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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Aug 21. 2024

병 속에 모스피다 달걀 비행기

MAtt's Toy Workshop

앞뒤를 콱 눌러 만든 모스피다 레이오스 전투기 달걀 비행기 버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서랍에 어디 구석에 넣어 두었습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311


작고 귀여운 걸 좋아하지만 하찮고 자질구레한 것들은 주변을 어수선하게 만드는 법이죠. 그건 또 좋아하지 않아서 귀엽다고 산 물건이라도 어딘가 안 보이는 구석에 치워 두곤 해요. 우연히 서랍을 열었을 때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거든요 물론 뭐 하러 샀을까 뭐 하러 만들었을까 하는 현자의 시간도 함께하죠.  


그렇게 긴 현자의 시간을 보내고도 조금도 현자에 가까워지지 못한 어느 날 이케아에서 좋아하는 유리병을 다시 발견했습니다. 



지난번에 타이타닉을 만들고 넣어 두었던 그 유리병입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267


입구가 넓어 작은 모형이라면 보관하기 좋아요. 표면이 매끄럽지 않아 모형이 조금 울퉁불퉁 왜곡되어 보이지만 이만한 크기에 유리병으로는 저렴합니다. 물론 안에 넣을 비행기보다는 비싸지만요. 



어떻게 넣을지 치수를 정합니다. 이때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만 할 뿐이죠. 그래도 해보지 않으면 결과를 알 수 없죠. 



투명한 플라스틱 봉을 이렇게 끼워 넣을 생각입니다. 투명이라고 아주 안 보이는 건 아니지만 투명 플라스틱은 안 보이는 걸로 묵인하기로 합니다. 아니지, 착한 사람은 안 보이는 겁니다. 



받침을 3D 프린터로 출력합니다. 



병 바닥이 오목하게 올라와 있기 때문에 반지름을 어떻게 측정할까 고민도 했어요. 그냥 넉넉히 원통형으로 안쪽을 비우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당연한 걸 떠올리는 데는 드라마 한 시즌을 다 보고 난 다음이었어요.  


이렇게 안쪽에 배치해 봅니다. 투명 막대는 안 보이는 겁니다. 



이렇게 병안에 비행기를 띄어봅니다. 투명 플라스틱 봉이 보인다면 착한 사람이 아닙니다. 



안쪽에 고무찰흙을 채우고 다시 꺼내서 길게 늘려 주었습니다. 돌돌 감았을 때 받침에 꼭 맞게 들어갈 양이 가늠이 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테무에서 산 물건들 중에 가장 비싼 모형 풀을 주문했습니다. 주변에 뻣뻣한 털을 가진 짐승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실패했거든요. 테무에서 산 물건이 그리 비쌀 리 없습니다. 무료배송을 위해 함께 주문한 쓸모없는 것들을 생각해도 그리 비싸지는 않아요. 물론 안에 넣을 비행기보다는 비싸지만요. 모형 풀은 반으로 잘라서 사용했어요. 



길게 늘린 고무찰흙에 모형 풀을 붙입니다. 그리고 돌돌 말아 받침대에 잘 집어넣습니다. 



중간에 빠진 성긴 부분은 풀을 채워 넣는 동안 방안이 온통 의문의 털투성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풀 위를 저공비행하는 비행기가 됩니다. 투명 플라스틱 봉은 정말로 보이지 않습니다. 착한 사람이라니까요. 



흙을 깔아줄까도 생각했는데 하얀 바닥이 더 이국적으로 보일 거 같아 마른 이끼를 군데군데 붙여 주었습니다. 



다른 풀이 함께 자라는 것처럼 보이도록 말이죠. 



흙 없이 하얀색으로 남기기로 하면서 받침대 색깔도 그냥 하얀색으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풀은 처음부터 핑크색을 고민했어요. 기왕 저공비행을 하는 거면 핑크 뮬리 위가 더 낭만적일 거 같았거든요. 



에어브러시로 조금씩 조금씩 핑크색으로 변해갑니다. 



마스킹 테이프를 제거합니다. 세상 저렴한데 망가질 때마다 땜빵으로 고쳐 쓰던 제 불쌍한 3D 프린터는 이번에도 영 맘에 들지 않는 출력 품질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퍼티를 거칠게 발라 콘크리트처럼 보이게 할 생각이에요. 



회색을 칠해줄까도 고민했지만 핑크색 풀과 어울리지 않을 거 같아 귀찮아서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퍼티가 덜 발라진 곳은 조명을 비추면 이렇게 보입니다. 더 발라주어야겠습니다.  



이제 받침을 병에 고정할 차례입니다. 고무찰흙을 바닥에 붙이고 



병 밑에 꾹 눌러 고정합니다. 



어지러운 풀은 긴 가위로 정리해 주고요. 

https://youtu.be/50D98jUlGeE


이렇게 어느 서랍 구석에 숨을 운명의 모스피다 레기오스 달걀 비행기는 자신의 몸값보다 훨씬 비싼 장식 공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찮고 자질구레한 작은 물건을 하찮고 자질구레한 커다란 물건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볼 때마다 이 하찮은 쪼꼬미는 무엇인가 깜짝깜짝 놀라고 있어요. 


저희 집은 곳곳에 이런 물건들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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