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집에 다녀오면서 요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세상에는 요리를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예전에는 그게 스트레스인 적도 많았다. 이유는? 나와 비교하는 마음 때문에. 괜히 주눅이 들었다고 할까. 지금은? 마음을 바꿔 먹었다. 내가 요리에 약하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 요리 덕후들과의 만남이 오히려 반갑기만. 셋만 모여도 스승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쉽고 괜찮은 레시피를 하나라도 건져볼까 그런 생각에 요리 고수들의 비법을 듣는 일이 즐겁다.
서울에 있을 때 노아 집을 처음 가서 받은 충격은 노아맘이 기계로 직접 슈패츨러 면을 만드는 것을 목격한 이후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떻게 면을 직접 뽑나. 그 용기와 정성이 가상했다. 노아맘이 말한 이유도 간단했다. 노아 아빠와 노아가 독일의 대표적 면 종류인 슈패츨러를 좋아하고 한국에서는 슈패츨러를 사기 힘들어서. 기계로 돌려 똑똑 떨어지는 수제 슈패츨러 면을 직접 삶아 먹으니 정말 맛있긴 했다. 살아 있는 그 면발은 일품이었다.
정작 독일에 와서 새로 이사 온 노아네를 방문하기 전까지는 슈패츨러를 잊고 있었다. 뮌헨에 와서 슈퍼에서 슈패츨러 면을 사 와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 먹어 봤는데 맛이 없었다. 차라리 더 맛있었던 건 이태리 음식 뇨끼와 라비올리였다. 예전에 언니가 이태리에 살 때 언니 집엘 가면 형부가 해 주던 뇨끼와 라비올리가 생각났다. 우리의 감자 수제비처럼 쫄깃한 식감 때문에 애도 좋아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조리법이 쉽고 간단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슈퍼에서 파는 뇨끼 500g 가격도 무지 싸다. 팔팔 끓는 물에 한소끔 끓이다 위로 떠오르면 체에 밭쳐놓는다. 금방 끓어오르기 때문에 넘치기 직전에 국수 삶듯 찬물을 두 번 부었다. 면이 더 쫄깃해지지 않을까 하는 계산에서였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너무 많이 삶을 필요도 없다. 소스가 준비되면 소스에 넣어 한번 더 화르르 끓일 테니까. 소스 준비는 파스타와 동일. 양파와 마늘을 올리브 오일에 익히다 토마토소스를 붓는다. 뇨끼 삶은 물을 육수로 쓰고 덩어리 파메산 치즈를 잘라 넣었다. 마지막에 생바질 잎을 얹어 먹으면 끝.
토마토소스가 질리면 페스토소스나 크림소스로 즐기는 라비올리도 있다. 속에 든 재료는 다양하게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내가 고른 건 느끼하지 않게 시금치 라비올리. 라비올리도 슈퍼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뇨끼보다는 삶는 시간이 조금 더 길다. 라비올리가 익는 동안 마늘과 양파를 올리브 오일에 볶는다. 팬에 삶은 라비올리와 국물을 조금 붓고, 페스토소스 한두 숟갈을 넣어 골고루 섞으면 끝! 면이 뻑뻑하다 싶을 땐 올리브 오일을 조금 더 넣으면 윤기가 돈다.
조금 더 부지런한 사람은 수제 페스토 소스를 만들면 맛은 당연히 비교 불가. 이태리 이모부의 쉽고 간단한 페스토소스 레시피를 공개하자면 이렇다. 바즐 잎, 마늘, 잣(혹은 아몬드 등 집에 있는 것 아무 거나), 덩어리 파메산 치즈, 올리브 오일(넉넉하게!), 소금을 넣고 믹서기에 갈면 끝. 서울에서 살 때 잣이 없어서 아몬드로 대체해서 몇 번 해 먹어 봤는데 얼마나 고소하고 신선한지 어떤 스파게티나 파스타에도 다 잘 어울렸다. 페스토 소스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은 역시 여름이다. 아래 중 추천 페스토 소스는 왼쪽의 제노바 산. 그 지역이 페스토 소스 본산이다.
페스토 소스로 만든 이태리 라비올리와 각종 페스토 소스
뇨끼(왼쪽) 라비올리(가운데) 슈패츨러(오른쪽)
미국 생활 3년을 보내고 온 노아맘은 여러 가지 면에서 편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먼지를 털고 쓸고 닦아 집과 가구가 반짝반짝 빛나는 건 그대로였지만 슈패츨러 면은 더 이상 직접 뽑지 않고 산다고 했다. 독일에서는 슈퍼에서 면을 사 와서 조리해도 맛이 훌륭했다면서. 신선한 버섯과 소스는 마기에서 나온 버섯 수프용 가루를 썼다. 크리미한 비결은 우유를 조금 붓는다고.
지난번에 우리 집을 다녀갈 때는 헤어지기 직전에 '머리를 안 빗는 건 여전하네요' 라며 웃더니 이번엔 만나자마자 그 말을 꺼내서 나를 웃게 만들었다. 노아맘의 머릿결이 항상 윤기 있게 찰랑거리는 건 빗으로 자주 빗기 때문이란 말인가? 일명 딱정벌레 차인 귀여운 비틀을 살까 말까 고심하다가 결국 BMW의 쿠퍼 카브리오 스포츠카를 샀다고. 갈 때는 가까운 U반/S반 역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갔는데 올 때는 노아맘의 새 차를 타고 역까지 나왔다. 스포츠카답게 얼마나 빠르던지! 미국에서 운전할 때보다 속도를 줄인다고 노력한 게 그 정도라고. 그녀의 말에 우리는 다시 큰소리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