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한 알만 반찬으로 두고도 먹을 수 있다 했지.
알싸하고 시원한 맛이 좋다며
나는 먹지 못하는 큰 조각을 하나 집어 아삭아삭 먹던 너.
우리가 왜 멀어졌는지, 어떤 날에 어쩐 일로 서로의 감정이 등을 돌리게 됐는지 한참을 고민하다 그만두었어.
10여 년의 시간에 조금씩 선이 생기다 선 따라 금이 가고 공간이 생기고 결국 이렇게 된 거니까. 그 틈을 채우려면 어쩌면 배의 시간과 마음이 들어야 할 일인지도 모르지.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마음 한 공간에 꽤 오랜 시간 묶인 실타래가 굴러다닐지 모르지. 풀려고 하니 답답하고, 손대면 후회할 것 같은 막막함의 무게를 가진.
큰 부분을 차지했던 관계였어.
내 존재가 네 덕분에 빛이 났을 때, 언젠가는 나의 있음이 너 때문이기도 했을 때. 그런 시간이 많았기에 아직도 선명하게 밀려오는 감정의 깊이들이 있어.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 충실했고 기쁨이었지. 기회가 왔을 때마다 고맙다고 말했지만
다시 한번 그 시절 참 고마웠어.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싶은 게 사는 거더라.
그런 일 중의 하나가 너와 나의 멀어짐이 돼버린 게 서글프지만 몇 해간 복합적인 감정의 기류 속에서 캄캄한 밤을 보냈던 시간을 끝내려고 해. 혹시 너도 그랬다면 내가 지금 적은 이 몇 자가 네게 도움이 되길.
참. 나도 생양파를 좋아하게 됐어. 네가 말한 그 맛이 어떤 건지 알겠더라.
이 맛을 함께 할 수 없는 게 아쉽지만, 언젠가 우리가 오랜 시간을 건너 한자리에 앉는다면, 생양파와 함께 소주 한 잔도 기울일 수 있을까. 그 알싸한 맛이 마음에도 코끝에도 물들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