표와 관련하여 고객이 얻는 편익은 무엇인가
이 단계에서 고객이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정보를 더 잘 스캔할 수 있도록 적절한 콘텐츠 포맷과 글쓰기의 표준을 지켜야 간결한 글이 더 잘 보인다.
2017년 구글 IO How Words Can Make Your Product Stand Out (Google I/O '17)에서 패스워드 오류 메시지를 개선하는 작업을 상세히 설명한다.
전문 용어가 나오고 사용자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메시지이다.
몇 단계의 작업을 거쳐 Wrong password 로 고쳤다.
짧다. 명확하다. 핵심이 전면에 배치된다.
하지만 부정적인 단어로 시작되기를 원치 않았고, 구글의 브랜드와 어울리는 글이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That password doesn't look right으로 고쳐썼다.
덜 간결하지만 의미가 명확하고, 불필요한 말이 없고, 중요 단어가 앞에 배치되고, 구글스럽다.
간결함은 좋은 기준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구글의 UX 디렉터 김정은씨는 한·중·일은 정보량, 서양인은 심플…에서
"한국 중국 일본에서 성공한 앱을 살펴보면 무엇인가 귀엽고 많은 것이
담겨 있다"며 "반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심플해야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동양인이 보기에 서양의 앱은 만들다 중단한 듯한 느낌인 데 반해
서양인이 보기에 동양의 앱은 디자인을 잘못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라고 한다.
검색창 하나 있는 구글의 검색보다 검색창 외에도 많은 콘텐츠가 있는 네이버의 검색에 호감을 느끼던 건 동양 문화권의 공통적인 현상인 것이다.
간결함과 다양한 고려 사항과의 사이에서 조화점을 찾는 것이 현업의 도전이자 과제이다.
구글의 UX Writer Yvonne Gando UX Writing: Designing better product experiences에서 언급한 말로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Words are free
But How you use them might cost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