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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Sep 19. 2020

작은 소리에 집중하자

내 몸을, 내 삶을 더 사랑하는 방법 

고등학교 입학식을 목발 짚고 했다. 그리고 나은지 얼마 안 돼서 같은 곳을 다시 다쳤다. 농구할 때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 부상인데, 착지할 때 누군가의 발등을 밟으면 발목이 안쪽으로 꺾이는 경우다. 그 순간을 아직도 정확히 기억한다. 착지 순간 우드드드득 하는 소리가 사실인지 환상인지 내 귀까지 들렸다. 나는 몸 움직이기를 좋아하고 그 덕에 하도 많이 다쳐봐서 부상의 순간 싸이즈가 나온다. 이건 무조건 병원행이다. 괜찮냐?라고 묻는 친구에게 차분하게 '업어봐.. 병원 가자.'라며 대답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해서 운동과 빠빠이. 사실 내 왼쪽 발목의 운동 반경은 오른쪽에 비해 현저히 좁다. 쭈그리고 앉으면 오른쪽 뒤꿈치는 땅에 딱 붙지만 왼쪽은 까치발이 된다. 운동을 안 하면 불편함을 전혀 못 느끼는 정도지만 요즘 뛰어보니 내 왼쪽이 살짝 말썽이다. 처음에는 불편한 곳이 발바닥이나 종아리여서 그냥 뛰고 나서 생기는 근육통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건 명확이 내 왼쪽 발목의 문제다. 참 신기하다. 사실 선수마냥 엄청나게 뛰는 것도 아니고 내 발목의 상태는 나조차도 거의 느끼는 못할 정도로 작은 불편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듯 아닌 듯 영향력을 발휘하다니... 삶은 재미있다. 작은 습관 작은 행동 하나가 다른 많은 삶의 부분들과 얽히고설키고,  시간이 지나 언젠가 전혀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진짜 원인은 상상도 못 한 채 다른 사람, 다른 곳, 다른 부분에서 문제를 찾으려 한다. 그렇게 누군가는 잘못된 판단을 하고 또 의미 없이 무작정 극한을 참아내는 독기로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훗날 더 큰 불행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 


나는 잘 달래고 더 조심해서 이십 년도 넘게 늦은 재활을 천천히 해볼 생각이다. 아마 왼쪽 발목이 다시 완벽하게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해도 나는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무수히 많은 것들을 경험할 것이고 생각하고 느끼고 성장할 것이다. 


평소에는 느끼지도 못하지만 내 삶에 꾸준히 영향력이 발휘하는 작고 하찮은 부분들은 얼마나 많을까. 그곳에 더 집중해보고 싶다. 


2020년 9월 19일 토요일 6시 30분. 오늘도 달리러 나간다!!

 


이미지 : https://pixabay.com/images/id-256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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