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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러너 Oct 09. 2024

벌써 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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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일이면 습관이 된다고 했다. 두 달. 31년간 정기적인 일이라곤 해본 적 없던 내가 처음으로 시작한 알바생활. 이제는 어느 정도 손에 익은 듯하면서도, 여전히 낯선 이 감각을 글로 남겨본다.


가장 큰 문제는 다리 통증이다. 원래부터 약했던 발목에 새로 산 신발이 도움이 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6시간의 서서 일하는 시간이 끝날 무렵이면, 발목은 저려서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산. 새벽 5시 기상이다. 주 2일뿐인 알바지만, 이 생체리듬은 여전히 낯설다. 평소 7시 즈음에 일어나는 몸이 5시 기상을 거부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주 2일만 하는데도 피곤하다는 말이 엄살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 30년 넘게 굳어진 몸의 습관을 바꾸는 일이니까.


그래도 나머지 일은 익숙해졌다. 아침에 편의점 문을 열고, 포스기를 켜고, 아이스크림 냉장고 뚜껑 잠금을 풀고, 음료나 과자 등의 재고를 진열하는 일을 한다. 처음에는 30분 넘게 걸리는 일이 지금은 15분 내외로 끝이 난다.


이제는 폐기 제품도 자연스럽게 가져가는 여유가 생겼다. 처음에는 매번 사장님께 허락을 구했었는데 말이다. 바코드만 남기면 된다는 말씀이 있었음에도, 왠지 모르게 허락을 구하는 게 마음 편했다. 오늘은 사장님이 늦게까지 안오셔서 폐기품을 뜯어서 데우기까지 했는데, 갑자기 들어오시는 바람에 화들짝 놀랐다. 이제는 그런 모습을 보고 웃으시며 "먹어요, 먹어"라고 하시지만, 그때만큼은 완전 얼음이 되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잔고가 늘어도 여전히 그 돈을 쓰지 않는다. 통장에 꼬박꼬박 모이는 금액을 보며 묘한 만족감을 느끼는 중이다. 알바를 하고 돈이 생기면 사고싶은 버킷리스트도 있었지만 아직 산 적은 없다. 교육을 받아야겠다고 이리저리 고민하지만(이 말만 브런치에서 몇 번을 하는지 모르겠다.), 커피 업계에 진입할 수 있을 거란 당장의 활로가 보이지 않아서 커피를 배우는 데 고민이 된다. 어떻게든 쓰일 외국어라도 공부해 보려고 마음먹 있다. 토익 스피킹이나 오픽을 공부하면 회화를 잘 할 수 있게 될까.


그러면서도 더 나아가야 함을 알고 있다. 얼마 전에는 다음 주에 열리는 커피 대회 보조 스태프 알바에 지원했다. 금요일에 발표가 난다는데, 솔직히 많이 기대된다. 합격한다면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 될 테니까. 그리고 커피 대회에 나서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 열기를 눈앞에서 보고 이들을 자원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 변화하는 나를 발견하는 게 신기하다. 처음보다는 덜 헤매고, 처음보다는 덜 긴장하고, 처음보다는 조금 더 자연스러워진 모습. 완벽한 적응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이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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