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인스타 스토리에 독서를 하다가 괜찮은 문장이 있으면 이미지로 올리곤 합니다. 지금은 허세죠. 적당히 나 책 읽는 사람이다라고 과시하기 위함이 좀 있었어요. 그래도 인스타 팔로우가 아무도 없던 지난 2년간에도 스토리에 올리긴 했으니까, 제 자신을 다잡기 위한 도구로서도 기능했죠.
최근에는 커피 계정에 집중하고 있었어요. 갑자기 쌓인 팔로워도 대부분 커피업을 하시는 분들이었죠.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독서 스토리에는 반응이 없었어요. 자연스레 독서 스토리를 올리는데 주저하게 되었고, 약간 소홀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인스타로만 알던 분께서 "매번 다른 책의 문구를 올리시는 걸 보니 책을 많이 읽으시나 봐요"라는 답장을 보내셨어요. (양심 고백: 사실 이 날 올린 건 2주 전에도 읽던 책이었는데, 지난주엔 일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거의 읽지 않았었어요…)
그분과 대화가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제가 독서 모임을 하자고 제안했어요. 외로우니까 사람과 어떻게든 엮일 각이 보이면 바로 실행해 버리거든요. 온라인으로 가볍게 하자고 했는데 수락하셨죠. 참 감사해요. 그분은 사람이 더 모이면 좋을 것 같다고 했어요. 스케일이 갑자기 좀 커지는 것에 약간 당황을 해서, 여러 사람이 있으면 나쁠 게 뭐냐 싶어 서로 사람들을 모아 보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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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스토리에 올렸어요. 서로 태그도 했죠. 혼자서 무작정 시작하기보다는 같이 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으니까요. 앞서 말했듯이 독서 스토리에는 별로 반응이 없었기에 기대는 없었어요. 그런데 각자의 채널에서 한 분씩 문의가 들어왔어요. 최종적으로 합류하지는 않았지만요. 저에게 문의하신 분은 현재 외국에 계셔서 시차 문제가 있었고, 다른 분께 문의하신 분은 모임의 진행방식과 추이를 보고 결정하시겠다고 했어요. 아쉽기는 했지만, 반응이 아예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문의가 들어온 것만으로도 감사했죠.
일단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정한 사항이 있었어요. 첫 모임은 밤 10시에 시작하자고 정했고, 책을 읽기 전에 인증 사진을 공유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읽고 나서는 오늘 읽은 내용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해서 이야기해 보자고 했죠. 서로 관심 분야도 다르고 읽던 책도 달랐기 때문에, 일반적인 독서 모임처럼 지정 도서를 정하고 같이 읽지는 않았어요.
인스타, 카톡 오픈채팅, 디스코드, 줌 등 여러 플랫폼을 저울질하다가 디코로 정했어요. 제가 채널을 팠죠. 게임 등을 이유로 디코드를 자주 이용했지만, 채널을 만들거나 관리자가 된 적은 없어서 낯설더군요. 이리저리 손볼 게 많았어요. 독서 모임의 방향성도 아직 확실히 잡히지 않았기에 임의로 틀만 잡아두었어요.
그렇게 2일 동안 진행했어요. 처음엔 말로도 소통하고자 했으나, 부끄러움 때문인지 둘 다 채팅으로만 소통하게 되었어요. 저는 아이패드로, 그분은 전자책 전용 리더기로 책을 읽었어요. 아이패드엔 집중 모드가 있어 타이머를 설정하면 독서 앱을 나가면 자동으로 꺼지는데, 전자책 리더기에는 그 기능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집중 모드가 완료되면 뜨는 인증 메시지를 캡처하고, 그분은 책을 읽고 나서 전자책 리더기를 캡처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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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의 약속 덕분에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제성이 생겼어요. 그래서 2일 동안은 확실히 집중해서 책을 읽었죠. 최근 몇 달 동안 집중 모드 시간을 15분도 넘겨본 적 없었는데, 이 모임을 통해 올해 처음으로 25분 이상 집중해 보았네요. (중간에 어머니가 한 번 부르신 건 빼고요. ㅎㅎ 그래서 거의) 딴청도 거의 피우지 않았고요.
이번 모임(?)을 통해 독서를 매일 하는 습관을 기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반적인 독서 모임은 보통 주 단위나 월 단위로 지정 도서를 읽고 모이잖아요. 그래서 다음 주에는 같은 책을 읽기로 했어요. 최근에 ‘불안 세대’라는 책이 눈에 띄었거든요. 마침 저 스스로 SNS에 심히 중독된 느낌이 있어서, SNS의 폐해에 관심이 좀 있기도 했고요.
같이 하시는 분도 적극적으로 참여 중이신 것으로 보여요. 이미 모임 시작 전부터 미리 읽고 계셨어요. 너무 열정적이셔서 오히려 자극이 되었어요. 그러니까 한 주 정도는 동행하시겠죠? 점차로 같이 하는 사람이 늘어나도 좋겠고요. 앞으로 계속 책 읽는 습관이 유지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