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한 첫날
Day 1. 24.07.25 p.m 12~5
카페에서의 첫 근무일은 설렘과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1화에서 설명했듯이 오후 12시부터 5시까지 파트타임으로 근무합니다.
집에서 지하철로 3 정거장, 역에서 5분 거리였습니다. 40분 가까이 걸릴 줄 알았는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지하철을 기다리는 등 최적의 속도로 간 것도 아니었어요. 오늘은 11시에 나와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는데, 앞으로 11시 20분에 출발하면 12시 전 여유 있게 도착할 것 같습니다.
첫 출근부터 실수와 배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일찍 도착했을 때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사전 준비나 업무 숙지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낯선 형태의 앞치마를 입는 것조차 어려워 민망했습니다. 사장님께 먼저 다가가지 못해 지적도 받았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커피 제조 업무는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에스프레소 추출, 아메리카노, 아이스 라테 제조법을 배웠습니다. 처음으로 침칠봉이나 오토 탬핑도구들도 사용해 봤지요. 바리스타님들이 자주 말씀하신 '커피를 정성스럽게 내리기' 어려운 이유를 몸소 체감했습니다. 원두 양은 체크하고 머신에 장착하기까지는 꼼꼼히 했지만, 추출하면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에스프레소가 나오는 동안 컵에 얼음과 물을 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추출을 직접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음료에 관한 레시피도 근무하기 전 제공받았습니다. 총 15가지나 되었지만 사실 하루에 나가는 종류는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눈으로 레시피(빌드)를 익혀두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결국 내가 해보지 않으면 단순 암기에도 어려움이 있을뿐더러 체득이 되지 않음을 압니다. 그렇지만 카페의 기물이나 재료를 재량껏 쓸 수 있지는 않고 제조 자체가 어렵지는 않아 주문이 들어올 때 집중을 해서 숙지해야겠습니다.
우리 카페의 분명한 차별점은 초하이엔드 라인업입니다. 잔당 4-6만 원 하는 커피도 상시 판매합니다. 이런 커피를 상시 판매하는 곳은 전국에 아마 저희 카페 말고는 없을 겁니다. 향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핸드드립으로만 내립니다. 다만, 오늘 팔리지는 않아 아쉬웠습니다. 대중들이 접하기에는 가격 허들이 너무 높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비교적 저렴한 에티오피아 라인업이 4-5잔 정도 나갔습니다. 이런 커피를 소비하려면 결국 외부 홍보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퇴근하고 돌아오는 애호가들에게 더 먹힐법한 커피이기 때문에 낮시간에는 소비하는 사람이 적었을 수도 있겠지만요. 조용히 여러 영업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커피의 특징을 잘 알지 못해 스스로 설명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내일은 조금 일찍 와서 음료 레시피를 다시 보며 매장 핸드드립 라인업 커피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곁들일 수 있도록 숙지하려고 합니다.
설거지는 물로 헹구고 식기세척기에 담가두는 방식이었습니다. 문도 따로 없었습니다. 식기세척기 가동은 아직 알려주시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나중에 쓰게 될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자세한 가동방법은 알려주시지 않아 당장 고민할 필요는 없어 보였습니다.
업무 흐름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점심시간보다 오히려 1-3시가 더 바빴고, 주문은 윈도 태블릿 키오스크로 받았습니다. 근무 마지막에는 핸드드립 커피 추출을 시도해 보고, 사장님께 레시피와 커피 철학에 대해 배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 지식의 한계를 느꼈지만, 동시에 더 배우고 싶은 의욕이 생겼습니다.
이 글이 올라갈 오늘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예정이고, 수습 기간에는 10% 급여가 감액된다고 합니다. 지원할 때 고지되지 않은 내용이라 아쉽습니다. 10만 원이 깎이는 건 아쉽지만, 경력 없는 저를 받아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수습기간에 더 많은 퍼센트가 깎이는 경우도 많아 조용히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또 이 말은 내일도 오라는 뜻과 다름이 없고요. 어찌되었든 오늘 하루는 버텨내고 내일까지는 다니게 되었네요;
당장 체력적으로는 크게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이 일만 한다면 무난하게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바를 끝마치고 매주 목요일 저녁에 하던 '퍼블릭 커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9시 가까이 되었습니다. 이러고도 지금 바로 글을 쓸 여력이 남아 있는 걸 보니 체력적인 문제는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제 산 샌들을 좀 작게 사서 다리가 좀 아픈 것만 빼면요. 하지만 6만 원이나 들여 샀고, 신다 보면 조금 늘어날 수도 있으니 하루 정도 더 신어보려고 합니다. 비에 젖은 운동화 세탁도 아직 하지 못했거든요.
문제는 사장님이 저를 평가하는 것이지요. 아쉬움은 있으신 것 같지만 제가 어떠한 알바나 직무 경험이 없음을 알고 뽑으셨으니 감안하시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가 중요하겠지요. 저의 목표는 생존입니다. 매일을 마지막 근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아직은 처음이라 여러가지로 서투르네요. 여러분의 알바 적응기도 궁금합니다.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