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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Jul 11. 2019

나는 왜 독일 시어머니 밥상이 맛있을까?

배우고 싶은 독일 시어머니의 레시피


내가 독일 시어머니를 좋아하는 것은 밥상 때문이다. 얼마나 쉽게 뚝딱 차려내시는지. 같은 여자로서 존경스럽다.


내가 독일 시어머니를 좋아하는 것은 밥상 때문이다. 얼마나 쉽게 뚝딱 차려내시는지. 같은 여자로서 존경스럽다. 물론 한국의 우리 엄마가 매일 먹을 것도 없다면서 밥에 국에 된장에 나물에 김에 멸치볶음에 거기다 생선구이에 김치 부침개까지 빼곡하게 차려주시밥상같은 맥락이다. 한국 며느리는 매번 '넘넘 맛있어요!'를 외치며 맛있게 먹는다. 식탁 세팅과 식탁 치우기는  전담. 설거지는 식기 세척기가 거든다.


어제는 평일인데 남편과 아이와 셋이 슈탄베르크의 시어머니 댁을 방문하고 왔다. 이유는 북독일의 옛 동독 지방인 슈베린에 사는 남편의 형과 형수가 시어머니와 양아버지방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먼 길을 안부만 묻겠다고  건 아니고 이태리의 가르다 호수로 휴가를 다가 돌아오는 길에 하룻밤 들른 것. 1년에 한 번 연례행사처럼 형이 부모님을 찾아뵙방식이다. 신기한 건 그래도 괜찮다는 것. 남편의 형은 삼 남매의 장남인데 슈베린에서 가까이에 장모님을 모시고 산다.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나 부모님 생신 때도 패스다. 독일엔 제사 같은 것도 없고, 어머니 날엔 소포로 꽃다발을 보낸다. 형수는 양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아서 몇 년 동안 왕래를 안 하다가 이번에는 같이 왔다. 시어머니의 고관절 수술과 양아버지의 투병 등 여러 가지 일이 있은 뒤라 보기에 좋았다. 아무리 겪어도 놀라운 건 그냥 와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 끝이라는 . 아무렇지도 않게, 별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한 얼굴로 자연스런 대화가 오간다. 물론 개개인의 세세한 속사정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주에는 시누이 바바라가 차를 가지고 오스트리아로 휴가를 가는 바람에 평소처럼 기차로 슈탄베르크로 출발. 약속 시간인 6시 훨씬 전에 어머니 댁에 도착했다. 일찍 가길 잘했다. 야외 정원 쪽에 내놓았던 스트로 Straw 소파를 거실  이층 복도로 옮기는 것도 도와 드리고. 어머니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내실 일이다. 나중에  접시를 부엌으로 들고 가니 어머니가 20유로 2장 × 10유로 1장 총 50유로를 형네도 모르게 조용히 건네시며 소파 옮기느라 애썼으니 나와 남편은 20유로씩, 아이에겐 10유로를 주라 하셨다. 어머니 덕분에 지갑에  마를 날이 없는 며느리가 나라니.


마사지를 배우며 부모님들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쿨하게 축하해 주시니 좋았다. 지금 하고 있는 알바도 쉽게 말해 접시 닦는 일인데 개의치 않으신다. 열심히 에 점수를 주시는 것이.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어제는 두 분의 단골 풋케어 샵에 들르셔서 앞으로는 자주 못 올 다. 우리 며느리가 발마사지 자격증을 땄거든, 라는 말을 던지고 오셨단다. 얼마나 고맙 쑥스럽던지. 양아버지는 나와 남편과 우리 아이를 대놓고 칭찬하시는 바람에 형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


다시 어머니의 식탁. 독일 사람들은 생선 훈제를 좋아한다. 나는 훈제 특유의 연기 냄새 때문에 통 친해지지가 않는데. 그럼에도 생선을 안 먹는다고 먹을 게 없냐면 그렇지 않다. 어머니가 긴 바구니에 정갈하게 썰어오신 두 가지 빵, 검은 빵과 흰 빵. 올리브 오일과 파슬리를 뿌린 얇은 가지 구이. 연둣빛 아보카도와 치즈를 으깨 섞은 핑거 푸드용 토핑과 흰색의 그리스 차치키 소스. 그리고 살라미와 치즈만으로도 훌륭했다. 멀리서 가까이서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이 모두 모였다고 넉넉하게 준비하신 어머니의 풍성한 식탁 위로 여름날의 석양과 선선한 바람과 초록이 짙어가는 연잎들식욕 부추겼다. 맛은 상쾌하고 청량했다. 다음 주에는 어머니와 마멜라데를 만들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시어머니 정원의 연못(위)과 시어머니 이웃집 정원(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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