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x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생일을 맞이하기 며칠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실 이유랄 것은 없다. 딱히 선물 받을 구석도 없었고, 누가 나를 축하해 줄 일도 없다. 생일인 것을 특별히 알리지는 않았으니까. 굳이 알린 거라면 카톡 알림 창만 스리슬쩍 켜뒀다 정도. 하지만 나를 아는 사람 중에 내 연락처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껏해야 인스타가 전부지.
날짜가 하나 더 넘어갔다. 아니, 공식적으로 나이도 한 살 더 먹은 거다. 젠장. 1초 전과 달라진 건 없는데, 괜히 더 늙어버린 기분이다. 몸도 마음도 변한 게 없는데 말이다. 그래도 이상하게 기분은 나쁘지 않다.
억지로라도 잠에 들었다. 5시에 일어나서 알바 나갈 준비를 해야 하니까. 내심 아쉬웠다.
여전히 5시에 일어나는 건 힘들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어나는 것 자체가 힘들다기보다는, 5시에 꼭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잔다. 혹시라도 늦잠을 자면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아서다.
무사히 출근을 마치고 이런저런 준비를 끝낸 후 자리에 앉았다. 컴퓨터를 켜고 오늘의 업무를 확인하며 커피 한 잔을 마시려는 찰나, 불현듯 코를 찌르는 악취가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냉장고 쪽을 바라보니, 지난주부터 신경 쓰이던 그 냄새였다.
편의점 구석에서 나는 악취는 지난주보다 더 심해졌다. 그 냄새는 마치 내 삶 어딘가에서 풀리지 않고 썩어가는 문제들 같았다. 하지만 나 혼자서 그 냄새의 원인을 찾아 헤집을 수는 없었다. 남의 물건을 함부로 건드리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으니까. 차라리 그냥 지나칠 뿐이다. 그 냄새가 아무리 내 신경을 자극해도, 나는 그저 고개를 돌린 채 숨을 잠시 멈추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 문제는 여전히 내 곁에 있었지만, 나는 애써 외면했다. 다음 주엔 사장님이 참지 못하고 뒤집어 놓지 않을까, 또 한 번 그냥 지나쳤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항상 붙어있는 벌레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많이 보였다. 벌레들이 들끓는 모습은 마치 내 머릿속에서 엉킨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다니는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한 마리, 형광등을 향해 끊임없이 부딪히는 벌레가 눈에 띄었다. 그 작은 몸은 불빛에 닿을 듯 닿지 못한 채, 계속해서 같은 궤적을 그렸다. 마치 내가 끝내 다다를 수 없는 무언가를 좇고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부딪히며 불꽃을 튕겼다. ‘치지직’ 하는 소리가 내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처럼 거슬렸다. 벌레는 끝내 불빛을 넘지 못하고 지쳐 떨어졌다.
피곤했다.
'잠 좀 자면 안 될까?'
그렇지만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잠을 자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일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도 든다. 편의점 알바라는 게 언제까지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그래도 지금은 이 일이 내게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적어도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오늘따라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아마도 생일 때문일 거다. 또 한 살 먹었다는 압박감과 함께, 뭔가 이뤄낸 것도 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것 같아 초조해진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작은 위안이라도 된다.
창밖의 벌레 소리와 냉장고에서 나는 악취를 무시하려 애쓰며, 나는 오늘의 업무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쩌면 오늘, 내 생일에 뜻밖의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그런 기대를 품으며 카운터 뒤에 섰다.
첫 손님이 들어오자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은 복잡했다. '생일 축하해, 나.'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씁쓸하게 웃었다. 특별할 것 없는 오늘 하루가 그저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손님이 물건을 고르는 동안, 나는 시계를 흘깃 보았다. 아직 긴 시간이 남아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아침과 밤 사이 어정쩡한 상태였다. 해가 뜰 듯 말 듯, 어둠이 내릴 듯 말 듯한 그 모호한 순간처럼 내 마음도 불분명했다. 그래도 일은 해야 했다. 냉장고에서 나는 악취를 무시하며, 나는 다시 한번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오늘도 그저 평범한 하루. 그렇게 나의 서른두 번째 생일은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