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소설> - 사랑

3분만 쉬다 가실래요?

by 신하영









































<3분 소설> - 사랑






















"당신을 만나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거예요.

그러니 그런 소린 하지 마요."





그녀는 벽에 달린 초에 불을 붙이며 그에게 말했다.

이내 어두컴컴한 방이 주홍빛으로 가득 찬다.



오늘 저녁은 단호박으로 끓인 수프와 버터를 잔뜩 바른 바게트다.

그는 묵묵히 빵을 먹으며 입만 오물거린다.

그녀에 말에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언제 떠날지 몰라서 미리 음식 준비해놨어요."




"고마워."




"고마우면 대답해줘요."




"언제 떠날지 몰라서 그래. 넌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잖아."




"기다리는 사람은 아니죠. 하지만 당신이니깐요."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담담하게 빵을 씹는다.

그리고 접시를 정리하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차분히, 아주 차분히 바라본다.




그녀는 애꿎은 접시를 닦으며 등으로 그의 눈빛을 흡수했다.

더 이상 고집부려봤자 어찌하리

어차피 그는 먼 곳을 다녀오는 사람인데






.







날이 저물고 고요한 밤이 찾아왔다.

달빛은 넓은 들판에 우두커니 서있는 낡은 집 한 채를 비춘다.



가지런히 옷을 개어놓은 그녀는 창 밖으로 별을 바라봤다.

오늘은 별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행여나 그가 깰까 싶어 창문을 아주 조심히 연다.



그 사이로 은은한 바람이 들어오는데 어찌나 시원한지.

바람에 날리는 풀들의 아름다운 춤을 보며 한동안 생각에 잠긴 그녀다.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 일지도 모르니까.








.








그가 눈을 떴을 땐 어스름한 새벽이 오는 시간이었다.



떠나야 한다.



아니, 원래 그는 떠나야만 다시 그녀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는 운명이다.

가지런히 개어진 자신의 옷을 보곤 아이처럼 새근 자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가 개어준 옷을 조용히 하나하나 갈아입는다.

이것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그의 마지막 행동이었다.




원래 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으니







.







낡은 모자를 쓰고 문을 열었다.

지평선 끝에서 올라오는 그윽한 햇살에 눈살을 찌푸리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신다.



이제 떠나야 한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다시 그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속에서 올라오는 검은 한숨을 뱉어내고 힘겹게 발걸음을 떼어냈다.






"가는 거예요?"






뒤에서 들리는 아련한 목소리

그는 몸을 돌려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응."




"음식 들고 가라니깐요."






그녀가 내미는 음식꾸러미를 받아 드는 그는

"고마워"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치, 하고 웃으며 몸을 낮춰 그의 신발 끈을 묶어준다.


그리곤 말한다.





"언제든 오세요. 대신 올 때 노크 정돈해주고요."






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디를 가든 건강해야 하고 먹을 땐 항상 많이 먹어요. 그래야 힘이 나니깐요.

아프면 당신 가방 맨 안쪽에 있는 약 먹어요. 당신은 쉽게 감기에 걸리니깐 넣어뒀어요."





그녀는 웃으며 그의 신발 끈을 단단히 매어주었다.





"후우..

사실은 당신을 만나고 나서부터 저에겐 시간은

무의미해졌어요.

하지만 기다리는 건 시간을 유효하게 하니 돌아올 땐 조금의 신호는 보내주세요.

그리고 돌아온다고 약속해줘요.

당신이랑 약속하면 나, 충분히 기다릴 수 있을 거 같으니깐."






그녀가 손을 뻗자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얇은 새끼손가락에 손가락을 걸어 암묵의 약속을 했다.




.





글쎄, 그는 무심하게 떠났다.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제 그녀는 홀로 달을 보고 해를 맞이한다.

시간이 나면

그에게 줄 옷을 짜고 다시 돌아왔을 때 해줄 음식들도 만들어 본다.

그리고 그때와 같은 바람이 불 땐

집 앞 벤치에 덩그러니 앉아 먼 들판을 바라보기도 했다.

혹시나 그가 올까 봐 하고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바람에 실린 잎들이 그의 소식을 전해줄까 했지만 기다림이란 게 원래 이렇게나 힘들다.

하지만 그녀는 그와 걸었던 새끼손가락의 감촉을 잊을 수 없었다.

정말 그 약속 하나만으로 모든 게 충분했으니까








.









어느 날



문득 들린 노크소리에 놀란 그녀는 서둘러 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어보니

세상에, 모습이 바뀐 그가 기다렸다는 듯 그녀를 안아주는 게 아닌가



그녀는 이내 숨을 멈췄다.



사뭇 달라진 그의 온기에 놀랐지만

따스한 품에서 눈물을 흘리며 그녀는 살포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다시 왔구나 내 사랑."























사실 그의 이름은 '사랑'이다.


지금 내 곁을 떠났어도 다른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게 바로 '그'며'사랑'이다.


매번 같은 사랑을 겪을 순 없다.


비록 그의 모습이 달라도 그녀에겐 사랑이라는 따뜻한 온기는 여전했다.


그러니 모습이 다르더라도 꼭 그를 끌어안아주길 바란다.
























사랑을 기다리는 모든 분들에게 이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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