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7시 8분이 되어서야 나는 내방 내 침대 위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주말 내내 밖에 있던 시간이 훨씬 많다.
사실 나는 집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사람인지라 주로 주말을 집에서 보내는것을 선호해왔다.
요 근래에는 그런 성향이 사실 조금 바뀐것 같기도하다.
토요일에는 예정대로 12시부터 6시까지는 회사 일정으로 매여 있었다.
스트레스가 심했고 남편을 만나 맛있는 고기에 맥주한잔을 했으나 말다툼이 있었다.
그래도 당일에 화해는 하고 잠들었다. 일어나보니 온 몸이 욱씬거렸다.
그럴만도 한 것이 토요일 하루동안 24000보 이상을 걸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 한주가 특히 빡센 탓도 있었다.
일요일인 오늘 10시 경에 눈을 떴고 남편은 농구를 마치고 집에와서 씻고 아침을 이미 해결한 상태였다.
나는 온몸이 예상대로 쑤시길래 오늘은 게으르게 집에 있는 날이겠구나 짐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오래, 밖에 있게되었다.
일단 점심을 먹으러 성수동으로 11시 15분경에 출발을 해서 12시 조금 넘어서 솔솥에 가서 전복솥밥을 먹었다. 맛은 매우 괜찮았다.
밥을 먹고선 건대입구쪽으로 갔는데 영화관에 차를 세워두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
건대입구 쪽에는 오늘 거의 처음 갔었기에, 매우 낯설었다.
cgv 영화관 있는 곳 주변으로 양꼬치 집이 즐비했는데 알고보니 그곳이 건대입구 양꼬치거리였던 것이다.
하여간 까페에선 오트라떼를 한 잔 마시고 주위를 좀 둘러보다가 영화 '파벨만스'를 봤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내용의 영화였다.
장장 150분간 영화를 보고나니 다시 저녁 때가 되어서 여의도로 돌아와 칼국수와 만두를 먹었다.
어렸을 적에 나는 자주 감기에 걸렸는데 엄마가 나와 동생을 소아과에 데려간 날에는 항상 그 건물 아래층에 있는 명동칼국수 집에 데려갔던게 생각났다. 나는 유난히도 칼국수를 좋아해서 가족끼리 칼국수를 먹으러가면 나혼자 최소 2~3인분은 먹었던 아이였다.
지금도 나는 뜨근한게 먹고싶을 때 항상 제일 먼저 생각나는게 칼국수다.
어제 밖에 있던 내내 짧은 치마를 입고 돌아다니는 여자들을 많이 봐서 날이 그만큼 더운가보다 하고 나도 오늘 스타킹 없이 치마를 입고 돌아다녔더니 사실 하루종일 너무 추웠다.
봄날씨라는게 요상해서 바람은 은근히 세차다.
칼국수를 먹으면서 땀을 쫙 빼고 옆에 있는 엘리스 파이에 가서 파이 한 조각과 누네띄네 하나를 집어왔다.
남편은 요새 40대에 접어들기 전인지라, 자꾸 본인 자신에게 실망스럽다는 이야길 한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본인이 퇴물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이야기했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40대에 접어들면 기억력도 감퇴하고 예전같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한다고.
나는 다음주 월요일, 그러니까 내일 회사에 출근해서 바로 퇴사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할지 무의식중에 계속 고민 중이다. 물론 하루종일 오늘도 밖에서 보낸터라 집중해서 해당 이슈에 대해 고민하진 않았지만 아마 침대에 앉아있는 지금 이 순간부터는 이 이슈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제 나는 피곤할법도 한데 오후 6시가 넘어서 마신 아아 2잔으로 인해 혼자서 밤산책을 하고 왔다.
남편에게 데리러 올 때 아아 한잔을 사오라고 했고, 남편이 오길 기다리면서 스벅에서 아이스커피 톨 사이즈 하나를 이미 마셔버렸기 때문에 순식간에 2잔을 마셔버렸다.
혼자서 밤산책을 하는 중에 아는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꽤 오래 내 이야기를 했는지라 듣는 사람은 다소 지루했을 게 분명한 대화였다.
보통은 밤 9시반이 넘어서 혼자 걸으러 나가는 일이 흔치 않은데, 어제는 그만큼 답답했나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진 해야만하는 일만 하다보니 하고싶은 말을 가슴속에 꾹꾹 넣어뒀던 것같다.
그런데 남편도 남편 나름의 문제가 있고 고민이 있다보니, 남편에게 모든 걸 다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이번주 평일에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을땐 그냥 브런치 앱을 켜서 글을 썼던 것 같다.
다음주에 좋은 소식을 받길 기원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