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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X Writing Lab Feb 18. 2020

박물관, 미술관 교육: 느린 아이 재능 키우기

박물관은 규모와 깊이가 방대한 역사 학교이다. 



나이를 막론하고 가장 가까운 박물관 하나를 들락날락하며 공부한다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국립 수준의 박물관이라면 얼마나 규모가 큰지 맘먹고 박물관 하나만 제대로 공부해도 평생에 끝나지 않는 공부가 될 수 있다. 전국 곳곳에 건립된 훌륭한 국립 박물관과 도서관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음을 깨닫게 된다. 







인문학, 철학이 삶의 통찰을 가져다준다 해서 태어나면서부터 고전을 펼쳐놓고 읽으라고 하지는 않는다. 글자를 배우고, 쉬운 책으로 책에 대한 호감을 키우고, 책의 유용성을 체험하며 수년, 수십 년에 걸쳐 단련한 후에 비로소 스스로 양서를 집어 들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박물관 또한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장기적인 접근과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박물관에 있어서는 서서히 애정을 키우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바로 달려들어 배우는 장소로 활용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국립 중앙 박물관 곁에 살며 자주 방문하다 보니 주말마다 선생님이나 부모가 아이 몇을 데리고 열심히 강의하고 받아 적게 하는 광경을 자주 본다. 이때마다 의문이 든다. 아이가 정말 박물관을 즐거워하는가? 또 그 인도자는 박물관을 정말 사랑하는가?
 



 

나는 어릴 때 박물관에 가서 이해할 수 없는
돌조각들을 놓고 받아 적고, 설명을 듣는 것이
참으로 지루했다. 




미술관은 어려운 곳이라고 생각했다. 이 반감은 꽤 오래 지속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한참이나 미술관을 멀리했다. 미술관에 대한 왜곡된 기억 때문에 아직도 박물관에 가면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습관적으로 튀어나온다. 이 기억을 떨쳐내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했다. 




모르면 어때, 이해되지 않으면 어때,
그저 좋은 느낌만으로도 미술관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단 한 점만 마음에 들어도 충분하다. 전혀 흥미가 없어도 상관없다. 뮤지엄샵, 뮤지엄 카페만 즐겨도 좋다. 클래식을 잘 알고 들으면 좋겠지만 그저 듣기 좋으니 흘려듣는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삼삼오오 아이들을 데리고 지시하고, 설명하고, 받아 적고, 문제 푸는 집단을 보면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박물관을 좋아해서 스스로 정보를 찾고 질문을 던지는 아이라면 교육적인 활동이 의미가 있겠지만,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쏜살같이 질주하다 마음에 드는 작품 한두 점을 슬쩍 보고는 다시 쏜살같이 제 갈 길을 간다. 




딸은 ‘대다수의 아이들’ 중 한 명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들어서자 박물관에 가기 싫다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했다. 답답하기는 했지만 내 어릴 적 기억이 있기에 잘못되었다고 탓하지는 않았다. 




전시회 탐방의 목적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반감을 갖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  







딸과 전시회에 갈 때 몇 가지 작전을 말해보면,  



큰 규모의 박물관은 한두 군데만 찍고 오기,

필요하다면 미션 주기, 

관심이 끊어진 듯하면 지체 않고 데리고 나오기

뮤지엄샵, 뮤지엄 카페, 주변 즐길 거리를 100% 활용하기

혹시 좋아하는 작품에 머물러 있다면 종용하지 않고 원하는 만큼 즐기게 하기

 


유물이나 작품에 꽂혀서 깊이 있게 파고들게 만드는 것은 엄마의 역할이 아니다.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방대한, 보석 같은 정보를 파헤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만 강요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그냥 그 안에 있는 자체만으로도 인류에게 충분히 크나큰 선물이다. 



다음 글부터 우리 가족이 전시회를 활용한 방법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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