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서 마셨을지 모르지만 슬퍼서 마셨을 이유가 있어 보였다.
흔들리는 버스 안, 그는 좌석 손잡이를 부단히 붙잡고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마시게 했나 싶다가 아빠가 생각났다.
어쩌면 아빠에겐 술 따위의 위로조차 없을지 모른다.
아빠의 손발은 거칠고 갈라졌다. 그 투박하고 까끌까끌한 손만큼의 고된 노동만이 아빠의 내일이고 어제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 서걱이는 거침만큼 마음도 조각조각 갈라져 있을지 모를 일이다.
아빠는 엄마를 닮은 언니와 나처럼 아들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사실 아들이 없어 외로운 게 아니라 같은 편에서 아빠를 얘기해 주는 든든함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여전히 단호하게 자리 잡은 무뚝뚝함이 자신을 외롭게 만들고, 약해 보이지 않으려 더 강해지는 고집만이 당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세운다고 생각한다는 것 또한. 늙을수록 한없이 약해지는 당신이, 그 약함을 단호하게 부정하면서도 쓸쓸한 방 한편에서 강인함을 달라 기도하는 것도 나는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아빠와 그 인생을 이해하기엔 내 깊이가 좁고 얕다. 언젠가 내가 그에게 위로가 될 날이 올까. 갈라진 손에 크림을 듬뿍 발라주며 덥석 잡을 시간이 생길까. 소주 한 병을 들고 각자 한 잔씩 따라, 포근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나지막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똑똑 떨어지는 눈물을 닦으며 그 아저씨를 보는데, 오히려 위로되는 무엇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