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고민했을 때, 몇 해째 같은 답을 쓰는 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적당히 잘 사는 방법을 찾아 평범하게 살고자 함도 아니었고, 지금의 위치에서 더 명예로워져 ‘이름값’하는 사람이 되고자 함도 아니었다.
노동의 대가가 최선을 다한 만큼 따라오지 않는 이 땅에서. 직업의 이름과 사회적인 위치가 가져가는 만큼의 수입은, 늘 모두에게 허망함을 가져다주었으므로. 물질에 대한 욕심은 버리자며 해가 갈수록 다짐했다.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 혹은 비슷한 환경의 친구들을 보았을 때 삭막하고 모진 세상에서 본인조차 일으켜 세우는 것은 늘 고되고 힘들어 보였다.
일상의 무료함, 그것조차 느낄 수 없이 벌어 먹고살기 바쁜 굴레 ….. 우리는 그렇게 견디며 살고 있었다.
나 자신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누군가에게 나를 이해시킬 틈도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게 사는 걸까.
나는 그래서 더욱 남으로 살아야 한다고 확신했다.
나를 단단히 하고 채우기 위해서는 나로 사는 게 전부가 아닌, 완벽하게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만이 내 삶을 세운다고.
그 어떤 삶의 고통도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회복이 시작되는 것임을 깨달았다. 감히 다 알 수 없겠지만 한 사람의 서사와 감정을 읽으려는 노력에서 나는 그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다양한 사람을 품어 깊어졌을 때, 모두가 다른 사람이 되고자 하는 작은 불티를 가슴에 붙였을 때, 숨죽여 우는 고통과 상처는 줄어갈 것이다.
그런 공감과 이해가 다만 그늘진 곳에서의 쓰임이 아니라 당장 내 옆에 누군가를 이해하고 기쁘게 만들 수 있는 일임을.
나는 내일도 당신을 배우기 위해 내 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