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처럼, 글처럼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_무엇을 좋아하십니까?

by max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 일명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는 운동을 꼽고 싶다. 내 삶에서 운동을 지워낼 수 있을까.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또 건강한 신체를 위해서 운동 하나쯤은 배워둬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 아래 미취학 아동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태권도가 빠진 것은 의외다. 내 기억은 없지만 전해 듣기로는 다리 찢기에 대한 두려움이 상상을 초월했다고 한다. 그래서 태권도를 제외하고 검도, 복싱, 수영, 요가, 탁구 같은 종목으로 10대를 보냈다. 이 중 가장 늦게 배운 복싱에 의외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운동 신경이 좋다는 것은 체육 성적으로 말미암아 부모님께서도 알고 계셨지만, 그렇다고 운동선수가 되길 바라진 않으셨다. 고3을 몇 달 앞두고 관장님의 제안으로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볼 기회가 있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는 단호했다. “대회 한 번 나가보는 게 어때서”라고 생각했던 내 마음과 달리, “어쨌든 두들겨 맞는 운동”이라는 사실이 부모님께는 거부감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이후에도 복싱은 꾸준히 즐겼다. 사람마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다르겠지만, 내게 운동은 최고의 해소법이었다. 이런 효과는 다뭇 나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걸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우울증 환자에게 조깅을 권하기도 한다고.


나의 장기 목표 중 하나도 ‘운동’이다. 가능한 한 많은 종목을 배워보자는 것이었지만, 막상 하다 보니 비용적인 문제도 있고 체력적 한계도 있었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는 단순히 ‘배움’보다는 ‘깊이’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아무리 해보고 싶던 운동이라도 막상 시작하면 흥미를 못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먼저 체험해 보고, 정말 끌리는 종목이라면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접근한다.


이렇게 운동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사실 제대로 끝을 본 적은 없다. 꾸준히 해왔다는 점에서는 성실했지만, 한 종목을 ‘마스터했다’는 기준을 세운다면 아직은 없다. 복싱도 대회를 나가지 못했으니 미완의 느낌이다. 그래서 마스터를 목표로 깊이 있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깊이 있게 도전하기 시작한 운동이 필라테스다. 늘 하고 싶었지만 가격이 부담됐고, 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망설였다. 하지만 거북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그리고 단 세 번 만에 깨달았다. 필라테스는 결코 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강사의 시퀀스에 따라 충분히 역동적일 수 있는 운동이고, 내 몸 어디에 어떤 근육이 있는지를 하나하나를 새롭게 인식하는 놀라움이 있었다. 이 운동의 끝은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으로 정했다. 누군가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면, 비로소 ‘끝’을 보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내 삶의 일부가 된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어느새 내 일상이 되어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망설임도, 억지로 하는 태도도 없다. 경험상 오히려 더 간절히 원했던 것들이 더 빨리 시들해지곤 했다. 기자라는 직업도, 장래희망으로 품었던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글쓰기를 이어오다 보니 자연스레 닿은 자리였다. 지금도 다양한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 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부터는 꾸준함에 깊이를 더하며 계속 이어가고 있다.


고양이를 돌보는 일 또한 숨 쉬듯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다. 특별히 설레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감사한 일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간다는 건 좋아하는 것 몇 가지를 깊이 뿌리내려가는 일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땀 흘리며 운동하고, 글을 쓰며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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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