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커피 업계는 다음 주부터 시작될 국내 최대 커피 행사인 코엑스 카페쇼를 비롯해 여러 주관사에서 개최하는 대회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대회 시즌에 접어들었다. 카페쇼는 다음 달 중순에 열리지만, 지금부터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열정적인 카페 사장님들은 매장 영업을 하면서도 돈과 시간을 들여 대회 준비나 카페쇼 부스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대회에 참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심사위원이나 선수로 나가는 방법이 있다. 심사위원 자격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일정한 경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다. 선수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선수 신청은 속칭 ‘1차 예선’이라 할 만큼 치열하다. 수요에 비해 모집 인원이 부족해 대회 준비를 해놓고도 신청 실패로 참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커피들은 팝업이나 나눔 등의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대회 스태프로 자원봉사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이 있다. 자원봉사는 돈을 받지 않고 대회 현장을 서포트하는 직책이다. 참가했던 한 카페 사장님 말로는 여러 커피 업계 사람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어 추천할 만한 기회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커피 업계 진입이 불투명하고 돈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 자원봉사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올해 처음 열리는 대회에서 스태프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보게 되었다. 그래서 지원서를 넣었다.
일단 집에서 가깝다. 자주 가는 연남-연희 부근으로 버스로 40분 내외로 갈 수 있다. 대회가 열리는 장소를 직접 가보진 않았지만, 그 부근은 평소 자주 다니던 곳에서 멀지 않다.
다른 대회 보조와 다르게 일당을 주는게 가장 큰 메리트였다. 공지에 금액이 적혀 있지는 않았지만, 푼돈이라도 모으는 입장에서 분명한 메리트가 있었다.
스태프 역할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대회장에서 선수들을 위해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다. 해당 대회는 세 컵을 나란히 두고 그중 다른 한 컵을 찾는 방식인데, 커피뿐만 아니라 물이라는 변수가 있어 차별성을 둔다. 그래서 커피를 미리 추출해 둘 사람이 필요하지만, 아직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맡기엔 어려운 일이라고 판단했다.
두 번째는 백룸 직책이다. 대기실에서 선수들을 보조하는 역할로 추측된다. 자세한 설명을 찾을 수 없어서 확신할 순 없지만,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그렇다.
마지막으로 타임키퍼가 있다. 시간 제한이 있는 대회라 각 세션마다 시간을 재는 역할이다. 백룸과 타임키퍼는 커피 지식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업무라서 나처럼 초심자인 사람도 부담 없이 지원할 수 있었다.
지원서를 제출했다. 나이는 적지 않고, 이름과 연락처, 지원 직책, 가능한 날짜, 그리고 지원 동기를 간단하게 적는 양식이었다. 대회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진행되지만, 토요일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겹쳐서 나머지 4일만 신청했다.
지난주 화요일에 신청을 했고, 발표는 17일 금요일이라고 적혀있었다. 별 생각 없이 기다리고 있던 이번 주 화요일, 갑자기 문자가 왔다.
‘운영 스태프로 지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로 보아 일단 스태프로 일을 할 수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어떤 직책인지는 적혀 있지 않아서 공지가 뜨고 난 다음 확실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0분 단위로 교대한다고 적혀있으니 아마도 타임키퍼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해보았다. 활동비를 지급하므로 신분증과 통장 사본을 적혀있는 메일로 보내달라고 되어 있었다.
대회 전후로 한 시간씩 여유를 두고 출퇴근하게 될 예정이다. 대회 진행 시간은 5시간 반 정도인데 반해 근무 시간은 7시간 반임에도 금액이 짰다. 그렇지만 정말로 30분 일하고 30분 쉬는 스케줄이라면 괜찮았다. 아침, 점심에 더해 간식도 제공된다.
이번 기회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비록 타임키퍼나 백룸 스태프로 참여하더라도, 대회장의 분위기를 직접 느끼고 커피 업계 사람들의 열정을 가까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선수들이 어떻게 커피를 평가하고, 어떤 기준으로 맛을 구분하는지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이들이 대회를 대하는 태도는 나중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긴장도 된다. 처음 해보는 일이고, 실수하면 대회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쌓여서 언젠가는 나도 커피를 평가하는 선수로 설 수 있지 않을까? 일단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커피 대회를 가까운 곳에서 경험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