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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명희 Apr 11. 2022

왜 그러셨어요?

PIDA Cambodia 시민교류_ 잘 안될 것 같은 사업들

'발전'을 제대로 알고 싶어, 캄보디아에서 좋은 사업이라고 소문난 조직의 대표나 담당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조직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조직의 효율성이나 수익성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내렸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지역주민과 지역에서 사업을 하면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을 주민들과 함께 먼 길을 돌아가는 과정을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어차피 필요한 일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추진되어 더 편리해지거나 더 넉넉해지면 좋을 텐데 말다. 아니, 예산이 마련된 일이라면 필요한 일은 일사불란 착착 진행되면 더 좋지 않나? 왜 그런 의사결정구조로 시간을 보내시지, 하면서 조직 대표나 담당자와의 이야기 끝에 우리는 자주 같은 질문을 하게 되었다.


"왜?? 그러셨어요?... 그렇게 하시면....^%$^%&&^%$657 일 텐데"


그 질문에 돌아오는 긴 대답의 끝은 거의 이런 엔딩이었다.


"구성원 개개인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려고 했어요." (그래야 되긴 하는데... 알겠고요...)

"사람이 귀하잖아요." (아아아. 너무 원론적인 얘기잖아요. 나는 다른 상상을 하러 온 사람인데.)


소위 잘된, 성공적인 사례라고 이름 올릴 만한 프로젝트와 단체를 방문하여 단체가 이렇게 (훌륭히) 운영된 까닭을 물으니 그 황금 비법이라고 알려준 사실이 이토록 시시한(?) 답이었기에, 이를 조금 더 숙고해볼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사람들의 이사정 저사정 다 헤아려 가면 사업이 조직적 효율성을 지키지 못할 텐데, 왜 이런 사업들이 훌륭하다는 평을 들으며 오래 지속되는 건가? 


  나는 개발도상국의 사업, 특히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일을 해왔다. 각 사업을 지원하고 평가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때 내가 중요시하는 것은 일(사업)이 제대로 되는 것이었다. 아니다. ' 적시에' 제대로 수행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아니, 아니다. 제안서에 적힌 대로가 맞다.) 하는 일이 취약계층과 빈곤층을 지원해야 한다는 사회적 목표를 가지고 있어 일이 복잡해지더라도 그 과정을 감수한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가난한 나라에 어려운 사람 돕는 개발협력하는 사람인데, 남들 보는 눈앞에서, 이성적으로 그래야지라고 생각하고 마음속 쌓이는 짜증을 숨겼던 것 같다. 제안서대로 안 되는 상황이 오면 일단 습습 후 후 "괜찮습니다. 어쩔 수 없죠"하고는, 속으로는 (왜 저렇게 일할까, 다시는 같이 일하지 말아야지) 마음속 블랙리스트를 새기며 씩씩거리며 야근을 했던 기억이다. 


그런데 항상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이렇게 손에 꼽히는 사업이 된다니, 나도 사업 매니지(관리) 잘 해내는 능력자고 싶은데, '사람이 먼저'라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그게 그냥 만사 제치고 사람만 위해서 될 일인가? 내가 나를 위해서 사업계획서 따지고 그러나? 다 그 사업 잘돼서, 그 나라 '발전'을 위해서 그러는 거지!

그리고 아무리 사람이 중심이라지만, 최소한 우리에게 도움받으면서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할 텐데. 그리고 어려운 사람이 더 잘 사는 것을 돕고자 돈을 낸 기부자를 생각해서라도, 공기관에서 쓰이는 국민의 세금을 생각해서라도 제안서 적힌 대로 안되면 곤란할 텐데.... 그 어떻게는 말만 그렇지 실제는 아닐 것 같다는 조바심으로, 구성원이 중요하다 운운하는 분들에게 집요하게 그 내용을 상세히 물어 일단은 적었다. 고엘공동체가 그 첫 번째였다.


왜 그러셨어요?라는 질문에 시시한 답을 내는 사람들, 고엘공동체, 한정민, 서윤정 창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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