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 별 Aug 14. 2024

어디까지가 선인 걸까

부모라는 이름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둘째 아이와 아침저녁으로 전쟁을 치른다

다른 건 그럭저럭 

고분고분은 아니더라도

엄마인 나의 얘기를 따라주는데

양치하는 건 정말 고역이다


둘째 아이는 일단

거품을 싫어한다

거품이 피부에 묻는 걸 기겁하게 싫어한다

그래서 치약의 거품은 물론이고 샤워할 때 거품도 싫어한다

그런데 유독 양치가 어려운 건 

칫솔을 입에 넣어 움직이기 시작하면 구역질을 하면서 다 토하려 하기 때문이다


밥 먹고 이 닦자고 하면

우선 "싫어"로 시작한다

욕실로 데리고 가는 것만도

한참이 걸린다


겨우겨우

세면대 앞에 세우면

갖은 핑계를 대기 시작한다 

엄마 너무 졸려요

응가가 마려워요

쉬가 마려워요

이 닦기 싫어요

왜 이 닦아야 해요?

나는 안 먹었는데요

나 이닦았는데요

일일이 하나하나 대꾸해 주기도 벅차다


그 모든 핑계와 계략을 물리치고도

칫솔을 손에 들게 하기까지

칫솔을 마침내 입에 넣게 하기까지

칫솔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만들기까지

계속되는 설명과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회유와 달램, 협박과 위협이 난무한다


갖은 방법을 다 써봤다

양치 관련 도서, 장난감, 영상물은 기본

충치마왕이 나오는 뮤지컬도 보고

이해하기 쉽게 차근차근 

양치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도 여러 번 했다


칫솔이 문제인가

치약이 문제인가

이것저것 아이가 좋아할 만한 걸로 여러 번 바꿔봤다


육아서에서 해보라는 것들은 하나도 빼지 않고

시도해 봤으나

대부분이 씨알도 안 먹혔고

효과가 있더라도 그때뿐이었다


둘째 아이는 양치를 싫어한다

그러나 양치를 안 할 수는 없다


나는 이 견고하고도 뚜렷한

두 팩트 사이에서

매일을 고군분투한다


그러면서 내면의 갈등에 부딪히는데

어떤 것이 정말 옳은 것인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것인가

깊고 깊은 생각에 잠든다.


부모라고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없다.

몸에 좋으라고 성장에 도움이 되라고 음식을 만들 수는 있어도

결국 목구멍으로 음식을 넘기는 것은 아이니까

아무리 숟가락에 좋은 것을 얹어 입속에 넣어줘도

뱉으면 그만이다.


어르고 달래서 뭔가를 하게 만드는 것도 한계가 있고

위협과 공포 분위기 형성으로 결국은 하게 만드는 것도 끔찍한 트라우마를 남긴다.


여기서 나는 헷갈린다. 

언제까지 어디까지 어르고 달래야 하는 걸까? 

결국 싫다고 거부하고 아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부모는 그만둬야 하는 걸까? 

아님 어떻게라도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일까?


모든 부모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가르치고 키울 것이다.

어느 것도 정답이 될 수 없고 아이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정말이지 매 순간이 시험이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선이 있었으면 좋겠다.

여기까지라고 정해져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럼 헷갈리지 않고

나의 행동을 조절하려고 노력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날은

나의 행동이 너무 강압적이어서 

아이가 주눅 들거나 눈치를 보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고

또 어느 날은

내가 너무 허용적이어서

아이가 버릇이 없을까 봐, 제어력과 인내심이 부족할까 봐 염려한다.

나의 행동이 현재와 그리고 미래의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확신이 없다.


요새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오늘의 수다거리

육아하면서 어떤 점이 힘드세요?

아이가 싫다고 하면, 힘들어하면 어떻게 하시나요?

육아할 때 본인만의 기준이 확실히 있으신가요?

이전 22화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