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1
올해도 어김없이 빼빼로 데이가 찾아왔다. 편의점에서는 ‘빼스티벌’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이 작은 과자를 가득 쌓아두고 있다. 원래 우리 편의점에는 빼빼로가 거의 없었는데, 단 일주일 사이에 매대를 가득 채운 빼빼로들이 꽤나 압도적이다.
작년 이맘때를 떠올려보면, 사실 빼빼로 데이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었다. 집 밖에 나갈 일이 거의 없었고, 당연히 누구에게 받을 일도, 줄 일도 없었다. 그땐 내 일상에 사람이 거의 없었으니까. 관계에 대한 필요도 감흥도 느끼지 않았던 때였다. 오히려 편했다.
지금은 분명히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출근길에 만나는 동료들, 매일 아침 마주치는 카페 사장님, 커핑에 참여하는 여러 낯익은 얼굴들. 그런데도 관계의 거리는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빼빼로를 주고받을 친구도, 이 날을 핑계 삼아 함께 웃을 사람도 없다. 가끔은 이런 관계를 더 깊이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그럴 때마다 ‘친구’라고 부를 누군가가 없는 내 현실이 새삼 아프게 다가온다.
오늘 아침엔 커핑에 다녀왔다. 불특정 다수의 커피 애호가들이 20명 남짓 모였고, 몇몇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던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 친밀하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온라인에서 익숙한 얼굴이 실제로는 처음인 사람도 있었고, 모임의 성격이 그렇듯 서로 이름을 주고받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저 커피 향과 맛을 음미하며 짧은 시간에 집중할 뿐이었다. (이조차도 어렵게 느껴지지만 이 글에서 이야기 할 거리는 아닌거 같다.)
이따금 주고받는 인사나 가벼운 대화가 전부인 관계들 속에서 외로움이 밀려온다. 내가 감정을 나누고 싶은 순간에 이걸 주고받을 친구가 없다 보니, 관계에 대해 더 나아가야 할 부분이 많다는 걸 매번 느낀다. 그렇게 부족한 관계의 틈 사이로 외로움이 스며든다.
만약 내가 빼빼로를 준비했더라도 양이 부족했을 것이다. 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왔고, 커핑이 끝나고 누군가는 간식으로 가져온 디저트를 두었지만, 나눠 먹을 시간도 없었다. 결국 아무도 디저트를 손대지 않은 채 떠났고, 아마 커핑을 준비해준 카페의 사장님과 직원들이 그걸 먹게 되겠지.
지금 내 인간관계는 선뜻 나눌 사람도, 받아줄 사람도 없는 채 그저 테이블 위에 놓인 디저트와 같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혼자다. 주변이 북적여도, 인사를 나눌지라도, 그걸 넘어서는 관계의 온기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언제쯤 나도 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게 될까. 어떤 연결도 되지 않은 외딴 섬같은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