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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명희 Apr 11. 2022

깍쟁이가 리더가 되기까지

PIDA Cambodia 시민교류_고엘공동체 '걸리안' 대표

“재봉공장에 다니다가, NGO에서 직업교육으로 메이크업 훈련을 받고 2007년 4월 22일 고엘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입사일을 기억 못했지만, 고엘에서 일하는 것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그 날짜를 되짚어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고엘공동체 걸리안 대표, 2018


      올 해 10년 째 고엘공동체에서 일하고 있는 걸리안(Guylian)이 인터뷰 중에 한 말이다. 걸리안은 남자아이 둘, 여자아이 하나 어린 3남매를 건사하면서도 고엘공동체를 이끄는 슈퍼우먼이기도 하다. 걸리안은 16살이던 1999년에 다께오에서 집안 사정 때문에, 프놈펜으로 이사 왔다. 당시에는 재봉 공장에 다녔는데 힘이 들어서, 이후 한국의 NGO에서 하는 봉재 직업교육을 받고 고엘 소개를 받아 합류하게 되었다. 걸리안은 시골에서 도시로 와서 고생하며 일해 온 만큼 회사 생활을 잘했고, 당연히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인지를 따박따박 먼저 따졌다. 그 깍쟁이 걸리안이 고엘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입사일을 다시 찾아보고 기억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근무연차를 셈하려고 언제부터 고엘 다니셨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 고엘공동체를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내 마음에 들어와 박혔다.


현재 대표 걸리안(우)과 초대대표 쏨낭(좌), 프놈펜 고엘샵 2018, 각각 3남매 5남매의 엄마다. 이제는 많이 컸을 아이들


어떤 것이 그녀를 변화하게 했을까?


걸리안은 이제 10년 넘게 재봉, 매장 운영을 했던 경력으로 다른 곳에 간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걸리안은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고엘공동체가 걸리안에게 그동안 넉넉하게 보수를 준 것도 아닐 거 고, 특별히 잘해준 것도 없을 텐데 왜 걸리안은 어려운 리더의 자리에까지 올라 다른 사람의 보수를 먼저 챙기고, 함께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고민하게 되었을 까? 걸리안의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다니던 공장은 사람을 사람으로 배려하지 않았고, 사람을 회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 하는 곳이었어요. 옷을 만드는 공장이었는데, 재단, 재봉, 단추, 지퍼, 품질 체크 등이 각기 분업화되어 있어 여러 해 일하고도 옷을 만드는 전체 일을 배울 수 없었어요. 사람의 상태에 관계없이 하루 100개 단추 박음질 등 계량화 된 목표를 정해 놓았고, 목표 달성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화장실을 다녀오는 작은 행동도 감시, 제약을 많이 받았기에 건강도 안 좋아 졌어요.”


걸리안, 고엘공동체 작업장에서, 2011


걸리안은 고엘에서 일하게 되면서 사업 전반에 대해 배우는 게 많아졌다. 공장을 오래 다녔어도, 단추다는 재봉틀만 할 줄 알았는데, 고엘에서 일하게 되면서 전체 사업을 경영하는 것을 배웠고, 성실히 생활하는 것, 마음 가짐을 배웠다. 고엘에서 웬만큼 일하고 나면 향 후 작은 가게를 운영할 수도 있게 될 정도가 될 수 있다는 확신도 들었다. 걸리안은 고엘이 작은 기업이며 월급도 공장보다 적지만, 일터로의 만족감은 대형 공장보다 크다고 했다.


"고엘공동체에서는 어떤 구성원도 일을 하다가 어떤 것을 모른다고 면박을 받은 적이 없어요. 새로운 일을 하게되는 경우, 하나하나 가르쳐 주고, 모른다고 해도 질책하지 않아요. 먼저  일을   있는 방법을 보여주고, 살펴봐 줘요.  해오던 일이고 자기가 오래 맡아서 해온 일에  실수가 있으면 문제가 되죠. 그러나, 이때에도 문제가 생기면 해결할  있는 방법을 담당자의 책임이 아니라, 구성원이 함께 고민하도록 해요"

                                                                                                                    

회사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내가 무엇을 모른다고 가르쳐 달라고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또한 내가 담당으로  일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으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에 문제를 덮거나 작게 하려는 경험도 있을  있다. 회사에서 또는 삶의 어떤 경우에도 차근차근 가르침을 받거나,  책임으로 생각한 문제를 우리로 옮겨 함께 생각해  경험은 드물다. 고엘에서 한 사람  사람은 그러한 고엘에서 일하면서 그런 경험이 생겼고,   느낀 감사함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해줄  있는 힘이 생긴거 같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돈을 버는 경우는 절박하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 인지상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실수하는 사람, 더딘 사람을 매순간 달가워하긴 어렵다. 그러나, 그런 사람을 나와 같은 사람으로 인정하고 귀히 여기는 중에  또한 귀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걸리안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수 있었다.


걸리안은 또 한가지 고엘이 좋은 이유를 들뜬 표정으로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고엘공동체에서는 아이를 데려와 일할  있어요. 아이를 돌보면서 작업을  경우,  속도가 더딜  있지만, 아이와 엄마 또는 아빠가 함께 있기에 안심이 되죠. 캄보디아는 영유아 아동을 돌보는 탁아소 시설이 모두 유료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유료 유치원에 보낼 형편이 되지 않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어린 아이를 집에 방치하고 일하러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교육은 어렵다 치더라도, 당연히 무슨 사고라도 날까 걱정이 되죠. 그래서 고엘 직원들은 논의 끝에, 작업장에 아이를 데려와서 함께 돌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아이가 있는 직원  사람씩 돌아가며 아이보는  당번을 했었는데, 업무의 흐름에 지장이 가는 경우가 있어 사업이 잘되면 아이 보는 사람을 따로 구하려 하고 있어요. 당연히 아이가 있으면 일에 방해가 되기는 해요. 돈을 버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용이 되는  알지만, 고엘에서 일하면서 식사 때마다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은 굉장한 행복이에요.”


기업의 입장으로는 직원에게 아이가 어떠한 의미인지,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없는  길을 돌아가기였다. 그렇지만, 아이와 함께 하기 위한 최선을 고민해온 세월들이 고엘에 쌓여 고엘을  단단하게 하고, 기업이 단순히 돈만 버는 곳이 아님을 대표뿐  아니라 구성원 하나하나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고엘에서 아이를 가까이에 두고 일하면서 아이를 일하는  방해요소가 아닌, 사랑으로 대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걸리안은 말했다.


걸리안 자신도 고엘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라고 얘기하면서 "고엘에서 일하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고엘에서 가장 큰 배움은 사람이 같이 사는 법을 배운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걸리안을 있게한 고엘공동체의 임팩트를 우리는 어떻게 따질까? 한가지 확실한 건 '돈'이 필요하지만, 돈 만으로는 안된다. 고엘공동체를 통해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사업을 이끌어 가는 게 뭔지 배웠다.






고엘 공동체

고엘은 2006년 캄보디아에 설립된 사회적기업이다. 시작은 2006년이었으나, 베틀 한 대와 직원한명으로 시작하여 20여명의 직원과 베틀가정 60곳(많을 때는 120가정)을 이루기 까지는 많은 노력과 세월이 필요했다. 창립자였던 서윤정, 한정민 선교사 부부가 직조나 천연염색에 전문성이 있어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다께오 지역을 돕고자 할 수 있는 일을 마을에서 1년정도 살펴본 결과가 천연염색과 베틀직조를 통한 패브릭사업이었다. 고엘의 주 사업지역인 다께오(Takeo)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남쪽으로 120km 거리로, 과거에는 주로 농사를 지으며, 집안마다 고유의 문양으로 옷을 지어 입는 지역이었다. 프놈펜 외곽에 공장이 많이 생겨나면서, 다께오의 젊은 사람들은 점점 도시 주변으로 이동했다. 더 이상 옷을 베틀로 짜서 입을 여유는 없어졌다. 그 시간에 공장에 가서 일하고 월급을 받으며, 그 돈으로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값 싼 화학염색 옷을 사 입기 시작했다. 집집마다 하던 염색은 빛을 잃은 지 오래고, 직조마저 더 이상 집안에서 하지 않게 되었다. 한선교사는 한국에서 빠른 산업화로 잃었던 삼베, 모시와 같은 전통을 지금 되살리고자 하는 것처럼, 캄보디아도 이러한 전통을 다시 찾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를 위해 문화를 지켜주고, 현재 지역에서 사람들이 더 이상 공장으로 가지 않고, 지역에서 일하기를 바랐다. 창립 당시부터 고엘공동체는 자연에 서 온 재료를 이용해 면사를 직접 천연 염색을 하여 손베틀로 천을 직조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 제품 원재료 수급을 돕고, 천을 직조하는 일을 통해  수입 발생이 가능한 생산구조를 만들어 공동체가 자립하도록 한다. 캄보디아 내에서 구할 수 있는 20개 이상의 자연재료로 염색을 하고, 색을 견고히 해주는 매염제 역시 초목을 사용하여 실타래 염색을 하고 소량의 베틀 직조 패브릭을 생산한다. 고엘의 물건들은 자연에서 온 재료를 사용한 옷감으로 자연스러움, 피부에 닿는 좋은 느낌을 선물하고 있다. 고엘과 함께 하는 주민들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도시로 공장으로 떠나지 않고, 자신이 살고 싶은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삶을 꾸리며, 베틀을 짜는 부업으로 생활비를 벌 수 있다. 이러한 부업은 농사가 주요한 시골에서 베틀을 통해 버는 돈은 현금이 아쉬운 때, 작지만 든든한 안전망이 된다. 도시 변두리의 공장 노동자, 관광지의 서비스직 종사자보다 적게 벌지만, 마음의 행복과 여유를 갖고 생활할 수 있다. 고엘공동체의 제품은 세계 공정무역기구(WFTO) 인증을 받았다. 한 번 구경해 보시길 http://www.goelcommunit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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