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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Oct 21. 2023

딸의 마음


기뻐서 마셨을지 모르지만 슬퍼서 마셨을 이유가 있어 보였다.

흔들리는 버스 안, 그는 좌석 손잡이를 부단히 붙잡고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마시게 했나 싶다가 아빠가 생각났다. 






어쩌면 아빠에겐 술 따위의 위로조차 없을지 모른다. 

아빠의 손발은 거칠고 갈라졌다. 그 투박하고 까끌까끌한 손만큼의 고된 노동만이 아빠의 내일이고 어제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 서걱이는 거침만큼 마음도 조각조각 갈라져 있을지 모를 일이다. 

아빠는 엄마를 닮은 언니와 나처럼 아들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사실 아들이 없어 외로운 게 아니라 같은 편에서 아빠를 얘기해 주는 든든함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여전히 단호하게 자리 잡은 무뚝뚝함이 자신을 외롭게 만들고, 약해 보이지 않으려 더 강해지는 고집만이 당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세운다고 생각한다는 것 또한. 늙을수록 한없이 약해지는 당신이, 그 약함을 단호하게 부정하면서도 쓸쓸한 방 한편에서 강인함을 달라 기도하는 것도 나는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아빠와 그 인생을 이해하기엔 내 깊이가 좁고 얕다. 언젠가 내가 그에게 위로가 될 날이 올까. 갈라진 손에 크림을 듬뿍 발라주며 덥석 잡을 시간이 생길까. 소주 한 병을 들고 각자 한 잔씩 따라, 포근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나지막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똑똑 떨어지는 눈물을 닦으며 그 아저씨를 보는데, 오히려 위로되는 무엇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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