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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정희매 Jun 12. 2020

육아와 체력의 상관관계

건강한 삶을 희망하는 분들께

육아와 체력

저는 육아와 체력의 상관관계가 얼마나 될까요? 육아를 하려면 정말이지 부모의 체력이 중요합니다. 주변의 부모들을 살펴보며 얻은 교훈은 이렇습니다. 체력이 좋은 부모들은 하루 종일 아이한테 일관된 태도를 보입니다. 아이들의 끊임없는 질문에도 눈을 맞추며 세세하게 답변도 해주고, 아이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아이고 잘하네!' 칭찬이 쏟아집니다. 반면 체력이 금세 고갈되는 부모(저를 포함)는 몸 상태가 좋을 때는 아이에게 관대했다가도 체력이 훅 떨어지는 순간부터는 신경이 날카로워집니다. 아이의 질문이 귀찮아지고 아이가 하는 행동들이 모두 집을 어지르는 것처럼 혹은 부모의 말을 안 듣는 것처럼 느껴져 급기야 소리를 지르거나 체벌이 나가고 맙니다.   


아무리 열정과 사랑이 넘쳐도 일단 부모의 체력이 소진되고 나면 아이의 작은 투정에도 큰소리부터 나가고 화가 치밀기도 합니다.  좋은 육아책을 읽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육아에 있어서 1순위는 부모가 좋은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지요?  부모의 건강한 신체와 정신은 아이에게 좋은 육아를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됩니다. 물론 한쪽이 부족하다고 해서 좋은 육아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양쪽을 다 갖춘 부모 쪽에서 일관된 좀 더 많은 애정과 열정, 그리고 일관성 있는 양육태도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건강한 신체와 정신 양쪽을 모두 갖춘 것은 아이에게도 축복일 것입니다. 부모에게서 자연스레 긍정 에너지를 뿜 뿜 받으며 자랄 수 있으니까요. 부모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거나 신나게 함께 노는 확률도 높아집니다.  


행여 부모인 여러분이 이 중 하나가 부족하다면 육아휴직 기간을 통해 조금이나마 보강시킬 수 있는 계기로 만드시기 바랍니다. 저는 오늘 조금 길게 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출산과 육아로 인해 체력이 심하게 망가졌고 이것을 다시 하나하나 회복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그 시작점은 두 번째 육아휴직 기간을 통해서였습니다. 육아휴직을 한다고 드라마틱하게 한가 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회사일을 걷어내고 나면 제 스스로를 살펴볼 여유가 조금은 생깁니다. 그 기회를 놓치니 말고 조금은 여러분에게 투자하세요. 짧은 시간이라도 하루에 조금씩 시간을 내어 내 몸과 마음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할애해주세요. 물론 저는 아직도 갈길이 멉니다. 하지만 1년간 제 체력을 보강을 위해 조금 신경을 쓰고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했더니 복귀를 한 지금도 조금은 수월하게 그 습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번 망가진 체력

31세에 결혼해서 32세에 첫 아이를 나았습니다. 첫 아이를 낳고도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어요. 엄청나게 잘하는 운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릴 적 아빠를 따라 워낙 등산을 많이 해서 그런지 성인이 되어서도 가끔씩 가는 산도 곧잘 탔습니다. 어릴 적부터 다양한 운동들을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0년에 이르기까지 배웠습니다. 수영, 스케이트, 스키, 검도, 요가, 필라테스, 승마, 스쿼시, 테니스 등. 다양한 운동을 해보다 보니 내게 맞는 운동과 내가 남들에 비해 잘 못하는 운동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건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던 제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바로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였습니다. 37세에 둘째를 낳았는데 임심 했을 때 나이가 있다는 이유로 첫째 때는 없던 몇 가지 추가 검사를 더 했습니다. 그리고 노산인 산모에게 걸릴 수 있다는 '임신성 당뇨병'까지 걸려서 임신한 내내 식이요법으로 지냈습니다. 주변에 당뇨인 사람이 없어서 당뇨가 얼마나 귀찮고 인내심이 필요한 병인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식사하고 나면 30분 뒤피를 뽑고 혈당을 젭니다. 피도 뽑다 보면 하나도 아프지 않지만 내 피를 내가 하루에 4번 뽑는다는 게(기상 시 1번, 식후 1번씩) 그다지 유쾌한 마음은 아닙니다.



게다가 혈당 숫자가 나오기 까기 기다리는 시간은 은근히 부담되는 순간입니다. 새로운 떡을 몇 개 먹거나 혹은 과일을 좀 많이 먹었다 싶은 날은 초조하고 불안합니다. 모든 제품에서 영양 정보란을 살펴보며 당류가 몇 g 들어있는지 체크하고 좀 높다 싶은 음식은 일절 입에 대지도 않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눈앞에 두고 참아야 하는 마음은 정말 서글픕니다. 특히, 입에 당기는 것은 무엇이든 맛보라고 권해줘야 하는 산모인데도 말입니다. 그렇게 당뇨와의 힘든 투쟁을 마치고 아이를 낳았을 때 저는 이제 당뇨에서 해방되었다는 자유로움에 며칠간은 정말 신이 났습니다. 하지만 한번 임신성 당뇨병에 걸린 사람은 평생 당을 조심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출산 후에 임신성 당뇨병은 사라지지만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낳고 보니 둘째는 수면이 굉장히 예민한 아이였습니다. '프랑스 아이처럼'이란 책에서처럼 유아기 때부터 6-7시간 이상 길게 재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아이는 자면서 수도 없이 뒤척이고 작은 소리에도 잠을 깨는 아이였습니다. 바로 기질 자체가 예민한 아이였습니다. 2시간마다 우유를 먹으러 깨는 것은 첫째 때도 경험했으니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었을 텐데 둘째는 거의 1시간 간격으로 깼습니다. 그리고 100일이 되면 나아지겠지, 1년이 되면 나아지겠지 했던 그 수면 패턴이 4살 때까지 지속되었습니다.


4살 때까지 아이는 단 하루도 내리 6시간 이상을 자본 적이 없습니다. 거의 2시간 간격으로 깨서 칭얼거리거나 일어나 물이라도 마시고 자곤 했습니다. 푹 잠을 자라고 저녁때 목욕시키기, 오줌 뉘이고 재우기, 저녁 많이 먹이지 않기, 자장가 틀어주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4살 가까이 되어서는 밤에 2-3번으로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저는 쪽잠을 자야 했습니다. 낮에는 회사를 가야 하니 낮잠을 자는 경우도 없었습니다.


4년간에 걸친 수면부족과 깨진 수면 패턴은 제 몸에 '면역력 저하'라는 질기고도 무서운 짐을 얹어놓았습니다.


4년에 걸쳐 30번이 넘는 대상포진과 1번의 뇌수막염을 앓았습니다. 대상포진 예방주사도 맞아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주치의 선생님은 이런 환자는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고, 늘 '잠을 잘 자야 해요'라는 조언을 주셨어요.


처음에 병원에서 '면역력 저하'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잠 좀 잘 자고, 영양제 잘 챙겨 먹으면 다시 회복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꼬박 4년간은 내 뜻대로 '잠 좀 잘 자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둘째를 재우고 밤에 함께 자는 것은 제 몫이었습니다. 당시 남편과는 주말부부였고, 낮에는 친정 엄마가 아이들을 봐주셔서 저녁때만은 제가 아이들을 모두 돌봐야 했습니다. 물론 남편도 주말 밤에 가끔씩 아이를 봐주시긴 했지만 어쩌다 하루 이틀 저 혼자 자는 것으로는 몸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더 서글픈 건 너무 자주 대상포진이 찾아오고 눈에 보이는 증상이 별로 없다 보니 (저는 수포가 늘 몸에 생겨서 겉으로는 잘 표시가 나지 않아요) 가족들조차도 제가 아프다는 것을 별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대상포진 걸렸다고 하면 "그래?" 이렇게 답변하고 끝입니다. 위로와 간호라도 받게 입원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늘 일과 육아, 가사가 있으니 그리 할 수 없었지요.


당연히 아이에 대한 후회나 원망은 없지만 아이와 내 건강을 맞바꾼 느낌입니다. 제 체력은 아마도 대한민국 부모들 중 하위권이 아닐까 싶습니다.


체력, 다시 회복시키기

둘째가 5세가 되던 해 두 번째 육아휴직을 맞으며 육아휴직 몇 개의 주요 테마 중 한 개를 '내 건강 회복'이란 주제로 잡았습니다.


헬스장을 등록하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요가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골프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제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늘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던 새로운 운동을 배우는 것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골프는 아이들 기상시간 전인 오전 6-7시를 활용했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아침 먹고 등원, 등교시키고 나서 10-11시경에 다시 요가를 갔습니다. 체력이 좀 안 좋은 날은 요가는 생략하고 차라리 집에서 책을 보거나 쉬는 걸 택했습니다. 골프는 처음 배우는 거라 빠지면 안 될 것 같아 꾸준히 가려고 했고 요가는 어느 정도 할 줄 아니 일주일에 가끔은 스킵해도 괜찮다는 얼렁뚱땅한 저만의 논리입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저는 오히려 너무 곰처럼 우직하거나 과욕이 넘쳐서 오히려 화를 불러일으키는 타입입니다. 건강해지고 싶다고 헬스장을 끊어놓고 너무 갑자기 지나치게 해서 앓아눕기 십상이지요. 그래서 저를 위한 처방으로 '너무 힘들 때는 집에서 쉬어라'라는 생각을 하며 지냈어요.    


음식도 영양가 있는 집밥 음식으로 챙겨 먹으며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집밥을 자주 해 먹으며 할 줄 아는 요리들도 늘어났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감자 크로켓을 만드는 날이면 푸짐하게 만들어 언니네랑 동생네도 나눠주었습니다.


육아휴직을 하고 가장 기뻤던 일 중 하나는 둘째가 5세가 되면서 밤에 통으로 잠을 자기 시작한 점입니다. 아이와 함께 6시간을 내리 자본 게 거의 처음입니다. 드디어 제 쪽잠 생활도 끝을 보는구나!


매슬로의 욕구단계 이론 중 1단계, 생리적 욕구. 4년이 넘도록 늘 충족되지 못해 '잠 좀 푹 잤으면 좋겠다'를 머릿속에서 지우질 못했는 데 그 힘든 시절이 서막을 내렸습니다. 전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쾌재를 불렀지요.

  

육아휴직으로 인해 행여 취침시간이 불규칙하게 될까 봐 저는 잠자는 시간을 알람으로 설정해두었습니다. 밤 11시가 되면 알람이 울립니다. 알람 제목은 '디비져 자기'입니다.


물론 애 꽥 잠들고 나면 그 새벽에 그 여유가 너무너무 귀하고 아까워서 졸린 눈 까뒤집어가며 머라도 하고 싶지. 나도 그 마음 잘 안다.
쥐 시장이라도 뒤적거리고, 케이블 틀고 드라마라도 나리 봐줘야 낮 시간 젖소, 식모, 도우미로 전락했던 내 자신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거 같겠지. 나도 그랬으니까.
잠만 푹~ 자도 육아가 쉽다. 애 잘 때 같이 디비져 자라니깐~! 그럼 안 힘들다니깐~!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 중에서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를 읽으며 아이가 자고 있을 때 아이 교구나 책을 찾겠다거나 좀 더 저렴한 물건들을 비교 검색한다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핸드폰을 보는 제 모습에 공감했습니다. 아이를 위해 좋은 책을 찾겠다고 자야 할 밤 시간을 훌쩍 지새워 놓고 다음날이면 더 피곤해져서 놀아달라는 아이한테 핑찬을 줍니다.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웃픈 상황이지요.


취침시간 알람은 제가 육아휴직 기간 동안 규칙적인 취침시간을 지키고 또 다음날 일찍 일어날 수 있게 해 준 일등공신입니다. 11시 취침, 5시 30분 기상. 육아휴직 때 오히려 회사 다니 때보다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닥을 쳤던 체력은 아주 조금씩 회복되었습니다. 대상포진 횟수도 조금 줄었고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약 10-20% 정도는 나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운동, 음식, 취침 이 3박자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육아휴직 1년 내내 제가 스스로에게 많이 신경 쓴 부분입니다. 그리고 육아휴직을 마친 지 2년째 되는 지금까지도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도 취침시간은 10시~11시, 기상시간은 5시로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음식은 집에서는 집밥, 회사에서도 인스턴트나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은 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운동은 제대로 못하지만 집에서 간단한 홈트를 하거나 출퇴근으로 인해 도보로 움직있는 것 이외에 매일 밤 30분 이상을 걷고 있습니다.  


4년간 꾸준히 떨어진 제 체력을 다시 4년에 걸쳐 조금씩 회복시킬 생각입니다. 나이도 있으니 원상복구까지는 어렵겠지만 매년 10-20%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도 건강해지련다!

비행기를 타면 늘 듣는 안전 수칙이 있습니다. 긴급사황 발생 시 본인의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그 후에 아이의 산소마스크 착용을 도와주라는 것입니다. 순서가 바뀌어 버리면 아이 마스크 채워주다가 (최악의 경우 다 채워주지는 못한 채) 본인이 먼저 정신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럼 둘 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지요.


육아에 있어서도 아이의 건강만을 너무 많이 챙기다 보면 정작 부모인 내 건강은 뒷전이 되고 그 부작용은 결국 아이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아이의 영양제는 10만 원어치를 사도 그러려니 하면서 정작 보인 것은 3-4만 원 짜리도 살까 말까 고민을 합니다. 육아휴직 기간만큼은 부모인 본인에게도 영양제도 잘 챙겨주고 내 몸을 좀 더 아끼고 사랑해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출산, 육아, 업무로 지치신 분들께 몸과 마음이 조금이나마 건강하고 편해지는 시간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건강한 부모로 육아휴직 기간을 보내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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