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꾸는 꿈
끝자락이라기보다는 절정인 것 같지만
어젯밤 문득 김동률의 이 노래를 들으며 끈적한 새벽 한가운데에 멍하니 있었다.
사실 멍할 기운도 별로 남아 있지 않아서,
잠든 아이의 토실한 다리를 어루만지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약하게라도 틀어야겠네.. 같은 쓸데없는 생각만 했다.
그러다 흘러나온 노래 때문에
잠시 마음에 바람이 불었다.
음악을 듣다 스르르 잠이 들어서 아침이면 침대 여기저기에서 에어팟을 찾아야 하고,
책장을 넘기다 스르르 잠이 들어서 츄르릅 침을 닦으며 눈을 뜨곤 하는 일상.
우아하고 강하게 살아야지 마음을 다잡지만 자꾸만 흔들리고 휘청이는 나를 붙잡느라
이런 말복 더위엔 진이 빠진다.
그렇게 매일 버티는데 헛헛해서, 헛헛한 마음에 몽상에 빠지곤 한다.
눈을 뜨고 꿈을 꾸다, 문득 노래 가사처럼 가물가물 일렁이는 어떤 곳을 그려본다.
마음을 부풀어 오르게 하는 상냥하고 달큰하고 아릿한 그런 것들, 정확하게는 알 수 없는
그런 꿈을 꾸느라 잠을 놓치지만.
누군가, 아니면 무언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면 좋겠다 같은 몽상.
오랜만에 발목을 접질렸다. 왼쪽 안쪽 복숭아뼈 부근. 같은 곳만 벌써 네 다섯번은 다쳤는데
한 번 다친 곳은 계속 다치게 된다.
한 번 저지른 실수를 계속 저지르고 한 번 베인 마음이 똑같은 것에 또 상처받는 것처럼.
그게 習이고 業인걸까.
마음도 발목 같아서, 한 번 다치고 나을 때마다 완전하게는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건 아닐까.접질리고 꺾인 마음에 ‘어른스러움’ ‘무관심’ ‘센 척’ 같은 얼음을 얹어두고 얼얼해질 때까지
기다리다, 아무 느낌이 안 들게 되면 나았구나 착각하며 또 지내고....
인도가 움푹 파인 길이었고, 나는 뮬을 신고 있었고, 잠시 딴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잘 닦인 길을 똑바른 신발을 신고 정신을 똑바로 차렸으면 되는 일이었는데
셋 중 하나만 괜찮았어도 안 삐었을 텐데.
지금보다 얼마나 더 정신을 차려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
아직은 조금더 꿈을 꾸어 봐도 괜찮을 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