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제목은 <마의 산>. 원제는 Der Zauberberg. 영어로 하면 <매직 마운턴>이 되겠다. 왜 마법의 산일까. 그 산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마법의 산.
이토록 철학적인 산이 있다니. 산에도 철학이 있다면 말이다.오스트리아 티롤이처음은 아니었다. 작년 가을에는 이태리 쪽 남티롤에도 가지 않았나. 트레킹에 큰 기대를 가졌던 것도 아니다.티롤에 가면 당연히 트레킹이지. 알프스 자락에 발은 들여줘야 예의 아니겠는가. 온 가족이 바다보다 산을 좋아하니 가족 행사로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내 기억에 스위스는 깎아지른 산이 많았고 높았다. 그야말로 마의 산. 이태리 쪽은 나무가 울창했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쪽은 산이 소들의 천국. 스위스나 이태리라고 왜 소들이 없겠냐마는. 거기다 고개만 들면 저 멀리 병풍처럼 둘러선 산들이 왜 그리 철학적인지! 심각하다는 말이 아니다.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그림 같이 앉거나 철학적인 자세로 자석처럼사람 마음만 끌었을 뿐.
구름의 철학!
그 산에 오르고서야 알았다. 이번 여행에 들고 와야 할 책이 따로 있었다는 것을. 저 산 앞에서 <마의 산>이 아니고 무슨 책을 읽으랴. 그렇게 생각이 없었다니. 나 자신이한심했다.트레킹 다음날은 두 다리가 떨려서 아침을 먹으러 4층에서 1층 레스토랑까지 계단을 내려가는 일이 알프스 산을 하산하는 것 같았다. 그때만큼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시부모님의 럭셔리 호텔이 부러웠다. 하루를 룸콕하며통곡함..마의 산, 너는 어디에!
그때 손에 들었어야 할 책을 집에 와서읽고 있다. 뮌헨으로돌아오자마자 서가로 달려갔다.기억에 민음사 판인 줄 알았는데, 정작 책꽂이에 나란히 꽂혀있던 것은 두 권짜리 두툼한 을유문화사 판이었다. <마의 산>을 읽고 나면가을에 북독일 뤼베크의 <부덴브로크 하우스>를 가볼까.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까지는끝내고가나.한겨울 눈 덮인 <마의 산>의 배경 스위스 다보스는 어떨까. 독서하는 자에게이런 상상보다 더 즐거운 일이 어디 있으랴.
오스트리아 티롤 산.
우리말 제목은 <마의 산>. 원제는 Der Zauberberg. 영어로 하면 <매직 마운턴>이 되겠다. 왜 마법의 산일까. 그 산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토마스 만(1875-1955)이 뮌헨에 산 적이 있다는 것을 뮌헨에 오기 전까지는 몰랐다. 그는 뮌헨공대 청강생으로 있다가 이듬해부터 1년간 수학했다. 이후뮌헨공대 수학 교수의 딸인카타리나 프링스 하임과 결혼했다. 1912년 아내가 결핵으로 스위스 다보스의 요양원에 입원했을 때 3주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쓰기 시작한 이 작품은 집필부터 완성까지 12년이 걸렸다.20대에 쓴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로1929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20세기 최고의 고전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마의 산>은 시대 소설, 교양 소설, 철학 소설 등으로도일컬어진다.고산 지대베르크호프 요양원에서3주간 머무를 예정이었던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가 7년 간 지낸 체험을 다룬다. 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 직전에서 끝난다. 바그너와 쇼펜하우어의 영향으로 죽음에 대한 애착에서 니체의 생에 대한 긍정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토마스 만의 동성애 역시 작품에 잘 나와 있다. 작가로서의 커밍 아웃은 그의 유언대로 사후 20년 후 토마스 만의 일기와 함께 공개되었다. 나치 정권으로부터 국적을 박탈당한 채 미국을 거쳐 스위스 취리히 근교에서 사망했다.
오스트리아 티롤 산.
자, 이제 출발하겠다. 마의 산으로!몇 분이 동행해 주셔도좋겠다. 산행은 각자의 템포로 하되, 우연히 마주친 산장에서 열렬한 독서와 차 한 잔의 즐거움을 누릴 수있도록. 깊고 깊은 마의 산중에서 아는 얼굴을 만나는 것보다 더마법 같은 일은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