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손잡고 길을 걷다가 그냥 문득 자주 종종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사람. 이유랄게 있나. 눈 마주치면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사람. 내가 하는 모든 장난에 같이 장단 맞춰 주는 사람. 같이 웃고 떠들고 장난치다가도 넘어지려 하면 손 꼭 붙들고 기다려주는 사람. 운전하다 빨간 신호에 멈춰 서면 기다렸다는 듯이 안아주고 뽀뽀해 주는 사람. 투덜투덜 잔소리를 하다가도 내가 놀래면 돌아보는 사람. 휘적휘적 가다가도 돌아와 걸음을 맞춰주는 사람. 칭얼거리고 빼액 거리면 같이 칭얼거려 주는 사람. 내가 만든 음식은 무조건 맛있다고 볼 빵빵하게 먹어주는 사람. 자기 컨디션이 빵꾸나 나도 괜찮다며 나를 먼저 챙기는 사람.
여행을 함께 다녀오면 그 사람의 진짜를 알 수 있다는 얘기를 종종 들은 적이 있다. 술을 잘 먹지 않는 터라 나는 술을 먹여봐야 한다는 말보다 더 와닿았던 말이다. 보통은 긴 시간을 함께 있거나 피로도가 쌓이면서 괜히 짜증이 일고, 결국은 토라지거나 긴 다툼이 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고.
그런데 이 사람 여행하는 내내 내가 토라지고 칭얼거리고 떼를 써도 가만히 들어주고 안아주고 속도를 맞춰주고 더 많이 사랑한다 말해주는 사람이었다.
언제든 어느 순간이든 나는 너를 다 안아줄 수 있어라고 하는 것 같은 사람.
백발노인이 되어도 나랑 같이 놀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누군가와 연애를 하면서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저 막연하게 오래 보자. 헤어지긴 싫어. 그즈음이었는데, 이 사람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할머니가 된 나랑 놀아주면 좋겠다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