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 없다는 말,400번의 구타
어쩔수 없었다는 말처럼 강력한게 또 있을까.
가령 이런거.
'정신을 차려보니 사랑에 빠져버렸어요.
나도 어찌할수없이'
'어찌할수 없는 슬픔을 느끼며 깊은 연대를 표합니다'
모두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데 그 어쩔수없다는 강력한 수동성은
때때로 관계에서 폭력으로 작용한다.
나도 어쩔수없잖아ㅡ젖먹이를 내게 던져주고 2주씩 해외출장 갔던때나
나도 어쩔수없어ㅡ4년 가까이 독박으로 애키우고 일하며 살아온 내게 또 그러라며 통보하는 지금이나
나는 너무도 서늘한 "어쩔수없단"말의 폭력성을
느낀다. 그 무게에 대한 반작용으로 무수히 성내고 밀어내고 노력해봐도 나만 느끼는 이 무기력감에
이젠 분노할 에너지도 남지 않은것 같다.
이런데 이런 넋두리 같은거 정말이지 쓰고 싶지 않지만 대나무숲이 없는 내게.. 여기서 잠시만.
"불평등 육아의 경고ㅡ2020인구절벽"이란
다큐를 만들었을때 만났던 언니들은 내 미래의 스포일러였을까.
애둘을 키우면서 밤에 들어온 애들아빠 간식을 챙기는 여성을 보며 어이가 없었는데
그녀나 나나 다를바가 없어서..무기력하다.
나도 생긴애라 어쩔수없이 낳았고
인생이 바뀌었고
그래서 간신히 애쓰고 있는데
늘 "어쩔수없어"뒤로 숨는 너를 더이상 참아줄
힘이 안나.
내가 아직 에너지가 있을때
무기력한 분노에서
서로 자유로워져야 하지 않을까.
이런 나도 어쩔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