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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러너 Sep 18. 2024

순간의 방심, 놓쳐버린 고객

2024.9.24


방심

31세의 나는 히키코모리 생활을 청산하고 사회로 첫발을 내디딘 지 한 달이 갓 넘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은 내게 큰 도전이었다. 매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요구에 응대하는 일은 여전히 어색하고 긴장되는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나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동시에 어느 정도 방심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재고를 채우는 일은 이미 일상적이고 쉬운 업무가 되어버렸다. 이른 아침에 출근해야 했지만 한 번도 지각하지 않았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한 달을 채우고 첫 월급을 받고 나니, '이제 편의점 일은 적어도 계약된 두 달은 채울 수 있겠다'는 오만이 생겼다. 이런 생각들이 나를 안주하게 만들고 있었음을,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사고 쳤다. 

오늘 한 고객이 다가와 두유를 찾았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두유? 우리 매장에 두유가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내가 진열한 상품 중 팩으로 된 두유를 본 기억이 없었다. 따로 주문했던 사람은 분명히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매장에서 팩으로 된 두유는 보지 못했습니다."


입을 뗀 순간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이미 고객은 실망한 표정으로 매장을 떠났고, 나는 그제야 진열대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유 진열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구석에 놓인 작은 진열대에 팩으로 된 두유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부끄러움과 후회가 밀려왔다. 왜 확실히 확인도 하지 않고 없다고 단정 지었을까?


이 경험은 나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앞으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섣불리 판단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나는 구체적인 방안을 세웠다. 우선, 고객의 질문에 즉시 "없다"라고 대답하지 않고, "잠시만 확인해 보겠습니다"라는 말을 습관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요청받은 상품이 있을 법한 코너로 직접 가서 꼼꼼히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이러한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 나는 고객의 요구에 더 정확하고 친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이는 단순히 물건을 찾아주는 것을 넘어, 고객에게 내가 그들의 요구사항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일을 하던 동안에 두유를 찾던 그 고객의 실망한 표정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 고객이 우리 편의점의 단골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내 실수로 인해 그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만약 그 고객이 두유를 정기적으로 구매하려 했던 거라면? 어쩌면 매일 아침 출근길에 들르려 했던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한 명의 고정 고객을 잃었다는 상실감은 생각보다 컸다. 편의점 경영에 있어 단골 고객의 중요성을 알기에, 내 실수가 가게에도 손해를 끼쳤다는 죄책감까지 들었다.


만회


두유 사건 이후, 나는 중요한 변화를 시도했다. 한 고객이 부탄가스를 찾았을 때, 처음에는 없다고 단호히 말할 뻔했다. 하지만 이전의 실수를 떠올리며, 다르게 대응하기로 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확인해 보고 오겠습니다."


있을법한 생필품 코너를 꼼꼼히 살펴본 결과, 오른쪽 구석에서 부탄가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객에게 부탄가스를 건네는 순간, 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뿌듯함을 느꼈다. 고객의 얼굴에 번진 미소를 보며, 내 작은 노력이 누군가의 하루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전의 실수를 만회하고, 내가 세운 계획을 성공적으로 실천했다는 성취감은 그 어떤 칭찬보다도 값진 보상이었다.


근무 막바지에 또 다른 도전이 찾아왔다. 한 엄마와 어린아이가 막대사탕을 찾고 있었다. 나는 솔직히 막대사탕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이전의 경험들을 떠올리며, 포기하지 않고 찾아보기로 했다.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매장 사탕코너를 살펴본 끝에, 아래쪽에서 막대사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의 얼굴에 가득 찬 환한 미소를 보며, 나는 비로소 고객 서비스가 단순한 응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깊이 실감했다. 이 순간이 그들 마음속에 오래 남아, 다음에도 기쁜 마음으로 우리 매장을 다시 찾기를 바란다. 


깨달음

히키코모리에서 사회 초년생으로, 그리고 점점 더 나은 서비스 제공자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경험했다. 두유 사건에서의 실수, 부탄가스를 찾아준 경험, 그리고 막대사탕을 찾아준 일 등 이 모든 경험들이 나를 성장시켰다.


이제 나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고, 확실하지 않은 것은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다. 고객의 요구에 "없다"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찾아보겠다"라고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이 사건을 통해 나는 몇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겸손의 중요성: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실제로는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확인의 습관화: 어떤 질문이나 요청을 받더라도, 즉시 대답하기보다는 잠시 시간을 갖고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고객 서비스의 본질: 단순히 물건을 팔거나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필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만족시키는 것이 진정한 서비스임을 깨달았다.


지속적인 학습의 필요성: 편의점의 상품 위치나 종류 등 내가 모르는 것들이 아직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계속해서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기: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이번 경험을 통해 익숙함 속 방심이 얼마나 큰 실수를 초래하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이러한 실수는 나를 더욱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켰다. 더 이상 방심하지 않겠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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