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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명희 Apr 11. 2022

귀한 사람이 귀한 사람을 만든다

PIDA Cambodia 시민교류_깜퐁스푸 쿰땅샤마을의 위드 사람들

시골 읍내 아침의 분주함, 캄보디아, 2016

교통체증이 점점 더 심해지는 프놈펜의 아침 러시아워를 피해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깜퐁스푸로 달려갔다.  '위드'가 운영하는 지역사회 영양보건 사업을 살펴보기 위해서 였다. 깜퐁스푸 쿰땅샤 마을의 미아김(Mea Gim)면장님을 인터뷰하였다. 위드의 보건영양사업은 코이카 ODA를 통해 지원되는 사업으로, 사업기간 동안의 PDM(Project Design Metrics, 코이카 사업 성과관리 도구)에 맞춰 사업은 잘 운영되고 있었고, 사업지역의 마을 면장님도 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첫번째인터뷰: 면장님 탓이 아니라, 질문 탓

쿰땅샤 마을 미아김 면장님, 2018


"마을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면 좋으시겠어요?"


면장님이 그리는 마을의 긍정적인 미래 궁금해, 우리는 미리 번역해온 '발전'에 관한 위의 질문을 드렸다. 면장님은 위드와 함께한 사업이 매우 좋았으며, 영양보건 사업이외에 추가지원을 받아 병원과 학교 등의 인프라도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후, 면장님은 진심인지, 추가지원을 받고 싶어서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한국이 지원하는 KOICA와 위드 사업에 대한 칭찬과 감사만 이어 가셨다.  (이날의 인터뷰를 나중에 곱씹어 보니, 그때 이장님이 제대로 답을 못하셨다기 보다, 그때 우리의 질문이 별로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중에는 위드가 어땠나? 위드와 함께한 사업이 어땠나? 지역에서 위드의 의미?는 과 같이 위드가 한 일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물으니, 칭찬만 나왔던 게 아닐까 반성한다. 현장에서 만난 암묵지가 많은 사람은 말이 자신의 통찰력 만큼 제대로 정리되지 않을 때가 있어 질문을 잘 다듬어 해야 한다.)


이리저리 질문을 달리하던 중 면장님께 위드와 사업하고 변화된 점, 팩트를 물었다. 그제서야 이장님은 '위드' 칭찬 일색이던 답 대신 지역의 변화된 상황을 설명하는 답을 주셨다.


전에 없었던 지식(영양보건에 대한)을 얻었으며, 지역 내에서 자원활동가 조직이 생겼습니다. 이들은 주민 영양봉사단으로 무지의 상태에서 지식 전달자로 역할 하게 되었지요. 자신들(주로 마을 어머니들)도 그 일을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는 건강이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위드가 보건영양사업을 통해, 몇명에게 위생교육을 진행했고, 영양식을 몇 명에게 몇 킬로그람이나, 얼마동안 지원했다는 말보다도 위의 면장님의 이야기가 임팩트 있게 들렸다. 자신의 안위와 생계를 생각하기도 버거운 마을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자원활동을 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 무지의 상태에서 배워서 자신과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어떤 숫자의 임팩트로 계산할 수 있을까?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자기효능감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봉사를 나서는 여성들이 마을에서 나오는 사업의 의미(임팩트)를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노트에 꾹꾹 별표만 여러개 그려 넣었다.

또한 면장님의 감정의 변화도 의미있는 임팩트다. 마을의 면장이 고픈 배를 채우고, 안전하게 잠자리에 드는 의식주를 해결하는 긴박한 지원요청에서 한단계 나아가 잘 살게(well-being)하기 위한 기본 상태로 "건강할 때 건강을" 생각하기 시작하게 된것은 마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 주는 시작이 될 것이다. 위드와 함께 이룬 7년의 변화가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성과물중심이 아닌 의식의 변화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위드의 사업방식이 궁금해져 두 직원을 연달아 인터뷰하였다



두번째인터뷰:  '짠디'는 어쩌다가 '위드 사람'이 되었는가?


짠디(Soung Chandy)는 위드직원 2년차지만, (사)위드와 인연은 8년차이다.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엄마와 같이 살면서 경제사정이 더 안좋아져 공부를 더 못하겠다 싶을 즈음 처음 위드를 만났다. 당시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컸다. 그러나 위드를 통해 만난 직원들은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경제사정으로 공부를 더 해나갈 수 없을 때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해 주었다. 짠디는 그 덕에 프놈펜 왕립대에 입학해서, 크메르 문학, 한국어를 이중전공 할 수 있었다. 대학 장학금을 지원한다고 졸업 후에 위드에서 의무복무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었으나, 위드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는 세월속에서 짠디는 위드를 사랑하게 되었고, 위드와 일하고 싶어져 졸업후 위드로 왔다.


오른쪽부터 PIDA 김경연, 통역자 리다, (사)위드 캄보디아지부 짠디


짠디는 인터뷰에서 '위드'에서 느낀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싸우고, 사랑을 못받아서 이기적인 사람인데 (위드에서 일하면서) 어려울 때 격려를 많이 받았고, 일을 잘 못해도, 잘했다고, 괜찮다고, 따뜻한 마음을 받았어요. 제가 제 능력을 알아요. 잘 못하는 것. 그런데 제가 일을 잘 못해도 격려해 주니, 따뜻한 마음이 있어요”


자신이 임파워(empower) 된다는 느낌을 말로 설명한다면


짠디는 위드에서 일하면서 성장한 것을 조리있게 설명해주었는데, 귀한 존재로 인정받으며 일하면서 느끼는 진짜 생생한 말이 었다.  

경제적성장- 위드에서 일하면서 엄마에게 돈드리고, 오빠 학비를 지원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실력성장- 위드에서 일하면서 영양에 대한 전문성이 생기고, 한국어 능력 늘었어요.

마음성장- 위드에서 일하면서 경험이 늘었고, 심리적안정감이 있어요.

관계성장- 위드에서 일하면서 지부장님(리더)와 관계가 좋고, 지부장님으로부터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일 배우고 있어요.


짠디가 위드직원으로서 제대로 인정받게 되니, 자연히 자신이 하는 일에 느낀 자부심과 여유가 생겼다. 이는차례로 짠디가 고스란히 주민들을 대하는 방식에도 이어진다. 짠디의 이야기 속에서 주민 한사람 한사람을 인정하는 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마을에서 사업 만족도 조사보다 중요한 지표


"저는 유아 이유식프로그램을 깜퐁스푸에 와서 진행하고 있었는데, 엄마들이 아이를 키운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해요. 개개인의 경험과 의견을 적극 수렴해 이유식 재료를 수급하여 제조해보고, 그중에서 완성도가 높은 것을 이유식 매뉴얼로 기록에 남지는게 제 일이에요. 이 일은 어떠한 지식보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의 경험과 실전내용이 필요한 일이기에 어머니들이 나누주시는 이야기는 빼놓지 않고 적어요." - 짠디 인터뷰 중


깜퐁스푸 꿍땅샤 마을의 엄마들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가 소중하게 여겨지자, 엄마들 자신도 본인들의 경험을 나누는 활동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분명히 경제사정이 안좋은 가정이 대부분이라 돈이 안되는 일을 하는게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노하우가 마을의 좋은 일에 쓰이기에 유아이유식을 만드는 일에 자원활동으로 참여하여 모두 적극적으로 돕는다. 그러다 보니, 그 안에서 엄마들의 영양 관련 지식도 풍부해져, 자신의 아이들에게 바른 식생활을 유도하고 있다. 짠디는 가끔 이유식프로그램 외에 마을에서 영양사업의 일환으로 가끔 엄마들에게 우유를 나눠주는데, 이 우유를 마을에 필요한 아이에게 더 나눠주는 경우를 종종 본다고 한다.


짠디는 위드가 함께하면서 꿍땅샤 마을에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마을 내에서 어려운 가정지원을 스스로 돕고, 위드가 없이도 서로 도와줄 수 있을 정도의 관계가 만들어 진 것이라고 꼽았다. 마을 주민들 위드의 프로그램 만족도 조사를 잘 주는 것 보다 그게 더 큰 수확이라는 말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세번째인터뷰: 2018년 서른 살, 신민서

(사)위드 캄보디아지부 신민서


영양학과졸업하고 바로 캄보디아에  그녀는 이미 할머니의 지혜를 가지고 있는  같았다. 그녀에게 할머니의 지혜를 가질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여러 질문을했다. 그녀는 현장에서의 목소리와  생각과의 괴리를 풀기 어려웠고, 혼란의 시간들이 있었다고 했다. 글로 배운 대로만 안되는 것은 캄보디아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바로 알았지만,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사업을 할 때 내가 알고 있다는 생각을 버려요"


신민서는 사업을 하면서 마을내 공동의 문제점을 찾아내, 그 문제를 가장 잘 대처하고 있는 가구를 찾아 모델링 하여 공동의 해결책을 만든다. 만들어진 해결책을 각 가정에서 실제 적용하면서 최적의 해답을 찾아 나가는 서로 배우고 행동을 개선하도록 한다.  신민서가 짠디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모자보건영양관리 사업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 된다.  사업의 성격상 주로 엄마들이 자원활동가로 나서주길 장려하고 있는데, 초반에는 나서는 사람이 없어 쉽지 않았다. 마을 여성들에게 자신이 위드 직원으로 많이 알것 같지만 결혼, 출산을 해보지 않은 사람으로 어머님들이 가르쳐 주셔야 한다고 조언을 먼저 요청한다. 먼저 대화를 여는 게 중요하다.  마을 여성은 대부분 문맹으로 남성보다 사업 속도는 더딜 수 있다. 하지만, 문맹이어도 지역에 기여하고자 하며, 배울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신민서는 여성들에게 강조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사업에 반영되는 것을 주민들에게 보여준다. 여성이 여성 자신을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 번 영양사업 이해 평가에서 문맹 어머니가 마을 모자보건영양관련 시험에 만점을 받기도 하고, 자원활동가 조직을 만들기도 한 것은 큰 성과다. 이쿰땅샤 마을에서 면장, 부면장 등 모두 남자이고, 여자 리더는 하나도 없다. 이러한 성취의 경험을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여성이 리더가 되는 것이 중요 하다. 다음 기수 여성 활동가들에게 직접 교육하는 것이 마을에 큰 힘이 된다.

사람을 존중하며 일한 결과는 마을의 성과로 남는다.  


“위드의 자원활동 교육받은 어머니의 경우,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할 때 긴장과 울먹임이 확연히 줄었고, 이걸 이제 할 수 있는 자신감과 성취감이 보여요. 실례로 활동가 어머니들의 생각을 듣는 피드백회의가 예전에는 10분이었지만, 이제는 2시간이 넘게 진행되는 것을 보았을 때, 어머님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진 것 아닐까요.”라고 이야기 했다. 고개를 끄떡할 수 밨에 없엇다.



리더가 가장 하기 힘든말을 항상 들으면서 성장한 활동가들


우리는 위드에서 일을 하는 방식과 프로젝트 성과를 바라보는 방식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이러한 남다름은 어디에 나오는 지 더 이야기하게 되었다. 신민서는 단박에 리더인 ‘000지부장님의 역할이 크시다’라고 이야기했다. 지부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평범한 리더와 다른 느낌이었다.


“000지부장님이 심적으로 위로도 많이 해주시고 공감을 잘 해주신다. 일을 좀 못해도 괜찮고, 진짜 지금 안될 것 같으면 미뤄도 괜찮단다. 내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신다. 내가 일을 할 때, 최선을 다하고, 무리하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페이스 조절을 해 주신다. 멀리 바라보고, 오래가는 것,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는 것에 대해서 얘기해 주신다. 내가 내 생각이 강하다는 것을 아는데, 그 생각을 존중받으면서도 보살핌 받는 느낌이 들때, 내가 좋은 공동체에 있다는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은 세상이 더 공정해지고 평등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사회나 제도들도 변화했다. 그러나 세상이 정말 더 공정해지고 평등해졌다는 것을 어떻게 개인에게 자각될 수 있을까?

나는 위드에서 그 실마리를 본 것 같다. 활동가나 단원을 제한된 기간에 이 일을 해 줄 사람이 아닌, 사람으로 보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일을 못하고, 미루는 것을 조직은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 까?

개인의 전체 삶을 공동체에서 함께 보고, 그 삶의 이 기간에 어떤 경험을 하면 좋을 지 고민하고, 조직뿐 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서 그 다음 방향이 어디가 되면 좋을 지도 같이 고민해주고 있는 위드의 리더십이 그랬다. 리더가 가장 하기힘든 말은 짠디, 신민서가 지부장님한 테 들었던말 "일 못해도 괜찮아" 아닐까? 일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어떠한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요청해서 누린다는 것 자체가 어떤 사람에게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일 수도 있다. 특히 생계에 위협을 느끼거나, 어려움을 느꼈던 사람에게는 일터의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럴 때 일하는 사람은 경우 회사를 위해 자신의 일터에서의 권리를 가장 먼저 알아서 포기하기 쉽다. 깜퐁스푸에서 세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고 귀하게 여긴다는 추상적인 말의 실제를 보게 되었다.  

쿰땅샤 마을을 나오며, 캄보디아 깜퐁스푸 2018


* 나는 아직도 그 000 지부장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우리가 깜퐁스푸에 갔을 때, 한국 출장 중이셔서 못뵈었고, 그 후에는 다시 찾아 보질 못했다. 누군가 이글을 보는사람이 있으면 000 지부장님 이름을 찾아 주세요.


위드는 한국의 식품영양전문인들이 모여 한국내 결식 아동들을 위한 도시락을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2006년부터 외교부에 등록된 NGO로 긴급한 필요인 구호와 구제활동을 함과 동시에 지속적 지역역량개발, 국제영양구호 및 식생활 영양개선 활동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개발협력 단체이다. 현재 캄보디아 내 주요사업으로는 임신수유부와 영유아에 대한 보건영양지원 사업, 올바른 위생습관과 건강관리를 위한 교육사업, 지역식품개발을 하고 있다. 우리가 방문한 캄퐁스프 사업지역에서는 2017년부터 영유아, 산모를 위해 현지 작물을 활용한 영양 보충식을 개발하여 17개 마을 5000여명에게 배포하고, 이를 통한 영양학적 우수성이 확인되어 사회적기업 설립을 고민하고 있었다. 2020년 위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본사업은 코이카 민관협력사업 1단계 사업을 2019년 성공적으로 마치고, 2020년 부터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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