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뜻밖의 질문이 더 무섭다. 아이들은 봐주며 질문하지 않는다.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다. 그런데 엉뚱한 질문들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어른들은 생각도 못할 의문이다. 거기다 아이가 묻지 않으면 어떤 표현을 모르는지 알 수도 없다. 책에 단정하게 밑줄을 그어두었다. 나중에 '내가 저런 걸 몰랐어?' 신기해하도록.
한국에 가는 것도 휴가를 가는 것도 둘 다 여의치 않아 고민이었다.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한국만큼은 아니어도 독일도 유럽도 더웠다. 휴가철이라 움직이는 건 비싸고 남편은 시간도 없다. 어차피 올해는 휴가가 어려울 거라 각오하던 차여서 실망하지는 않았다. 남편이 죽어라 일하는데 이 정도는 부응해 줘야지. 거기다 우리에겐 아직 가을 방학이 남아 있으니까.
글이야 어디서 쓰든 상관없겠지. 멋진 휴양지에 가면 신나서 글이 더 술술 쓰질 수도 있으려나. 아이의 여름 방학 동안 나 역시 방학 계획표를 따라 하듯 하루하루 글쓰기를 실천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습작의 시간도 없겠다고 마음을 바꾼다. 뭐가 됐든 결과야 하기 나름 아닌가.
<개와 고양이>를 읽고 아이가 다시 들고 온 책은 <우렁이 각시>였다. 오늘은 짱구를 여러 편 보고 싶은 모양이다. 이번에는 어휘를 물었다.
"총각이 소리 나는 쪽으로 다가가자 커다란 우렁이 한 마리가 있지 뭐야..."
예전에 읽은 적이 있는데도 그새 우렁이라는 단어를 잊어버린 모양이다. 우렁이가 뭐냐고 묻길래 다슬기나 소라와 비슷하다는 내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나 보다. 고개를 갸웃하며 또 묻는다.
"우렁이랑 조개는 어떻게 달라?"
흠흠, 그것도 훌륭한 질문이네. 우렁이는 논이나 연못에서, 다슬기는 강에서, 소라나 조개는 바다에서. 각각 사는 곳이 다른 거 아닐까? 한국과 독일과 미국이 다른 것처럼.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한국말을 잘하는 편이다. 한국에서도 유치원부터 독일학교를 다녀서 뮌헨에 적응도 빨랐다. 문제는 독일어처럼 한국어도 읽기가 딸렸다. 한글학교 담임샘이 지난 학기 내내 학부모들에게 당부한 것도 읽기였다. 어떻게 하면 읽기에 좀 더 집중하게 만들까.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가랑비에 옷 젖듯 읽기에 빠져들게 할 묘책은 없을까. 뾰족한 묘책은 아이가 죽도록 좋아하는 짱구였다.
방학 직전에 산 독일어 책을 아이는 하루에 4~5페이지씩 소리 내어 읽고 있다. 확실히 독일어는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된 것 같았다. 오늘도 혼자서 중얼중얼 10페이지를 읽고 스스로 부듯해했으니까. 한국 전래 동화책은 분량이 적어 첫 한글 읽기용으로 적당했다. 1권씩 소리 내어 읽고 나면 아이패드로 짱구를 본다. 효과는? 기대 이상. 어떤 날은 짱구 때문에 몇 권씩 읽기도 한다. 이만하면 아이 좋고 엄마 좋고. 어차피 보여주어야 하니 짱구도 한글 공부라 생각하는 게 낫겠다. 얼마나 재밌는지 나까지 빠져들 때가 있으니까. 엉뚱한 짱구네 가족 때문에 웃음이 끝일 날이 없으니 정신 건강에도 좋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