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척' 하는 사람이 싫은 이유

<Hater가 세상을 사랑하는 법>

by 마림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게 어려운 시대가 왔다.


사진이나 영상의 진위를 구분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관계 속에서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구별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보이는 모습이 중요한 세상에서, 소위 '진짜'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물론 관계에 있어서 명확한 '진짜'라는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바라보고 믿는 그 사람의 모습이 지나치게 헷갈리고 혼란스러운 지경에 이르면, 삶은 무척이나 피곤해진다.


피곤함에 지쳐버린 삶에서 점점 더 담백함에 목마르게 된다. 예상 가능한 사람,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사람, 만나면 편안한 사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사람에게 내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귀엽게 느껴지는 '척'도 있다. 잘생긴 척, 귀여운 척, 예쁜 척, 유쾌한 척, 괜찮은 척.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자기 자신이 조금 더 괜찮아 보이고 싶은 귀여운 마음에서의 '척'은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불편한 정도로 과도한 상황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악의는 없어 보인다. 그런 '척'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시선도 관대한 편이다.


불편함을 느끼는 '척'이 있다. 특별하지 않은 데, 특별한 척. 돈이 많지 않은 데, 돈 많은 척. 나를 위한 일인데, 너를 위한 척. 바쁘지 않은데, 바쁜 척. 어리석은데 똑똑한 척. 이런 '척'들은 자기 자신을 거짓의 포장지로 감싸고, 다른 사람을 속인다. 속이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대부분 남을 평가하고 지적한다.


'너 이렇게 살아야 돼. 너 그렇게 하면 안 돼. 나는 이렇게까지 해봤어. 너 지금 그게 괜찮다고 생각해?'


날이 선 말들로, 상대를 위한 '척'하는 말들은 도움이나 위로가 되기보다는, 어쩌면 너보다 내가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자랑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 속에서 우월감을 느끼는 건지 헷갈릴 정도의 염세를 갖게 한다.






진짜 상대를 위하는 사람이 어떤 '척'을 할까?


노력을 통해 성공을 한 사람은 상대에게 꼭 필요한 책을 선물해 줄 것 같다.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은 조용히 계산을 할 것이다. 진짜 똑똑한 사람은 말을 아끼고,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한 말을 할 것이다. 정말 바쁜 사람은, 티 내지 않아도 바쁜 것이 드러난다. 상대방은 바쁜 사람이 시간을 낸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똑똑하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서 이 사람이 '척'하는 것인지, 나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지 느껴지기 마련이다. 가끔 곰 같은 여우들이 블러핑을 할 때도 있지만, 그 정도는 속아주며 살아가도 된다. 모든 사람이 진실되고 담백한 것은 어차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은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일을 할 때, 가족을 만날 때, 편한 친구들과 있을 때, 불편한 자리일 때. 제각기 다른 내 자아가 튀어나온다. 나 또한 어떤 자리에서는 좋은 사람인 척, 지성인인 척, 내향인인 척,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척'을 한다. 그 가면이 악의가 없고,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필요한 거짓이라 생각한다.


다만, 내 주위에는 담백한 사람들이 있었으면 한다. 나 또한 그들을 담백하게 대하려 한다. 부족하고 모자라더라도, 진실된 모습으로 표현하려 한다. 거짓이 만연하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편하게 믿고 숨 쉴 수 있는 숨구멍을 만들고자 한다.






믿음이 있는 관계에서 배려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고, '척'을 이해하는 범주도 넓어진다.


결국은 사람을 만나는 관계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찾지 못할 것이다. 그 안에서, 서로를 조금 더 믿을 수 있고, 편안해지기 위해 담백하려 애쓴다.


내 주머니에 총이 있다면, 상대도 언제든 장전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두 손을 들고 말할 것이다.


'너에게 공격할 의사가 없어. 난 널 믿으니까.'


이것 또한 나의 착한 '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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