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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속에 모스피다 달걀 비행기

MAtt's Toy Workshop

by Matthew Min 민연기

앞뒤를 콱 눌러 만든 모스피다 레이오스 전투기 달걀 비행기 버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서랍에 어디 구석에 넣어 두었습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311


작고 귀여운 걸 좋아하지만 하찮고 자질구레한 것들은 주변을 어수선하게 만드는 법이죠. 그건 또 좋아하지 않아서 귀엽다고 산 물건이라도 어딘가 안 보이는 구석에 치워 두곤 해요. 우연히 서랍을 열었을 때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거든요 물론 뭐 하러 샀을까 뭐 하러 만들었을까 하는 현자의 시간도 함께하죠.


그렇게 긴 현자의 시간을 보내고도 조금도 현자에 가까워지지 못한 어느 날 이케아에서 좋아하는 유리병을 다시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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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타이타닉을 만들고 넣어 두었던 그 유리병입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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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가 넓어 작은 모형이라면 보관하기 좋아요. 표면이 매끄럽지 않아 모형이 조금 울퉁불퉁 왜곡되어 보이지만 이만한 크기에 유리병으로는 저렴합니다. 물론 안에 넣을 비행기보다는 비싸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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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넣을지 치수를 정합니다. 이때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만 할 뿐이죠. 그래도 해보지 않으면 결과를 알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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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플라스틱 봉을 이렇게 끼워 넣을 생각입니다. 투명이라고 아주 안 보이는 건 아니지만 투명 플라스틱은 안 보이는 걸로 묵인하기로 합니다. 아니지, 착한 사람은 안 보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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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침을 3D 프린터로 출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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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바닥이 오목하게 올라와 있기 때문에 반지름을 어떻게 측정할까 고민도 했어요. 그냥 넉넉히 원통형으로 안쪽을 비우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당연한 걸 떠올리는 데는 드라마 한 시즌을 다 보고 난 다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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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안쪽에 배치해 봅니다. 투명 막대는 안 보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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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병안에 비행기를 띄어봅니다. 투명 플라스틱 봉이 보인다면 착한 사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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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에 고무찰흙을 채우고 다시 꺼내서 길게 늘려 주었습니다. 돌돌 감았을 때 받침에 꼭 맞게 들어갈 양이 가늠이 되지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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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테무에서 산 물건들 중에 가장 비싼 모형 풀을 주문했습니다. 주변에 뻣뻣한 털을 가진 짐승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실패했거든요. 테무에서 산 물건이 그리 비쌀 리 없습니다. 무료배송을 위해 함께 주문한 쓸모없는 것들을 생각해도 그리 비싸지는 않아요. 물론 안에 넣을 비행기보다는 비싸지만요. 모형 풀은 반으로 잘라서 사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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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늘린 고무찰흙에 모형 풀을 붙입니다. 그리고 돌돌 말아 받침대에 잘 집어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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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빠진 성긴 부분은 풀을 채워 넣는 동안 방안이 온통 의문의 털투성이가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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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렇게 풀 위를 저공비행하는 비행기가 됩니다. 투명 플라스틱 봉은 정말로 보이지 않습니다. 착한 사람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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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깔아줄까도 생각했는데 하얀 바닥이 더 이국적으로 보일 거 같아 마른 이끼를 군데군데 붙여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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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풀이 함께 자라는 것처럼 보이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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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없이 하얀색으로 남기기로 하면서 받침대 색깔도 그냥 하얀색으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풀은 처음부터 핑크색을 고민했어요. 기왕 저공비행을 하는 거면 핑크 뮬리 위가 더 낭만적일 거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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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브러시로 조금씩 조금씩 핑크색으로 변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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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킹 테이프를 제거합니다. 세상 저렴한데 망가질 때마다 땜빵으로 고쳐 쓰던 제 불쌍한 3D 프린터는 이번에도 영 맘에 들지 않는 출력 품질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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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퍼티를 거칠게 발라 콘크리트처럼 보이게 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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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을 칠해줄까도 고민했지만 핑크색 풀과 어울리지 않을 거 같아 귀찮아서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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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티가 덜 발라진 곳은 조명을 비추면 이렇게 보입니다. 더 발라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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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받침을 병에 고정할 차례입니다. 고무찰흙을 바닥에 붙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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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밑에 꾹 눌러 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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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풀은 긴 가위로 정리해 주고요.

https://youtu.be/50D98jUlGeE


이렇게 어느 서랍 구석에 숨을 운명의 모스피다 레기오스 달걀 비행기는 자신의 몸값보다 훨씬 비싼 장식 공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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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고 자질구레한 작은 물건을 하찮고 자질구레한 커다란 물건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볼 때마다 이 하찮은 쪼꼬미는 무엇인가 깜짝깜짝 놀라고 있어요.


저희 집은 곳곳에 이런 물건들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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