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열두달 흔들리는 꽃: 1월 Flowers

1월 Flowers_헬레보러스/미모사/산수유/왕버들

by 문혜정 maya

브런치에 연재된 플라워 에세이 '일 년, 열두 달 흔들리는 꽃'이 2021년 4월 말, '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정식 출판/발간됩니다.


이제 서점에서 만나요!




'일년, 열두달 흔들리는 꽃'은 매월,

하나의 에세이와 그 달에 어울리는 꽃과 사진을 정리한 이야기, 총 2개의 글을 발행합니다.








1월_January Flowers

헬레보러스/미모사/산수유/왕버들 &Flowers












개인적으로는 꽤 많은 에피소드가 생긴 새로운 한해의 새로운 달이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수 많은 꽃을 보고, 만지고, 만들었다.



들판에서 볼 수 있는 꽃이 거의 없는 1월이지만 꽃시장에는 이른 봄꽃들과 아직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겨울 꽃들이 풍성함을 더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1월의 꽃이다!라고 내세울만 한 것이 없는 것이 1월의 특징이다. 크리스마스라는 대목이 지났긴 하지만 추위에 꽃 값은 아직도 비싸고, 졸업식이 끼어 있는 주가 있다면 가격 만족도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1월에는 추울 때 쉽게 구할 수 있는 헬레보러스가 제일 좋다. 크리스마스 로즈라고도 불리는 헬레보러스는 거의 수입산에 의존하지만 요즘에는 국산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내한성이 좋은 꽃이라 한 겨울에도 쉽게 만날 수 있고 수명이 길다. 연두색의 두툼한 꽃잎을 가진 꽃으로 다른 꽃들과 함께 써도 잘 어울리고 나무잎이나 가지 대신 그린의 소재로 써도 잘 어울린다.



@mayaflor





우중충한 겨울 느낌이 싫어서 약간 발랄한 컬러를 더하고 싶을 때는 노란 미모사를 쓰기도 하는데, 병아리의 깃털같은 미모사는 향수의 재료로 흔히 사용되는 만큼 조금만 있어도 방안에 특유의 향이 가득해 진다. 어떤 향이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꽤 묘한 향이다. 꽃향기 같기도 하고, 향수나 화장품 향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인공적인인 느낌은 아니다. 환기 시키기도 쉽지 않은 겨울철 손님이 오는 날 구해서 꽂아두면 집안에 자연스러운 향수를 뿌려 놓은 듯한 느낌이 난다. 하지만 수명은 길지 않다. 그것때문에 미모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 된다.



@mayaflor





그리고 꽃이 귀한 1월엔 꽃 대신 나뭇가지를 집에 들여 놓는 것도 추천한다. 산수유나 왕버들처럼 녹색잎 대신 꽃망울을 가득 품고 있는 가지들은 물병에 꽂아놓으면 따뜻한 방안에서 꽃망울을 떠뜨리거나 시간이 지나면 새싹이 돋아나기도 한다. 가끔은 뿌리가 나는 가지들도 있긴 하다. 꽃시장에서는 곱슬버들이라고 불리는 용버들은 그냥 물에 꽂아 두기만 해도 파란 잎과 뿌리가 쉽게 나는 편이다.

다만, 이렇게 끝까지 오랫동안 보려면 따뜻하지만 너무 건조하지 않은 곳에 두어야 한다. 잎과 가지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는 것도 좋다.


@mayaflor











Flower 1.


겨울이라기 보다는 봄에 가까운 컬러와 텍스처같다.

하지만 이 안에는겨울과 이른 봄에 만날 수 있는 꽃들이 가득하다. 꽃값이 천정에 다다른 겨울에 보기엔 다소 사치스러워 보이지만 오랜만에 어떤 '삘'을 받았던 날이었다. 가지고 있는 작은 화기들을 모두 꺼내고, 그 안을 채웠다. 어떤 것도 하나의 짝을 이루는 것들은 없지만 모아보니 그들 나름대로의 균형이 느껴졌다. 하나하나로서도 아름답기를, 그리고 함께 하는 것도 아름답길 바라며 만들었다.

@mayaflor







Flower 2.


조금 시들었지만 버리지 못한 꽃들을 모아 얕은 화기에 침봉을 넣고 만들어보았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모든 플라워레슨에서 오아시스라고 불리는 플로랄폼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 누구도 나에게 뭐라하지는 않았지만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일으킨다는 오아시스를 사용하는 게 내 스스로 내내 죄책감이 들었다. 꽃을 사랑한다며, 꽃이 좋다며 그 아름다운 것을 만들기 위해 영구적으로 자연에 해악을 끼친다니, 너무 이중적인 태도라고 생각했다. 오아시스를 포기하면 포기해야할 것이 생각보다 많다.

그동안 쌓아놓은 나의 커리큘럼, 디자인, 상품으로서의 편리성......하지만 시들어가는 이 꽃들을 다시 침봉에 하나 하나 꽂으며 그 정도 수고는 감수하는 게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렇게 마음 먹자 마자 다시 새로운 에너지와 영감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새로운 도전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것이니까.








Flower 3.


나는 플로럴폼을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을 이것 저것 시도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봤다.

침봉, 치킨와이어, 그 둘의 결합, 작은 화병 묶음.....많이 알려진 노플로랄폼(no-Floral Foam)기법은 오아시스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래 상당기간 연습해왔지만 좀 더 안정적인 이동성을 가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모스폼(moss-foam)이었다.

모스폼이라는 단어는 내가 만들어 낸 것이라, 이게 그렇게 불러도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생이끼와 와이어를 이용하여 폼의 형태를 구축하고 오아이스에 꽂는 것처럼 꽃을 꽂는 방식이다.

아래의 사진은 머리속으로 떠올려본 이 아이디어가 유효한지 실험하기 위한 것이었다. 작고 촉촉한 모스폼을 만들고, 연약한 꽃 선발대회 같은 게 있다면 Top 10에는 들어갈만한 버터플라이라넌큘러스 한송이를 꽂아두었다. 적당한 양의 이끼와, 치킨와이어에 조심스럽게 꽃을 꽂고 매일 매일 이끼가 마르지 않도록 주의하며 살펴보았다. 100%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1월에 시작하기에 잘 어울리는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매월 첫번째 월요일에는 그 달의 에세이를 써서 발행합니다.

그리고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는 그 달에 어울리는 꽃, 직접 만든 꽃, 찍어 놓은 사진을 정리하여 발행합니다.

저의 글과 꽃과 사진이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글]

Prologue_꽃도 흔들리는데

12월_Essay: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12월_Flowers: 삼나무/비단향/더글라스/크리스마스부쉬 &Flowers

1월_Essay: 내 속도와 방향이 당신 눈엔 불완전해 보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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