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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Sep 21. 2020

달리기와 글쓰기

나만 겪는 달리기의 효능

오랜 기간 글쓰기를 꺼려했던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언젠가부터 내가 말하는 것과 글 쓰는 것의 대부분이 늘 비판적이고 냉소적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 때는 이것이 비판적 사고를 하는 논리적 지성의 글쓰기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리고 그것은 내 생각하고 말하는, 또 글을 쓰는 습관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말하지 않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을 채워 생각과 표현의 균형을 이루어내기를 바라면서.


내 안의 또 다른 자아가 정도껏 성숙해졌고 다른 식의 생각과 표현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즈음, 2020년을 시작하면서 나는 꾸준한 글쓰기를 계획했다.


이전에 나는 위로가 되거나 감동이 되는 것들, 따뜻하고 감사한 것들에 관해는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아니, 아직도 그런 종류의 글은 잘 나오지 않고 어색하다. 다만, 이제는 그런 류의 긍정의 글들을 즐겨 읽고 종종 소소한 감동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이전과는 다른 온도의 글을 확신했던 나에게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이었지만  나를 짓누를 만큼은 아니었다.


사실 요 몇 달 글을 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단지 핑곗거리 일지 모르겠으나 요는 이렇다.


정치-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견해를 표현하는 글들은 내 의견이 거대한 어느 편에 속하는 경우만 오해를 사지 않는다. 프레임의 갈고리는 하나의 단어도 놓치지 않고 화자를 한쪽의 끝으로 끌어간다. 그것은 오해라고 항변할수록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댈 뿐이다. 적어도 내가 본바, 말을 아끼지 않는 모든 사람들은 본인만 모를 뿐 프레임의 마리오네트가 되었다. 거대한 분쟁의 틀속에서 깊은 사유는 침묵과 소소한 실천만이 최선임을 말해줬다.


상상해보자. 약 30대의 크고 작은 초고급 자동차들이 2차선 도로를 줄지어 달린다. 활짝 열린 창문 너머로 들리는 음악에 당신의 차가 울리는 게 느껴질 정도고 다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른다. 보아하니 몇몇 차들은 리본과 깡통으로 치장했다. 그렇다. 누군가의 결혼식 축하를 하는 차량들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경적을 울려댄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하며 당신도 경적을 몇 번 울려줬다. 그런데 이들이 갑자기 신호와 관계없이 도로를 한참 동안 점거해버린다. 그렇게 신랑과 친구들은 차에서 내려 도로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꽉 밀려있는 차도를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는다. 이게 뭔 짓인가 싶다가 시간이 갈수록 약속에 늦을까 마음이 조급해진다. 당신은 화가 나고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린다. 창문을 열고 소리도 질러본다.


밖에서 보기에 당신은 이들을 함께 축하해주고 있을까? 항의하고 있을까? 당신의 행동은 의미를 상실했고 그냥 가져다 쓰는 사람 마음이다.


나는 지금 세상이 저런 꼴 같아 의미 없는 소음을 하나 더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들을 씹고 또 씹어 삼키기만 일쑤였다.


하지만 달리기 이후에 내가 원하던 것과 어딘가 가까운 느낌의 글들을 쓰기 시작했다. 벌써 3일째 글이 내리써진다! 유후~!! 기승전-달리기 ㅈㅅ...


한번 달릴 때마다 하고 싶은 말들이 넘친다. 누구에게 상처 주지 않아도 되고, 누구와 치열한 토론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러나 가볍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인생과 가까운 이야기들...


매일 달리기가 나를 매일 글쓰기와 가까운 곳으로 데리고 갔으면 좋겠다. 감히 매일 글쓰겠다고는 못하..ㄱ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이 발견되는 곳으로 가고 싶다.  

 



이미지 : https://pixabay.com/ko/photos/도서관-책-교육-문학-학교-869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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