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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러너 Oct 14. 2024

몸이 안좋아

2024.10.14


월요일 아침, 몸 상태가 매우 안 좋다. 편두통이 심하게 찾아왔다. 어제는 콧물과 목의 부종이 느껴졌지만, 몸살 기운과 두통은 없었다. 다시 코로나인가 생각도 해봤지만, 전조 증상은 거의 없었고 얼마 전에도 걸렸으니 그건 아닐 것이다. 


아침에 아빠가 잡채를 남겨두고 출근했다. 평소 나는 우유와 시리얼을 먹거나, 아빠가 남긴 음식을 먹곤 한다. 아빠는 밥을 한두 숟가락만 먹고 남기는 소식하는 사람이라, 양껏 차려놔도 남기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잡채와 밥이 있었지만, 왠지 잡채를 보는 순간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 기름진 잡채가 내 몸에 들어가면 오히려 더 나빠질 것 같았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샤워를 했다. 두통이 심할 때 따뜻한 물로 머리를 감으면 나아지는 경우가 있어서 해본 것이다. 평소에는 아침이나 저녁에 한 번씩 꼭 샤워를 하지만, 오늘은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간신히 샤워를 끝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기력만 소진되었다. 다시 침대에 누웠고, 눈을 떴을 땐 이미 12시 51분이었다. 아침도 안 먹었는데, 점심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잡채와 밥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어제는 콧물이 나고 목이 아팠지만 먹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하루 사이에 콧물은 줄었지만 두통과 몸살로 바뀌었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먹었다. 


처음부터 속이 울렁거렸지만, 억지로 삼켰다. 뭐라도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시간 뒤, 결국 토하고 말았다. 다행히 신호를 미리 느껴 화장실로 직행할 수 있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저녁이 되고 나서야 몸이 조금 안정되었다. 어머니가 죽을 사 오셨고, 그제서야 제대로 먹을 수 있었다. 따뜻한 죽 한 그릇이 몸과 마음을 조금씩 편안하게 해주었다. 하루 종일 싸우던 두통과 몸살은 어쩌면 시간이 지나가면서 잠잠해진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온기가 담긴 죽을 통해서야 겨우 진정된 것 같았다.


몸이 조금 안정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상태로 일을 해야 했다면 어땠을까. 

나처럼 시간을 침대에서 흘려보내지 못하고, 출근 준비에 쫓겨 밖으로 나섰을 직장인들은 어떤 마음일까.


직장인들은 이런 몸 상태에도 출근했을 것이다.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몸이 천근만근인데도, 회사의 시계는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있으니, 그 시계에 맞춰 움직여야 했을 것이다. 그들의 시간은 내 시간과는 다르게 흘렀을 것이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회사의 일과 속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도 제때에 일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해져 시간은 더욱 빠르게, 또 무겁게 흐르지 않았을까.


누군가는 지하철에서 이마를 짚고, 매끄러운 손잡이에 의지해 겨우 균형을 잡으며 출근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두통약 한 알을 삼키고, 자리에 앉아 모니터 앞에서 숫자나 보고서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다잡았겠지. 그들에게 시간은 고통스럽게도 멈출 새 없이 흘러갔을 테고, 그 하루가 얼마나 길었을까.


직장인은 그 시간 속에서 힘들어도 일상을 이어간다. 그들이 마주한 시간은 나와 다르다. 내게는 침대 위에서 무겁게 느리게 흐르는 시간이라면, 그들에게는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고통스러운 순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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