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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Apr 11. 2023

잠든 너의 귓가에 남기는 고백

무한히 많은 언어로 무한히 오랜 시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표현을 담아

몇 날, 며칠, 그 이상 어떤 날들에

밤새 이야길 해도 부족할 만큼

더 이상 어떤 표현도 마음을 다 담아낼 수 없을 만큼

나는 네게 감사해 네가 내게 주는 안온에 행복해


그리고 그 어떤 표현으로도 바꿀 수 없는 말

이 밤이 지나기 전에 네게 나 한번 더 전해


"사랑해"


.


안녕, 내가 사랑하는 사람아. 잔뜩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혹시라도 네가 나의 넘치는 사랑에 비례한 수다스러움에 잠이 깰까 봐 홀로 차분이 책상 앞에 앉아 몇 마디의 말을 끄적여 보려 해. 우리 처음 만났을 때부터 네가 건넨 그 안온함이 너무나 좋아서 나는 너를 좋아하기 시작했고, 낯선 이의 불편함과 무서움을 정말 단 한순간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따듯하고, 네가 주는 그 온기에 이상하리만치 안정이 되고, 덕분에 세상 무해하게 웃고 있는 아주 낯선 나를 보고, 난 '아! 그래 바로, 이 사람이다!'라고 생각했어. 어쩌면 너무도 놀라운 속도로 가까워지고, 너무나 놀라운 속도로 너를 사랑하게 된 것 같아서 더불어 없던 불안이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너를 사랑하는 내가 너무 좋아서. 그래서 나 조금 불안한가 봐. 이런 나를 잃고 싶지 않아서. 너를 사랑하면서 나는 여태 모르고 살아온, 나를 사랑하는 법을 함께 배우는 중인 것 같아. 네가 준 관심과 애정이 부족해서는 결코 아니야. 그냥 조금 어리게도 너를 사랑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드는 거지. 이렇게 말을 하면 어쩌면 불편하고 부담스러우려나. 너를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어렵게 하는 것 같네.


 너에게 비친 내 모습이 어떤 모습일까 나는 종종 상상을 하곤 해. 얼마나 못난 모습일까라고 생각하는 게 대부분이겠지만, 그래도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나를 보면, 그런 나를 보고 있는 너를 보면, 너를 생각하면, 너의 손을 잡고, 너와 함께 하면, 네 곁에서 세상 무해하게 웃는 나를 보면, 적어도 너도 그 순간만큼은 나를 만나 참 다행이라 생각해주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때때로 하기도 해. 감사해.


무한히 많은 언어로 무한히 오랜 시간 할 수 있는 모든 표현을 담아 몇 날, 며칠, 그 이상 어떤 날들에 밤새 이야길 해도 부족할 만큼. 더 이상 어떤 표현도 마음을 담아낼 수 없을 만큼, 정말 그만큼. 나는 네게 감사해. 네가 내게 주는 안온에 행복해. 그래서 자꾸만 확인받고 싶은가 봐. 너의 표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시때때로, 널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같은 마음임을 확인받고 싶은가 봐. 놀라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커지는 이 마음을 감당하기에 내가 너무 부족해서 그런 거니까, 너는 종종 그런 어린 마음을 한 나를 서운해 않고, 그냥 괜히 한번 더 사랑한다는 말이 듣고 싶어 심술부리는 거구나, 예뻐해 달라고 투정 부리는 거구나 어린아이 같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어. 그리고 한 번 더 얘기해 주면 좋겠어. 커진 마음만큼 커진 불안은 네가 내게 준 것이 아니라는 건 이미 나도 알고 있으니. 사랑해. 그 말이 주는 안온이 괜히 더 탐이나 그런 것뿐임을 이미 나도 알고 있으니. 괜히 오늘 밤, 짧지만 긴 투정을 부려 본다. 놀랍게도 이미 그 투정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네게.


사랑해. 내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너라서 참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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