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돈을 받으며
2024.09.25
월요일, 마지막으로 끝난 단기알바의 급여가 들어왔다.
원래는 9월 한 주 동안만 몰아서 일하는 것으로 되어있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기간이 많이 늘어졌다. 추석 전에 받기로 한 급여가 한 번 미뤄진 적이 있어, 이번에도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이 완전히 끝난 월요일 서류 작성 양식을 톡으로 보내주신 후에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오늘 오전 11시에서 12시 사이에 들어온다고 들었지만, 예상보다 이른 10시쯤에 들어왔다. 약속한 금액 그대로였다.
이번 달에도 커피에 많은 지출을 했다. 100g에 9만 원 이상을 썼으니, 웬만한 소고기의 배 이상 되는 가격이었다. 그래도 정말 좋은 커피였기 때문에 맛에 대한 후회는 없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근근이 벌어먹는 형편에 맞는가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올해 초만 해도 내가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은 적은 금액이라도 스스로 벌고 있다는 것이 빛처럼 내 마음을 비춘다. 비록 현실의 무게가 내 어깨를 짓누르지만, 돈을 벌고 있으니 그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편의점 알바도 이제 9월 한 달을 거의 다 채웠다. 이에 해당하는 수익도 곧 들어올 것이다. 계산을 해보니 이번 주말까지 일을 마치면 54만 원 정도를 벌게 된다. 아직은 적은 수익이지만, 그 수익이 내 삶을 서서히 밝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그 덕분에 여유를 느끼며 영화도 보러 갔다. 사실 오늘은 문화의 날이라서 여러 가지 문화 관련 할인 혜택이 있었다. 도서관 대여 한도도 두 배로 늘어나고, 영화관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서울에 예술 영화관이 많아서, 그중 한 곳을 골라 연달아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두 편을 합쳐도 평소 한 편 보는 가격보다 저렴했다. 영화관에 앉아 있던 나는 문득, 내가 번 돈으로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께 받은 용돈으로 문화생활을 즐기곤 했지만, 이제는 내 노력으로 번 돈으로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서,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내가 번 돈으로 내 삶을 조금씩 채워 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그러나 그 자부심 뒤에는 여전히 어둠이 있었다. 나를 설명하기가 여전히 어렵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만 나를 정의하기에는 부족해 보이고, 원하는 커피업계 취직은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찾지 못한 빛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위로할 뿐이다.
퍼블릭 커핑에서 자기소개할 때, 나는 무엇을 하는지 말할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듯 "저는... 음... 아직 찾아가는 중이에요."라고 얼버무리며 넘겼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의 부끄러움과 답답함이 아직도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불완전하지만, 계속해서 빛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나의 현재를 말이다.
영화를 마치고 근처에 카페에 들렀다. 몇 달 전까지 자주 갔었지만 최근 일을 시작하면서 자주 들르지 못했다. 네이버 리뷰에 기록된 지난 방문일자를 보니 벌써 세 달이나 되었더라. 중간에 한 번 들르려고 한 적은 있었지만 하필 그날 카페 주변에 뉴스에 나올 정도로 크게 싱크홀이 터져 한동안 그 구간이 상당히 정체되어 있었다. 한 정거장 정도밖에 안 되는 구간 지나가는데 30분이 걸렸었다.
카페에 들어섰을 때 익숙한 커피 향과 반가운 얼굴들이 나를 맞아주었다. 오랜만에 들렀지만, 단골손님으로 자주 오던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동안 상황이 조금 변해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알바를 시작하였고, 그 카페는 여러 사정으로 몇 분의 직원들이 그만두었다. 그만둔 분 중 한 분은 마침 카페에서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카페 대표님의 트로피들 사이 젊은 바리스타분이 얼마 전 대회에서 받은 트로피도 같이 놓여있었다.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오늘 하루를 되새겨봤다. 영화관에서 느낀 자부심, 퍼블릭 커핑에서의 부끄러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평온함까지. 이 모든 감정들이 뒤섞여 내 마음 속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을 저녁의 선선한 바람이 내 뺨을 스쳤다. 오늘 하루, 내가 번 돈으로 영화도 보고 커피도 마시며 소소한 행복을 누렸다는 사실에 미소가 지어졌다. 현실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이렇게 하루하루 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찾아가는 '빛'이 아닐까.
(스포주의)
마침 오늘 보고 온 영화 미야케 쇼의 '새벽의 모든'의 결말 부분이 떠오른다. 정확한 말은 떠오르지 않지만 내용은 이렇다.
지구가 시속 1700 킬로미터로 자전하는 한, 밤도 아침도 동등하게 돌아온다. 지구가 시속 11만 킬로미터로 공전하는 한, 같은 밤이나 같은 아침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여기에만 있는 어둠과 빛, 모든 것은 변한다.
하나의 과학적 진실, 기쁨에 가득 찬 날도 슬픔에 잠긴 날도 지구가 움직이는 한 반드시 끝이 난다.
그리고 새로운 새벽에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