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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러너 Jul 27. 2024

31세 히키코모리 알바 2일 차, 현실자각타임

카페생활, 이대로 괜찮은가


출근: 여유로운 시작


출근 시간을 알아서 여유롭게 나설 수 있었다. 어제보다 20분 늦게 출발했고 뛰어가지 않고 걸었다. 그럼에도 근무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다.


바쁜 하루: 예상 밖의 고객 러시


어제는 점심시간엔 오히려 여유로워서 앉아 기다릴 수 있었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이미 들어선 순간부터 테이블 몇 자리가 차있었다. 곧장 근무준비를 해야 했고, 바로 손님을 받았다. 오후 4시까지 손님들이 끊임없이 주문했다. 주문 메뉴도 어제와는 확연히 달랐다. 차와 에이드보다는 커피와 디저트 주문이 주를 이뤘다. 특히 핸드드립 커피는 어제의 배 이상으로 많이 나갔다. 콜롬비아 가향커피(다른 과일을 섞어놓고 발효한 커피라고 쉽게 설명할 수 있다)가 많이 나갔다. 우리 카페에서는 잔에 11,000원에 팔았다. 또 외부에서 카메라를 들고 우리 카페를 촬영하기도 했다. 아마도 인스타그램을 전문적으로 하는 인플루언서인가 싶었다. 이런 분들이 우리 카페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잘 올려주기를 바란다.   


업무 적응: 아직은 부족한 실력


아직 커피 추출에 완벽히 익숙해지지 못했다. 에스프레소 추출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 고민이다. 아직 루틴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 특히 한 번에 여러 잔을 추출해야 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 바쁜 와중에 실수도 있었다. 아메리카노 주문에 라떼 설정으로 추출해 낭비가 생겼다. 이런 실수를 줄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어제 레시피를 쉽게 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힘이 들었다. 조금 핑계를 대자면 레시피를 적어주신 종이가 있기는 한데, 설명도 빈약한 것까지는 배우면서 기억으로 떠올리면 되겠지만, 차메뉴 같은 것들은 레시피 종이에 적혀있지 않고 차 공간에 사용법이 적혀 있지 않아서 오늘 새로이 주문 들어왔을 때, 스스로 떠올리지 못했었다. 어제의 오만함을 반성하고, 특히 기억나지 않는 음료들은 단 몇 초라도 여유가 있을 때 따로 적어두었다.


위생 실수와 사장님의 지적


특히 위생 관련 실수는 심각했다. 다행히 고객이 알아채지 못했지만, 사장님께서는 매우 심각하게 여기셨다. 나가는 그 순간까지 이번 실수에 대한 지적을 받아서 솔직히 해고될 줄 알았다. 카페를 나서기 전 '다음 주 화요일에 봐요'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안심했다.   


경력에 대한 질문과 솔직한 대답


사장님께서 내 경력에 대해 물으셨다. 이력서에 무경력임을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서면으로 전달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다. 솔직하게 답변드렸다. 게임도 프로 수준으로 했었다고 말이다.   


업무에 대한 개인적 소감


일을 하면서 체력적으로는 크게 힘들지 않다. 막노동처럼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오히려 게임을 통해 길러진 장시간의 정신적 지구력과 집중력이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아직 업무에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아 레시피를 자주 잊어버려 물어보곤 한다.


처음에는 잦은 지적과 질책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의외로 업무 중 받는 지적은 생각보다 잘 받아들이고 있다. 오히려 집에서 부모님께 듣는 잔소리가 더 힘들게 느껴질 정도다. 이는 아마도 직장에서의 피드백이 업무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태도가 앞으로의 업무 숙련도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카페 업계의 현실과 고민


바쁜 날임에도 불구하고 퇴근하기 전 사장님의 비관적인 전망과 비용 문제에 대한 언급을 들으며, 이 업계의 현실을 실감했다. 생각보다 커피라는 것이 객단가가 많이 낮다는 걸 느꼈다. 누군가는 몇 시간 일을 하면서 자리를 차지하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은 커피 하나여도 충분하다. 떠들면서 계신 분들도 한 시간 혹은 그 이상으로 있는데 디저트를 한 번에 같이 시킬지 언정 추가 주문은 없다. 어떤 분들은 커피를 더 시키기 싫으니 커피에 물을 더 타달라고 이야기하시는 어르신도 계셨다. (이분들의 행태에 비난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저녁으로 가족의 강권으로 간 치킨집에서 4만 원어치 한 마리 반과 음료, 웨지감자를 시키면서 기다리는 시간 25분을 포함해 머문 시간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예전에 간단히 알아본 적이 있지만 창업하는데 드는 비용은 사실 차이가 별로 없다.


커피 업계에서 일하는 선배들의 '카페 일은 하지 말라'는 조언이나 '200만 원으로 사는 삶'에 대한 언급은 이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그들이 언급하듯 '누가 등을 떠밀어서' 한 게 아니라 오롯이 자신의 의지로 시작한 일이다. 그리고 이런 카페를 차리는 사람들은 박봉으로 알음알음 모아서 결국 생활이 힘드니 창업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제가 면접을 본 카페 사장님과 이런 창업 비용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100% 빚으로 창업한 분도 계셨다.

200만 원으로 사는 삶 (brunch.co.kr) 


'좋은 커피'를 내세오는 카페들도 둘러보았을 때, 실제 서비스 방식에서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나 대형 체인점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커피 추출 과정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고객에게 우리 커피의 특별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좋은 커피에 대한 주문dhkeh그 특징과 맛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는 능력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들어오는 주문을 처리하는 데 급급한 현재의 상황이 과연 우리가 지향하는 바인지 의문이 든다.


우리가 '좋은 커피'를 파는 데 카페라는 것이 정말 필요한 지도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생산 공간은 있지만 판촉 하는 공간이 필수인가. 당장 '오멜라스'라는 업계에서 유명한 업체도 로스팅 공장을 확장하면서 카페 공간을 아예 비워두는 시도를 하지 않는가.


커피 시장의 가능성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의 징후가 있다. 우리 커피를 맛있다고 평가하는 손님들의 반응이 그중 하나입니다. 특히 고가 라인업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면, 하이엔드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느낍니다. 그리고 최근 제가 나름대로 독학하며 내린 커피를 어머니나 아버지가 정기적으로 마시게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런 커피를 마시고 나니 일반적인 커피를 마시면 부정적인 향미가 지배적으로 느껴지신다는 요지의 말을 하셨어요.


앞으로는 우리만의 강점을 더욱 부각하고, 필요 없는 부분을 가지치기해야 한다. 커피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고객들을 설득해야한다. 또한 단순히 카페 공간을 운영하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진정한 의미의 '좋은 커피' 문화는 아직 미완성이며 지금 업계에 있는 사람이 구축해야 하는 향후 과제라고 본다.


생존에 대한 공포


어찌 되었든 당장 알바로서 생존에 대한 공포는 여전히 존재한다. 내색은 전혀 하고 있지 않고 남이 보기에는 내가 그저 실수 많고 가볍게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실존적 공포와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가 공존한다. 스스로 불안함을 내비치지 않으려 마음을 계속 다잡을 뿐이다.


이렇게 운이 좋게 하루를 또 넘겼다. 이틀을 버티고 이제 다음 주를 기약한다. 다음 주에는 더 잘해야지. 어떻게든 하루 더, 한 주 더, 그리고 마침내 한 달이 지나 첫 월급을 받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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